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이 15일 열전에 들어가는 가운데 한국 선수단이 5회 연속 종합 2위와 90개 이상의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부 종목의 변경된 규정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규정은 한국의 전통 강세 종목인 양궁과 사격, 복싱, 태권도 등에 집중되어 있어 승패 향방을 바꿀 중요한 변수가 됐다.
일부 종목의 규정 변경은 보다 더 적극적인 경기 운영과 함께 우승 선수가 한 나라에 집중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양궁이나 사격, 태권도처럼 한국의 강세 종목에서 규정이 바뀌는 것은 금메달 사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 사격, 본선 점수는 결선 진출 가리는데만 활용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이 나올 사격에서는 본선 점수가 결선과 합산되지 않는다. 본선 점수는 오직 결선 진출 8명의 선수를 가리는데만 활용된다.
그동안 사격에서는 본선 점수가 결선까지 이어졌다. 이 때문에 본선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경우 비교적 편안하게 결선을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국제사격연맹은 조금이라도 결선에서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본선 점수는 본선에서만 활용하고 결선 순위는 오직 결선에서 나오는 점수로만 가리기로 했다.
이미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렸던 세계사격선수권에서 본선 점수가 결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증명됐다. 본선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가 메달권에서 밀려나는 반면 본선에 턱걸이로 오른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가장 좋은 사례가 정지혜(25·부산시청)였다. 정지혜는 세계사격선수권 10m 공기권총 본선에서 382점으로 선두에 6점 뒤진 8위로 턱걸이, 결선에 올랐다. 이나다 요코(일본)와 알레한드라 사발라(멕시코) 등과 동점이었으나 10점을 쏜 숫자가 하나 더 많아 가까스로 결선에 합류했다.
본선 8위로 결선에 오른 정지혜는 결선에서 197.4점을 기록, 2위에 올레나 코스테비치(우크라이나)에 0.7점 앞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코스테비치는 본선에서 정지혜보다 2점 앞선 384점을 쐈기 때문에 본선과 결선 점수가 합산됐더라면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으나 바뀐 규정에 따라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사격의 모든 종목에서 적용되는 이 규정에 따라 메달의 색깔이 얼마나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
◆ 한국에 불리한 양궁 세트제, 개인전 이어 단체전도 도입
한국 양궁은 전통 양궁종목인 리커브에서 전종목 석권, 컴파운드에서 2개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리커브에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한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리커브 단체전이 기록합산제에서 세트제로 갑자기 바뀌면서 변수가 생겼다. 대회 개막을 보름 앞둔 지난 4일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남녀 리커브 양궁단체전을 기록합산제가 아닌 세트제로 치른다고 밝혔다. 세계양궁연맹이 단체전에 세트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아시안게임을 공인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단체전에서 기록합산제는 선수 3명의 점수를 모두 더해 순위를 가린다. 3명의 선수가 4엔드 동안 24발을 쏘게 되는데 기록합산제로 하면 선수들의 기량이 고른 한국이 절대 유리하다.
하지만 세트제로 하게 되면 승리 2점, 무승부 1점, 패배 0점이 주어진다. 세트제에서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더라도 해당 세트에만 손해를 보기 때문에 실력이 떨어지는 팀이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기록합산제에서 만약 한 선수가 0점을 쐈다면 치명적이지만 세트제에서는 한 세트만 지면 된다.
물론 세트제가 완전히 낯선 것은 아니다. 이미 개인전에서 치러지고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세트제 도입 후 한국 양궁이 적지 않은 손해를 계속 봤다는 점에서 리커브 전 종목 석권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지난 5월 여자단체전 4강전에서 한국은 중국에 기록 합산에서는 222-219로 앞섰지만 세트 승점에서 4-4로 비겼고 연장전 슛오프에서 져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 복싱·태권도, 보다 박진감 있는 경기로 탈바꿈
투기 종목은 선수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게끔 규정이 바뀌었다.
복싱이 가장 대표적이다. 우선 남자부의 경우 헤드기어가 없어졌다. 헤드기어 없이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이전보다 KO로 이길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또 유효타 갯수를 계산하는 방식에서 우세한 경기를 한 선수에게 10점 만점을 주고 열세인 선수에게 6~9점을 주는 감점제로 바뀌면서 보다 적극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해졌다.
남자 복싱은 사실상 프로복싱과 모습이 같아졌다.
태권도 역시 감점 규정이 대폭 강화됐다.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쳐 상대를 넘어뜨리거나 경기장 밖으로 밀어낼 경우 상대 선수에게 경고가 주어진다. 경고가 2개가 되면 감점 1점이 되고 10개가 되면 실격패가 된다. 1~2점에 승패가 가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극적인 공격은 승리의 필수 요건이 됐다.
이를 위해 태권도 대표팀도 상대 선수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파워 태권도'로 승부수를 던졌다. 득점을 따낸 뒤 이리저리 피하며 점수를 지키는 전략에서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상대 선수를 당황하게 해 넘어지게 하거나 경기장 바깥으로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김종기(54) 총감독도 "아시안게임을 대비하는 훈련에서 체력 훈련이 차지하는 비중이 8, 전문 기술 훈련의 비중이 2였을 정도로 체력 위주로 실시했다"며 "2주 동안 태백 선수촌에서 산을 넘고 언덕을 넘으면서 단내나는 훈련을 했다. 그 결과 선수들의 체력이 몰라보게 향상됐다"고 말할 정도로 체력에 비중을 두고 있다.
반면 유도는 2년 전 런던 올림픽 때부터 손을 이용한 하체 공격을 금지하면서 한판승을 거의 볼 수 없게 됐다. 하체 공격에 약한 일부 선수에게는 절대 유리한 규정이지만 화끈한 맛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 필드하키, 전후반 70분에서 4쿼터 60분으로 변경
필드하키는 올해부터 경기 시간 규정을 바꿨다. 기존 전후반 35분씩 70분에서 이번달부터 쿼터당 15분씩 60분 경기로 변경됐다. 또 2쿼터가 끝난 뒤에는 1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며 페널티 코너가 주어지거나 득점한 이후에는 40초의 작전시간도 있다.
쿼터제 도입으로 인해 필드하키는 더욱 박진감이 넘치게 됐다. 전후반 35분으로 치러질 경우 체력 안배가 중요하지만 한 쿼터에 15분씩 경기가 치러지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리듬체조에서는 표현력과 음악과 조화를 판정에 도입하고 있다. 단순히 기술만 보는 것이 아니라 표현력이라는 주관적인 요소도 들어가는 것이다. 표현력이 강점인 손연재(20·연세대)에게 분명 유리한 규정이다. 게다가 주관적인 요소가 판정에 들어감에 따라 홈 이점도 극대화될 전망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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