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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의 '엘사' 조소현, 스페인도 꽁꽁 얼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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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의 '엘사' 조소현, 스페인도 꽁꽁 얼려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6.16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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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마르타·코스타리카 크루스 봉쇄…이번엔 파블로스·보케트 막아내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캡틴, 이번에도 중원을 부탁해'

금발을 휘날리며 중원을 누비고 있는 조소현(27·인천 현대제철)이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스페인전에 명운을 건 도전을 이끈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오는 18일 캐나다 오타와 랜즈다운 스타디움에서 스페인과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E조 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스페인의 FIFA 랭킹은 14위로 한국보다 4계단 높긴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한국은 스페인전을 무조건 이겨야만 자력으로 16강에 올라갈 수 있다. 이기지 못하면 16강은커녕 최하위를 감수해야 한다. 이기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기에 선수들의 집중력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난다.

승부처는 중원이다. 골은 공격진이 터뜨리지만 중원을 장악하지 못하면 수비는 무너질 수 있고 공격은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을 중심으로 하는 공격진보다 '캡틴' 조소현의 역할과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이유다.

▲ 조소현은 지난 13일 FIFA 홈페이지를 통해 '그림자 속에서 빛나는 존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원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의 인상적인 경기력을 이끄는 중요 선수라는 의미다. [사진=스포츠Q DB]

◆ 상대 공격수를 꽁꽁 묶는 '빛나는 그림자'

FIFA 홈페이지는 13일 조소현을 '그림자 속에서 빛나는 존재(Shining in the shadows)'로 표현하며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상대 선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고 소개했다.

FIFA가 조소현에게 찬사를 보냈던 것은 브라질전에서 특급 스타 마르타를 완벽하게 봉쇄했기 때문이다. 마르타가 한국전에서 골을 넣으며 역대 월드컵 개인 최다골 신기록을 작성하긴 했지만 정작 개인기나 스피드로 한국의 수비를 뚫지는 못했다. 필드골이 아닌 페널티킥골이었다. 90분 동안 마르타의 존재감은 세계 여자축구의 '여제'라고 하기엔 모자랐다.

조소현은 코스타리카전에서도 셜리 크루스를 막아냈다. 크루스는 조소현의 밀착 수비에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FIFA는 '빛나는 그림자'로 표현했지만 조소현의 정식 별명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다. 금발을 휘날리는 모습이 닮았기에 그렇다. 그러나 현재 그라운드에서는 엘사가 마법으로 모든 것을 얼리는 것처럼 상대 경계대상 1호를 무력화시켰다.

스페인전에서도 조소현은 상대 공격수를 봉쇄해야 한다. 스페인이 1무1패를 거두면서 아직 한 골밖에 넣지 못하는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골잡이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나탈랴 파블로스와 베로니카 보케트가 경계대상이다. 파블로스는 아스널 레이디스의 공격 자원이다. 파블로스는 코스타리카전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나왔지만 브라질전에서는 원톱으로 출전했다.

주장을 맡고 있는 보케트는 스페인의 처진 스트라이커이자 '가짜 9번' 역할을 맡고 있다. 스페인 대표팀에서 29골을 기록해 만만찮은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뛸 정도로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 조소현은 상대 경계대상 1호를 막는 역할 뿐 아니라 공격의 시발점까지 모두 담당해야 하는 중원의 사령관이다. 스페인전에서 미드필드 장악이 중요하기 때문에 조소현의 역할도 막중해졌다. 사진은 10일 브라질과 여자월드컵 경기에서 공을 걷어내는 조소현.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공격의 시발점 역할, 이번엔 제발 터져라

상대 공격수를 봉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승리해야 한다는 절대 명제가 있기 때문에 공격도 무시할 수 없다. 기성용이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그랬던 것처럼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해줘야 한다.

브라질전은 물론이고 코스타리카전 후반에는 공격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지소연은 상대 수비에 묶여 '지메시'다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이 때문에 측면을 위주로 공략할 수밖에 없었다.

지소연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역시 중원에서 조소현이 찔러주는 킬 패스가 필요하다. 조소현은 중원을 장악하면서도 공수까지 조율하며 경기를 지배하는 '중원 사령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 앞선 두 경기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침울해진 선수들도 함께 다독여야 한다. 김정미(31·현대제철) 등 맏언니는 스스로 극복이 가능하겠지만 20대 초중반의 어린 후배들은 충격이 만만치 않다. 가라앉을 수 있는 팀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선수 역시 캡틴 조소현뿐이다.

조소현은 코스타리카와 아쉽게 비긴 뒤 인터뷰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며 당당하게 말하는 등 밝은 표정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자신이 먼저 침울해지면 대표팀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또 조소현은 이미 현대제철의 전지훈련 때 스페인을 상대해 나름 자신감을 갖고 있다. 연습경기에서 스페인 클럽을 상대해본 현대제철 선수들과 최인철 감독은 "막상 해보니까 스페인 겁낼 것 없다"며 여자월드컵에서 스페인을 만난 것을 내심 반겼다. 조소현이 주장으로서 당당한 면모를 보인다면 나머지 선수들도 더욱 자신감을 갖고 대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 조소현은 긴 금발 때문에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라는 별명을 듣고 있다. 또 조소현은 엘사가 마법으로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것처럼 이번 여자월드컵에서 마르타와 셜리 크루스를 꽁꽁 묶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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