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이재훈 기자] 아르헨티나가 네덜란드를 꺾고 결승에 진출한 데는 묵묵히 뒤를 받친 '심장' 하비에르 마스체라노(30·FC바르셀로나)가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10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안스에서 벌어진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네덜란드와 준결승전에서 전후반 90분과 연장 전후반 120분까지 득점 없이 비겼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까지 간 접전 끝에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27·AS모나코)의 두 차례 선방쇼로 4-2로 이기고 24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양 팀은 이날 공격보다 수비에 무게를 두고 경기를 운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마스체라노의 활약은 누구보다 빛났다. 마스체라노는 아르헨티나 미드필드에서 자신의 역할인 수비적인 면에 충실하며 팀 승리에 이바지했다.
빛나기 보다는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진정한 '언성 히어로(Unsung Hero)'였다.
◆‘뇌진탕 투혼’ 마스체라노, 팀 승리에 ‘조연’ 아닌 ‘주연’
마스체라노는 후반 결정적인 태클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후반 44분 아르헨티나 진영에서 베슬레이 스나이더르(30·갈라타사라이)가 내준 패스를 받은 아리언 로번(30·바이에른 뮌헨)이 골 마우스 왼쪽에서 드리블 돌파로 순식간에 1-1 찬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마스체라노는 로번을 끝까지 따라 붙었고 마스체라노는 결국 로번이 날린 슛을 태클로 걷어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만약 이 수비가 없었다면 아르헨티나가 골을 내 줘 연장전 돌입은 불가능했다.
특히 전반 25분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뒴(24·PSV에인트호번)과 경합 과정에서 머리를 부딪쳐 쓰러진 뒤 약간의 뇌진탕 증세를 보였으나 풀타임을 소화하는 부상 투혼을 선보였다. 당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도 깜짝 놀라 급히 의료팀을 불렀고, 의료팀은 바로 들어와 그의 상태를 살폈다.
하지만 뇌진탕 부상에도 불구하고 마스체라노는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고 연장 120분까지 풀타임을 소화하는 투혼을 선보였다.
FIFA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이날 마스체라노의 활동량은 13.411km나 됐다. 그만큼 많이 뛰어 팀의 승리를 위해 노력했다는 의미다. 또한 공을 되찾아 온 것은 5회, 태클 성공은 4회를 기록했다.
마스체라노는 네덜란드전서 골, 도움 모두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필드를 누비며 탄탄한 수비력을 보였고 이를 통해 팀에 공헌한 명실상부한 ‘주연’이었다.
◆정상을 향해 간 마스체라노, 월드컵 우승으로 방점 찍는다
마스체라노는 아르헨티나 리버플레이트에서 2003년 선수생활을 시작해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맹활약하며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금메달을 안겨줬다. 이후 2004년 브라질리그 코리치안스를 거쳐 2007년 웨스트햄으로 이적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는다.
웨스트햄에서는 첫 해 부진으로 다음해 리버풀에 이적한 뒤 그는 샤비 알론소(33·레알 마드리드)와 더블 볼란치로 콤비를 이루며 빛을 발했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팀의 포백을 보호하는 마스체라노를 두고 당시 감독인 라파엘 베니테즈는 ‘괴물같은 선수’라고 평했을 정도다.
그러나 마스체라노에게 간절했던 것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이었다. 결국 그는 2010년 FC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이듬해 2011년 5월 28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10~1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3-1로 승리할 때 제라르 피케(27·FC바르셀로나)와 나란히 센터백으로 역할을 소화하며 빅 이어를 들어올리는데 힘을 보탰다.
이렇듯 계속 정상을 향했던 마스체라노에게 월드컵은 확실한 방점을 찍는 꿈의 무대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공격에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앙헬 디 마리아(26·레알 마드리드)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이제 막 부상에서 돌아온 세르히오 아게로(26·맨체스터 시티)는 정상 컨디션이 아님을 이날 준결승에서 보여주었다.
이에 모든 과부하가 리오넬 메시(27·FC바르셀로나)에게 걸리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결승전에서 독일을 꺾기 위해선 마스체라노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이 다시 한 번 선전해줘야 한다.
여기에 아르헨티나는 독일을 꺾을 이유가 하나 더 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결승에서 독일을 만나 우승컵을 내줘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어 이번 독일과 결승전은 이를 설욕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월드컵 결승에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숨은 영웅' 마스체라노가 과연 강적 독일을 딛고 아르헨티나에 1986 멕시코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우승을 안겨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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