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홍현석 기자] “이제 그만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을 내려 놓으려 합니다.”
홍명보(45)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끝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재심임을 얻은지 1주 만에 전격 사퇴했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브라질 월드컵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망만 드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홍 감독은 “한국에 돌아와 많은 반성을 했고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그 결과 남은 6개월 동안 잘 할 자신이 없었고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대표팀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 2패를 기록해 16년 만의 월드컵 무승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거뒀다.
홍 감독은 월드컵에서 돌아온 뒤 자신의 사퇴 의사에도 대한축구협회의 설득과 재신임 결정으로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까지 대표팀 감독직을 맡기로 했다. 그러나 월드컵 실패의 책임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최근 대표팀 소집훈련 시기의 개인땅 매입과 월드컵 직후 브라질 현지 회식 사진 유출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3일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내년 1월 열리는 호주 아시안컵까지 홍명보 감독을 유지한다는 내용을 밝힌바 있다. 하지만 정확히 1주일만에 사임으로 입장을 선회했고 이 때문에 축구협회는 곤욕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홍 감독은 “월드컵이 끝난 이후 많은 생각을 했다”며 “이렇게 늦게 사임 발표를 한 것은 비겁하고 싶지 않았고 비난을 받는 것까지 나의 일이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사생활 문제에 대해서 “24년 동안 축구를 하면서 비겁하게 살지 않았다. 땅 매입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전하며 “현지 (회식) 뒤풀이 영상 파문은 벨기에전이 끝나고 이미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고 패배감에 빠져있는 선수들을 위로하고 싶어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월드컵 내내 홍 감독을 괴롭힌 엔트리 '의리 논란'에 대해서는 “나는 월드컵 예선을 함께 하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데 어려웠다.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당시 파악이 된 선수들로 구성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며 “멕시코와 평가전에서 K리그 선수들과 유럽파 선수들의 차이를 느꼈고 그래서 해외파 선수들 위주로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자리는 항상 비난을 받는 자리이고 이미 그걸 알고 있었다”며 “축구보다는 다른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각자 팀에서 선수생활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며 감독 생활 중 항상 따라다녔던 비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기자 회견을 마치고 그는 “고맙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 많은 카메라를 받은 일은 없겠지만 이제는 저 역시도 그동안 부족했던 점을 공부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좋겠고 축구를 통해 많은 국민 여러분들께 많은 사랑과 성원 받은 것 감사한다”고 국민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잊지 않았다.
홍 감독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기자들 앞에서 선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사임을 표한 홍명보 감독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남기고 싶고 앞으로 한국 축구가 발전되기를 바란다”며 “축구협회로서 이번 결과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홍 감독과 함께 단장으로 브라질에 함께 나 역시 많은 책임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홍 감독과 함께 동반 사퇴를 결정한다”고 자진 사퇴를 발표하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축구협회 수장으로 많은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축구협회는 좋지 못한 월드컵 성적으로 국민들에게 많은 심려를 끼친 것 죄송하다”고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사과했다.
정 회장은 “많은 팬들과 미디어의 질타를 겸허히 수용하겠다. 그리고 조만간 기술위원회를 통해 차기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축구협회의 계획을 밝히며 짧은 발표를 마쳤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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