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프로야구단 과장이던 30대 청년은 20여 년 뒤 한국 스포츠를 좌지우지하는 거물로 컸다. 스포츠 권력을 휘두르던 김종(55)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이 몰고온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책임을 지고 30일 사표를 제출했다.
김종 차관은 박근혜 정부 최장수(3년) 장,차관으로 재임하며 ‘스포츠 대통령’이라 불렸다. 장관이나 제1차관보다 막강한 힘을 지녀 ‘실세 차관’으로 군림했다. 지난 7월에는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야구협회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2013년 10월, 전임 사격 국가대표 출신 박종길 차관이 사격장 양도과정에서 공문서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자 정부는 김종 한양대 교수를 후임자로 택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김 후보자는 스포츠산업 분야의 선구적 인물”이라며 “체육발전과 개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정을 농단하며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최순실 게이트'에서 최순실 씨의 문체부 내 게이트(통로)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 차관은 '문고리 3인방' 중의 한 사람으로 사표가 수리된 한양대 동문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실세와 연결됐다는 소문에 휩싸여 있기도 하다.
김종 차관이 스포츠계에 공로한 바가 크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김종 차관이 설립을 주도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2007년), 한양대 글로벌스포츠산업대학원(2011년)이 배출한 인재들이 현재 프로구단 프런트, 각종 체육 단체, 스포츠 미디어 등에 포진해 있다.
김종 차관은 국내 1호 스포츠경영학 박사다. 1986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웨스턴일리노이대 스포츠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뉴멕시코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1년부터 4년간 야구단 OB(두산 전신) 베어스에서 기획홍보과장으로 현장에서 일했다. 1995년 3월 수원대 사회체육학부 부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 2월부터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장, 예술체육대학장을 지냈다. 2002년 월드컵조직위원회 마케팅전문위원, 한국스포츠정보학회 상임이사, 대한체육회 부위원장, 아시아스포츠산업협회장, 한국체육학회 부회장,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부회장, 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장, 스포츠산업잡페어 위원장, 아시아체육학회 사무총장 등 직함이 여러 개였다. 저서로는 '프로스포츠 경영전략', '스포츠 비즈니스 3.0' 등이 있다.
김종 차관은 마찰음이 컸지만 체육계 숙원사업으로 여겨지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출범을 올해 이뤄냈고 스포츠산업 중장기 발전 계획을 통해 체육계 예산을 대폭 늘렸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문체부 내 스포츠산업과를 신설하고 체육관광정책실을 체육정책실과 관광정책실로 분리한 점 역시 인정받는 업적이다. 스포츠공정위원회, 스포츠3.0위원회도 출범시켰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스포츠산업을 연계해 결합하는 등 스포츠의 위상을 높였다.
승승장구하던 김종 차관은 그러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모금에 관여하고 문체부 장관 후보, 한국콘텐츠진흥원장 후보를 최순실 씨에게 추천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최 씨를 만나본 적도 없다”는 김종 차관의 해명을 믿는 이는 없었다. 결국 29일 검찰로부터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자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가히 '스포츠 대통령의 하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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