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문화계가 차은택에게 당했다면 체육계는 김종에게 당했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이렇게 규정했다. 스포츠계에서 최순실 씨가 국정을 맘껏 농단한 창구로서 그 중심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있다는 주장이다.
광고 감독 차은택 씨의 인적 네트워크는 그간 언론보도를 통해 많이 알려졌다. 장시호 씨(최순실 씨 조카),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펜싱 금메달리스트인 고영태 씨의 소개로 최순실 씨와 연을 맺은 차은택 씨는 2014년 8월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지 8개월 만에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올라섰다.
곧바로 차은택 씨의 대학원 스승인 김종덕 당시 홍익대 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그해 11월에는 차은택 씨의 외삼촌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됐다. 차은택 씨의 박사과정 은사인 김형수 연세대 교수가 미르재단 이사장, 차은택 씨에게 휴대폰 광고를 준 제일기획 출신 광고인 송성각 씨가 차관급의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올라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했다.
김종 전 차관이 체육계에서 휘두른 전횡도 못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체육계 관계자는 “한국스포츠산업협회 이사진 60% 이상이 김종 차관의 라인이라 봐도 무방하다”며 “실력이 있음에도 김종 차관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들은 연사로 섭외될 수 없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한국스포츠산업협회는 문체부의 도움으로 정기 포럼을 개최하는 단체다.
TV조선의 지난 7월 보도에 따르면 김종 전 차관은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장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임용 자격을 개정했다. 1급 이상 직위, 3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이던 기준이 실장급으로 낮아졌고 박영옥 스포츠산업실장을 내부 승진시켰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김종 전 차관의 미국 뉴멕시코대학원 동문 이창섭 씨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그의 한양대 선배인 조영호 씨가 꿰차 구설에 오른 바 있다.
SBS 보도에 따르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과정에서 김종 전 차관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 회장은 문체부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지난 2월 그가 회장을 맡았던 대한수영연맹이 검찰 조사로 초토화됐다.
또한 김 전 차관은 체육회 소관인 리우 올림픽 부단장 선임에 개입, 김정행 전 대한체육회장과 신경전을 벌였고 결국 부단장 2명을 파견하는 촌극을 벌인 바 있다. 김정행 전 회장은 한국 유도의 대부. 지난해 유도계가 비리 집중조사의 타깃이 된 것 역시 우연이 아니라는 시각이 있다.
2014년 12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김종 차관에게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라고 쓴 메모를 건네 물의를 빚은 우상일 문체부 예술정책관(당시 체육국장)은 대표적인 한양대 인맥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 전 차관은 그의 박사 논문 지도교수였다. 선진스포츠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설립한 스포츠3.0위원회 역시 3분의 1이 한양대 출신으로 구성돼 논란을 낳기도 했다.
대한체육회 내부 사정에 밝은 A씨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무리한 통합 과정에서 문체부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체육회 직원들의 불만이 크게 쌓였다”며 “실무선이 봐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여러 차례 나왔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물론 김종 전 차관이 요직에 발탁한 이들을 한데 묶어 비난할 수는 없다.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김종 전 차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그가 추천했다면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이들이 체육계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 또한 부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이상 체육계 정상화를 위한 작업을 늦출 수 없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스포츠 비리 사례집’을 발간하며 “스포츠의 핵심 가치는 공정성이다. 문체부는 체육계와 함께 스포츠의 가치를 훼손하는 그 어떠한 부정과 비리에도 즉각적이며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순실 게이트'로 심하게 농락된 한국 체육의 바로 세우기를 위한 옥석 가리기가 필수인 것은 이 때문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