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선수 시절 첫 시합 때도 긴장하지 않았다.”
대범하게 데뷔전을 치른 임도헌(43) 삼성화재 감독이 승리를 따냈다. 수석코치 10년의 내공이 묻어나왔다.
삼성화재는 12일 충북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 청주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 남자부 B조 1차전에서 우리카드를 3-1(26-24 19-25 25-16 25-21)로 물리쳤다. 지난 5월 사령탑에 앉은 임도헌 감독은 취임 2개월 만에 가진 첫 경기에서 지도자로서 첫 승을 신고했다.
삼성화재의 완승. 2세트까지 팽팽했던 균형은 3세트 들어 삼성화재 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삼성화재는 우리카드 신으뜸에게 서브를 집중시키며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세터 유광우를 중심으로 한 2단 연결과 수비 등 세밀함에서 우리카드를 압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도헌 감독은 KOVO컵 첫 승에 대해 “잘한 것이 아니다. 에이스(레오)가 없기 때문에 수비, 리시브, 디그 전체적으로 부족했다”며 “선수들 기량의 50%도 나오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철저함으로 무장한 신치용 전 감독 밑에서 10년간 지도자 수업을 받은 지도자다운 총평이었다.
임도헌 감독은 이날 최귀엽을 중용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고현우를 투입해 재미를 봤다. 186cm의 무명 고현우는 3세트 들어 맹활약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임 감독은 “고현우는 서브리시브가 약간 부족하지만 배구 이해도가 높다”며 “코트에선 6명의 선수가 하나가 돼야 하는데 고현우가 제일 잘했다. V리그에서도 중용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고현우는 “감독님이 자신 있게 미친 듯이 하라고 하셔서 감독님과 형들을 믿고 자신 있게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이선규, 고희진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잘 알려준다. 신체조건에 핸디캡이 있으니 앞으로 수비에 더 신경을 많이 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날 KOVO컵 현장에는 현장에서 물러난 신치용 단장이 VIP석에 자리해 경기를 지켜봤다. 임도헌 감독은 “특별한 언급은 없으셨다. 감독 부임 이후 체육관에 한두 번 오셨다”며 “조언이 필요하다도 생각하는데 아직까진 '신의 한 수'를 짚어주시진 않았다”고 밝게 웃었다.
류윤식은 블로킹 4개 포함 18점을 올리며 주포 역할을 했다. 지난 시즌 박철우의 군입대로 주전 라이트를 맡으며 일취월장한 김명진도 17점을 보태며 제몫을 다했다. 류윤식은 “감독님이 소통과 단합을 강조하신다. 전체적으로 팀이 더 활기차지고 잘 뭉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KOVO컵을 통해 3년 만에 프로 무대로 컴백한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은 “기본기가 부족했다. 삼성화재도 위력이 있었다고 보진 않고 우리가 범실에서 무너졌다”며 “좀 더 재밌는 경기를 하고 싶었는데 힘든 경기가 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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