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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넘는 승부사 정현, '세계야 덤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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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넘는 승부사 정현, '세계야 덤벼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7.12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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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올림픽 못지 않은 치열한 경쟁 펼쳐지는 U대회 남자 단식 정상…더 높은 목표 향한 출발점

[광주=스포츠Q 박상현 기자] 무서운 성장 속도다. 한국 테니스의 '에이스'에서 이젠 세계 테니스 전체로 봐서도 무서운 신예로 떠오르고 있다. 시니어 데뷔 후 처음으로 국제 종합대회 우승을 차지한 정현(19·상지대, 삼성증권 후원, ATP랭킹 79위)이 빛고을에서 환하게 웃었다.

정현은 12일 광주광역시 염주전천후테니스장에서 벌어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에서 아슬란 카라체프(러시아, ATP랭킹 180위)를 맞아 2-1(1-6 6-2 6-0)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따냈다.

정현의 첫 국제 종합대회 우승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복식 금메달. 그러나 아시아권 대회인데다가 자신의 주종목인 단식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번 U대회가 사실상 첫 국제 종합대회 우승이다.

▲ [광주=스포츠Q 이상민 기자] 정현이 12일 광주광역시 염주전천후테니스장에서 벌어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에서 아슬란 카라체프를 상대로 강력한 리턴샷을 하고 있다.

또 정현은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 등의 성적을 합산하는 단체전에서도 한국이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하나의 금메달을 보태 2관왕이 됐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가 처음으로 출전한 U대회에서 테니스 제왕이 됐다.

◆ 508위에서 79위까지, 2년만에 수직상승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 테니스의 미래 희망이 된 정현은 불과 1, 2년 사이에 무서운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2013년 7월 15일 기준으로 정현의 ATP랭킹인 508위. 불과 2년 만에 430계단 뛰어오른 무서운 상승세다. 정현은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7월 14일만 하더라도 252위에 불과했다.

더욱 높은 곳일수록 ATP랭킹을 끌어올리기가 더욱 어렵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불과 1년 사이에 180계단이나 끌어올린 것은 기적에 가깝다. 그만큼 정현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 5월 18일 69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무서운 신예로 떠올랐던 정현은 자신의 첫 메이저 대회 본선 무대인 윔블던에 출전했다. 아쉽게 1회전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정현은 어린 나이에 경험을 축적해가며 기량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또 정현은 어렸을 때부터 형 정홍(22·건국대)과 함께 미국 마이애미에서 훈련을 받았고 각종 연령별 대회에 출전하면서 적지 않은 경험을 쌓았다. 2013년 윔블던 남자 주니어에서 준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 승부욕에 불타오르는 정현 "내 한계에 부딪혀 보고 싶었다"

정현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냥 만나서 얘기를 해보면 아직까지 수줍음이 많은 앳된 선수 같지만 한번 경기에 집중하면 승부사로 변신한다.

카라체프와 결승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것도 바로 이런 승부사 기질 때문이었다. 물론 카라체프가 경기 도중 발목 이상을 호소하면서 이를 적극 공략한 것도 있지만 정현은 위기의 순간에서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이번 U대회에서 3관왕을 노렸던 정현이었지만 사실 컨디션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윔블던 남자단식 본선 1회전에서 풀세트 접전을 치른 뒤 곧바로 광주로 날아와 U대회에 참가한데다 단식과 복식을 모두 출전하면서 하루에 두 경기씩 치르느라 체력이 바닥났다. 그렇지 않아도 전날 남자복식 결승전에서도 먼저 세트를 따낸 뒤 체력 저하로 역전패했기 때문에 단식 결승전은 더욱 힘들었다.

첫 세트를 1-6으로 허무하게 내줬을 때만 하더라도 "역시 피로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 맞아떨어지는 듯 보였지만 정현은 두 번째 세트 첫 게임을 끈질긴 랠리 끝에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고스란히 되갚아줬다. 카라체프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기선을 잡은 정현은 2, 3세트 14게임 가운데 12게임을 따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3세트는 단 한 게임도 잃지 않으며 환호성을 올렸다.

정현은 경기가 끝난 뒤 "첫 세트를 허무하게 내주고 나서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부딪혀보고 싶었다. 지금 버티지 못하면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서 이를 악물고 쳤다"고 자신의 투혼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U대회는 세계 톱 랭커가 출전하지는 않지만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다는 점에서 올림픽에 버금가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그렇기에 정현의 U대회 금메달은 세계 정상을 향한 출발점이다. 숨을 돌릴 틈도 없이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 출전하는 정현의 눈은 조금 더 높은 곳으로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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