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민기홍 기자] 2006년 국제축구연맹(FIFA) 독일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8강전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맨유의 전성기를 함께 이끌던 웨인 루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당시 8강전에서 적으로 만났다. 루니는 포르투갈 수비수 히카르두 카르발류의 허벅지를 밟아 퇴장당했고 호날두는 심판에게 루니의 퇴장을 부추기는 재미난 장면이 나왔다.
경기는 승부차기 끝에 포르투갈의 승리로 끝났다. 승부도 승부였지만 세계 최고의 클럽팀의 정상급 선수들이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맞대결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이번에도 맨유의 공격을 책임지는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맞대결한다.
네덜란드의 로빈 판페르시(31)와 멕시코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26)는 8강 길목에서 서로를 상대하게 됐다. 더욱 재미난 것은 다음 시즌부터 맨유 감독을 맡게 될 네덜란드의 감독 루이스 판할마저 참여한다는 점이다.
네덜란드는 24일(한국시간) 열린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B조 3차전에서 칠레를 2-0으로 꺾고 조 1위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A조 3차전에서 크로아티아를 3-1로 완파했지만 브라질에서 골득실에서 밀리며 조 2위를 차지한 멕시코와 16강전에서 맞붙게 됐다.
현재 기세는 판페르시가 앞선다. 그는 지난 14일 1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월드컵 역사상 최장 거리 헤딩슛을 비롯해 2골을 넣은데다 호주와의 2차전에서도 강력한 왼발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2013~2014 시즌 리그 21경기 출전 12골에 그치며 소속팀의 몰락을 지켜봐야만 했던 그는 오렌지 유니폼을 입고 완벽하게 부진을 떨쳐냈다. 판페르시의 활약 속에 네덜란드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결승에서 아쉽게 놓친 월드컵의 한마저 떨치겠다는 심산이다.
경고누적으로 인해 칠레와의 3차전에서 휴식을 취하며 체력까지 보충한 판페르시는 멕시코를 상대로 득점포를 가동하며 이번 대회 최고의 골잡이를 노리겠다는 각오다. 월드컵을 마치면 소속팀에서 또 만날 판할 감독에게 보다 강력한 인상을 심어줄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조별리그 1·2차전 카메룬, 브라질전에서 모두 교체로 나섰지만 골맛을 보지 못했던 에르난데스는 24일 A조 최종전 크로아티아와 경기에서 후반 17분 그라운드를 밟아 투입 20분 만에 득점포를 가동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013~14 시즌 판 페르시, 루니, 대니 웰벡에게 밀려 리그 18경기 출전 4골에 그쳤던 그는 ‘슈퍼서브’의 명성을 되찾으며 조금씩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선발로 나선 경기가 단 13회에 불과했던 그는 새 사령탑의 차기 시즌 구상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반드시 맹활약이 필요하다.
자존심을 건 맨유 골잡이간의 맞대결로 시선을 끌고 있는 네덜란드와 멕시코간의 경기는 오는 30일 포트탈레자의 에스타디우 카스텔랑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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