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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18) '카누계의 박태환' 조광희가 높인 경쟁력, 리우에서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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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2016] (18) '카누계의 박태환' 조광희가 높인 경쟁력, 리우에서도 통할까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6.13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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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 7연패-24년만에 AG 금메달 안긴 국내 최고... "스타트 보완 중점, A파이널 진입 목표"

[200자 Tips!] 2014년 9월 29일. 하남 미사리경정공원 개장 이래 최초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조광희(23·울산시청)는 인천 아시안게임 카누 카약 스프린트 1인승(K-1) 200m 결승에서 포디엄 꼭대기에 올라 포효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세 번이나 금물살을 가른 천인식 이후 24년 만에 나온 값진 금메달이었다. 강진선 카누대표팀 총감독은 당시 그를 ‘카누계 박태환’이라 일컬었다. 1년 8개월이 흐른 현재 그는 올림픽을 향해 힘차게 패들을 젓는다.

[하남=스포츠Q(큐) 글 민기홍·사진 이상민 기자] 2등을 몰랐다. 엘리트 운동선수가 된 이후 조광희는 늘 최고로 군림했다. 충남 부여고 1년 재학 중이던 2009년 제90회 전국체육대회 이후 지난해까지 카약 1~4인승, 200~1000m 등 매년 2종목 이상 출전해 무려 14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조광희. 당시 강진선 대표팀 총감독을 그를 '카누계 박태환'이라 일컬어 화제를 모았다.

2014년 아시안게임 제패가 커리어의 정점이었다. 이젠 50여일 남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조준한다. 한국 카누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8년 만이다. 조광희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벌어진 아시아선수권대회 1인승(K-1) 200m 공동 1위, 2인승(K-2) 200m 2위로 올림픽 티켓 2장을 따냈다.

경기도 하남에서 강훈련을 소화한 그는 지난 6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몽테모 로 벨로에서 끝난 2016 카누 스프린트 3차 월드컵에서 K-1 200m 8위, K-2 200m 7위에 오르며 기대를 높였다. “A파이널(9위권) 진입이 1차 목표”라더니 이런 페이스라면 큰일을 낼지도 모르겠다.

◆ 육상, 복싱으로 시작한 운동, 타고난 카누맨

누구나 조광희를 “타고났다”고 한다.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대한카누연맹 관계자들은 일제히 조광희를 ‘하늘이 내린 인재’라고 치켜세웠다. 1990년 천인식의 아시안게임 3관왕과 달리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옛소련 국가들이 출전하지 않아 더욱 값진 결과였다.

이런 평가에 정작 당사자는 무덤덤하다.

▲ '타고난 카누맨'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조광희는 육상, 복싱으로 운동에 입문했다. 가장 좋아하는 종목은 축구다.

“주변에서 그렇게 말씀은 하시는데 타고난 건 모르겠어요. 근데 그런 건 있어요. 무엇이 부족한 지, 어떤 운동을 더 해야 하는 지 몸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기술적으로 부족할 때 세계적인 선수들 타는 걸 봐요. 제게 무엇이 필요한 지 본능적으로 아는 건 있는 것 같네요.”

조광희는 충남 부여남산초 2년 때 육상으로 운동과 연을 맺었지만 기대한 만큼 키가 자라지 않아 부여중으로 진학해 복싱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런데 “때리고 맞고 하는 종목은 위험하다”며 부모님이 만류했단다. 친구의 권유로 노를 잡았는데 그걸로 최고봉에 우뚝 섰다.

“그 친구는 카누 안 해요. 고맙죠 참. 제가 축구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다음에 태어나면 축구를 하고 싶어요. 돈이 더 많이 들 것 같아서 포기하긴 했는데 달리기는 빨랐거든요. 근데 축구를 했다면 올림픽에 나갈 실력은 안됐겠네요. 하하. ”

▲ 조광희(왼쪽)는 리우 올림픽 K-2(2인승) 200m에 최민규와 짝을 이뤄 출전한다.

◆ 골격근량 괴물, 강행군으로 꿈꾸는 이변의 꿈

조광희의 키는 182㎝. 러시아, 독일, 헝가리, 스웨덴 등 세계적인 선수들에 비하면 많이 작은 편이다. 대신 근육량으로 단점을 커버한다. 카누 선수들의 평균 골격근량 비율은 40% 초반. 조광희의 그것은 50% 중반에 이르며 체지방은 체중의 4~8%에 불과하다. 조각 몸매가 따로 없다.

2인승 파트너 최민규(25·부산강서구청)는 “후배이지만 본받을 점이 많다. 기술적인 부분은 말할 것도 없는데 무엇보다 마인드가 좋다. 카누를 즐길 줄 안다”며 “폭발력을 바탕으로 주위 사람을 끌고 간다. 평소에도 주변 사람을 잘 챙긴다. 인심이 좋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정작 조광희는 “근성이 장점이긴 한데 다혈질이라 화가 나면 레이스에 나타난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부여고 졸업반 때인 2011년 2월 태극마크를 달았으니 벌써 국가대표 6년차다. 당시엔 외국인 코치의 지도방식에 반발해 팀을 이탈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조광희는 “개인적인 훈련인 줄 알았는데 휴대폰까지 걷어가니 멘탈이 나갔다. 아프다고 거짓말까지 했다”며 "이젠 옛 이야기다. 이젠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의지를 다졌다.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K-1 200m에서 1위로 레이스를 마친 뒤 포효하고 있는 조광희. [사진=스포츠Q(큐) DB]

2014년 1월 부임한 스페인 출신의 엔리케 페르난데스 소토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카누대표팀은 오전 6시 기상해 6㎞를 달리고 팔굽혀펴기 300개를 한다. 16㎞ 패들을 젓고 나선 30분 러닝 훈련으로 오전훈련을 마친다. 오후에 다시 1인승 훈련이다. 하루 7시간에 걸친 강행군.

35초대 초반이면 올림픽 상위권을, 34초대면 입상을 노릴 수 있다. 기후 등 환경이 열악하면 36초대에서 승부가 갈리기도 한다. 조광희는 인천 아시안게임 예선에서 34초297을, 가장 최근 대회인 스프린트 월드컵에서 35.872초를 각각 기록했다. 이변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 수초-지카 변수, 이변의 주인공을 꿈꿔라

월드컵을 마친 조광희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달은 현지 전지훈련을 통해 경기력을 끌어 올린 뒤 다음달 귀국할 예정이다. 오는 8월 4일 결전의 땅인 브라질로 향한다. 월드컵에서 A파이널에 입성했으니 이제는 보다 높은 목표를 위해 패들을 젓는다.

"(지난 3월) 세비야 전지훈련, (지난해 8월) 세계선수권을 통해 유럽 선수들에 비해 스타트가 많이 처진다는 것을 느꼈어요. 남은 기간 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초반에 치고 나가는 것만 잘하면 이후 레이스에서는 외국 선수들에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 오전 훈련을 마친 최민규(왼쪽)와 조광희가 패들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우엔 변수가 많다. 지난해 9월 AP통신은 “테스트이벤트 결과 (카누가 진행될) 로드리고 데 프레이타스 석호가 엉망”이라고 보도했다. 하수로 인한 오염 탓에 수초가 카누의 방향타에 걸리거나 노에 감겨 올라오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모기도 문제다.

최민규는 “수초가 많고 모기도 있다고 들었다. 걱정하고 있지만 그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멀리 보자면 당연히 메달이지만 현재로선 한국 카누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일반인들이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조광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월드컵 이후 재차 현지로 연락을 취했다. 조광희는 "컨디션이 70% 정도였는데도 작년에 비해 좋아진 게 느껴졌다"며 "엔리케 감독께서 이번 월드컵을 훈련으로 생각해 컨디션 조절 없이 실전에 나섰는데 최고의 성적이 나와 만족한다"고 반색했다.

올림픽 역사상 한 번도 주목받은 적이 없었던 카누. 그 그늘종목의 물보라를 주목할 때다.

■ 카누는?

카누는 카누와 카약으로 나뉜다. 머리글자 C의 카누(canoe)는 외날 노를 쓰고 머리글자 K의 카약(kayak)은 양날 노를 사용한다. 조광희와 최민규는 카약 선수다. 200m, 500m, 1000m를 달리는 스프린트(sprint)와 정해진 기문을 통과해 반환점을 돌아오는 슬라럼(slalom)으로 구분된다. 리우 올림픽에는 스프린트 12개, 슬라럼 4개 등 1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 카누는 1984 LA 올림픽에 윤희천이 C-1 500m에 처음 출전한 이후 남자 9개 종목에서 19명, 여자 3개 종목에서 5명이 올림픽 무대에 도전해 물살을 갈랐지만 A파이널 진출은 한 번도 없었다. 여자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순자가 K-1 500m에 출전한 게 최근 올림픽 참가다. 남자로는 2000 시드니 올림픽 때 남성호가 K-1 500m, 1000m에 나선 것이 마지막이었다.

■ 조광희 프로필

△ 생년월일 = 1993년 12월 24일
△ 체격 = 182㎝ 92㎏
△ 출신학교 = 부여남산초-부여중-부여고
△ 주요 경력
- 2009~2015년 7연속 전국체육대회 2관왕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K-1 200m 금메달
- 2015년 인도네시아 아시아선수권 K-1 200m 금메달

[취재 후기] 카누대표팀엔 전담 통역사가 없다. 최민규가 ‘생활 영어’로 엔리케 감독과 소통한다. 그는 “아무래도 운동에 전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나도 못 알아들을 때가 있고 원하는 바를 설명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쉴 때 호출되면 개인적인 흐름이 끊길 때가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비활성화 종목의 열악함이야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독자들이 카누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큰 힘이 되지 않을는지. 격려를 넘어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 엔리케 소토 한국 카누대표팀 감독. 최민규가 '생활 영어'로 그와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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