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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이겨낸 '청춘예찬' 손연재, 숙명 그리고 소망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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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이겨낸 '청춘예찬' 손연재, 숙명 그리고 소망을 말하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7.12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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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비인기종목 설움 속에서 홀로 꽃피운 기량…발목 부상 등 각종 시련 이겨내고 U대회서 부활 나래

[광주=스포츠Q 박상현 기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손연재(21·연세대)는 청춘이어서 더 아팠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팠지만 손연재는 이를 이겨냈다. 그리고 아픈만큼 더욱 성숙해져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 도전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손연재는 12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벌어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출전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4개 전종목 18점을 기록, 당당하게 자신의 U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식에 선 손연재는 가장 높은 곳에서 게양되는 태극기를 바라봤다. 유니버시아드 전통상 국가가 아닌 '젊은이들의 노래'가 흘러나왔지만 오히려 이 노래가 손연재의 청춘을 더욱 밝게 예찬했다. 관중들은 경기가 끝난 뒤 1시간 30분이나 지났음에도 시상식까지 남아 손연재의 금메달을 함께 축하했다.

▲ [광주=스포츠Q 이상민 기자] 손연재가 12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리듬체조 개인종합 시상식이 끝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손연재 연기에 매료된 광주, U대회 최고 흥행으로 거듭나다

다른 종목과 달리 리듬체조 종목이 펼쳐진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은 언제나 관중들로 가득찼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오직 손연재의 금빛 연기를 보기 위한 팬들이 몰려들었다. 2층 좌석은 입추 여지없이 가득 찼고 3층 좌석 역시 절반 정도가 채워졌다.

손연재가 입장할 때면 관중석 한쪽 구석은 시끌벅적했다. 이들은 '금메달! 리듬을 타보자'라는 플래카드를 흔들며 응원전을 펼쳤다. 손연재가 경기장에 들어서면 관중석은 일제히 들끓었다.

클린 연기가 나올 때마다 아낌없이 박수가 터져나왔고 아름다운 연기에 탄성을 내질렀다. 리본 연기에서 18.050점을 받으며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와 점수차를 조금 더 벌리자 일찌감치 관중들은 금메달의 가능성을 직감한 듯 더욱 환호성을 올렸다.

곤봉은 이날 손연재 연기의 하이라이트. 곤봉을 한 차례 떨어뜨리는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손연재의 집중력있는 연기는 관중들을 흥분시켰다. 연기가 끝나고 전광판에 18.350이라는 점수가 새겨진 순간 체육관이 떠나갈 듯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U대회 사상 처음으로 한국이 리듬체조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이었다.

손연재의 우승에 대해 세계 1, 2위 마르가리타 마문, 야나 쿠드랍체바(이상 러시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리자트디노바와 멜라티나 스타니우타(벨라루스) 등 경쟁자들은 그대로 참가했다. 이들과 경쟁에서 확실하게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분명 손연재의 금메달은 가치가 있다.

▲ [광주=스포츠Q 이상민 기자] 손연재가 12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리듬체조 개인종합 이틀째 경기에서 아름다운 리본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 올림픽 1년 앞두고 찾아온 부상과 슬럼프, 혹독한 훈련으로 이겼다

손연재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개인종합 금메달과 단체전 은메달까지 따내며 한국 리듬체조 역사에 한 획을 그었지만 올해 행보는 다소 불안정했다. 손연재에게 지난 4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렸던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종목별 결승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첫 시련을 맞았다.

당시 손연재는 후프 종목 연기에서 턴 점프를 한 뒤 착지하는 과정에서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입었다. 통증을 참고 가까스로 연기를 마무리했지만 16.850점에 그치며 8명 가운데 최하위에 그쳤고 이후 볼, 곤봉, 리본 종목을 모두 포기했다.

월드컵에서 입은 부상이 금방 나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소 부담이 덜한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섰지만 1차에서 우승을 차지하고도 2차에서 기권하는 아픔이 있었다. 대한체조협회는 중도 기권한 손연재에게 추천으로 태극마크를 다시 줬지만 발목 부상은 언제 나아질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손연재는 혹독한 훈련으로 모든 것을 이겨냈다. 발목이 아파도 꾹 참고 제천 아시아선수권과 U대회 준비에 몰두했다. 이에 대해 손연재는 "부상 중인데도 훈련량을 늘리게 되면 며칠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조절해줘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는 발목이 아파도 정해진 훈련량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그래서 더욱 준비과정이 더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제 손연재는 13일 종목별 결승을 통해 5관왕에 도전한다. 손연재는 "다시 처음부터 개인종합을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며 "하나하나 동작에 신경을 쓰면서 클린 연기에 집중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아시아선수권 때 모든 종목에서 우승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생각한다면 U대회에서는 모든 종목 석권도 가능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 [광주=스포츠Q 이상민 기자] 손연재가 12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리듬체조 개인종합 이틀째 경기에서 매혹적인 곤봉 연기를 하고 있다.

◆ 리듬체조 불모지에서 피어난 요정, 이젠 세계 정상을 향해 간다

피겨스케이팅에 김연아(25·올댓스포츠)가 있다면 리듬체조에는 손연재가 있다. 피겨스케이팅 불모지에서 구슬땀을 흘려 세계 정상까지 오른 김연아와 역시 리듬체조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도 세계 정상에 도전하는 손연재는 분명 닮아있다. 그럼에도 손연재는 굴하지 않고 어느덧 세계 중상위권까지 올라섰다.

그런만큼 손연재의 목표도 상향됐다. 이제 그의 다음 목표는 18.500점대 진입이다. 이 경우 마문, 쿠드랍체바와 경쟁이 가능해져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 물론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점수는 아니다.

손연재는 "리듬체조 종목 특성상 대회마다 점수가 다르게 나오지만 18.500점이라는 점수는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연기를 완벽하고 깔끔하게 해야 하고 같은 동작이라도 확신에 찬 모습을 보여줘야만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내가 한 단계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18.500점을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프로그램을 다시 보완하고 구성할 때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연재는 내년 올림픽 외에도 또 다른 소망이 있다. 자신이 있음으로 인해서 한국 리듬체조가 더욱 발전하고 관심을 받는 것이다.

손연재는 "내가 경기를 하고 좋은 성적을 올릴 때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난 참 운이 좋은 선수"라며 "사실 힘든 부분도 있고 부담도 있지만 모두가 내가 안고 가야 할 숙명이다. 나로 인해서 리듬체조가 인기종목으로 자리하고 밑의 후배들이 성적을 쭉 유지할 수 있는 실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손연재의 무한도전이 시작된다.

▲ [광주=스포츠Q 이상민 기자] 손연재(가운데)가 12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리듬체조 개인종합 시상식에서 2위 간나 리자트디노바(왼쪽), 3위 멜리나 스타니우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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