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불가능이 없는 남자 테오 엡스타인, 조 매든이 만나니 시카고 컵스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기적이 생긴다.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가장 역사가 길었던 ‘염소의 저주’가 마침내 깨졌다.
컵스는 3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8-7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야구팬들은 유능한 사장과 감독이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두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 엡스타인, MLB 2대 저주 풀었다
엡스타인 사장은 앞서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일 때 ‘밤비노의 저주’를 푼 인물이다. 보스턴은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홈런타자인 베이브 루스를 새 구장 펜웨이 파크를 만들기 위한 자금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뉴욕 양키스에 팔아버렸다.
그 때가 1920년. 이후 양키스는 루스의 대포를 발판 삼아 MLB는 물론 전 세계 최고 프로스포츠 명문구단으로 거듭났다. 반면 보스턴은 우승하지 못하는 불운의 상징, 양키스에 밀린 2인자 이미지로 무려 86년을 보냈다.
예일대, 샌디에이고대학 로스쿨 출신인 엡스타인은 29세이던 2003년 보스턴 단장으로 부임, 선수단의 체질을 개선했고 2004년 밤비노의 저주를 깼다. 2007년 한 차례 더 보스턴의 우승을 견인했는데 이를 함께 일군 이가 올해 월드시리즈 상대팀 클리블랜드의 감독 테리 프랑코나인 점이 흥미롭다.
능력을 인정받아 2011년 시카고 컵스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엡스타인은 4년 연속(2011~2014) 5할 이하 승률에 머무렀지만 힘을 길렀고 지난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진출,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브레인 프런트’의 힘을 보여줬다.
형편없는 성적에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는 동안에도 엡스타인 사장은 2015, 2016년을 내다보고 팀을 운영했다. 이 사이 앤서니 리조,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정상급 타자로 자랐고 존 레스터, 아롤디스 채프먼 영입으로 마운드도 높였다. 컵스는 올해 3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승수를 쌓았다.
◆ 괴짜 감독 조 매든의 화룡점정
프런트의 화끈한 지원에 화룡점정을 찍은 건 조 매든 감독이다. 만년 하위팀이던 탬파베이 레이스를 2008년 월드시리즈로 올려놓아 명장 반열에 올라선 매든은 9년간 몸담았던 탬파베이를 떠나 지난해 컵스의 지휘봉을 잡았고 2년 연속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매든은 ‘괴짜 감독’으로 유명하다.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펭귄 같은 동물들을 데려오고 DJ, 마술사 등을 고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는 클럽하우스에 복싱 영화 록키 발보아 OST 더 베스트 오브 록키를 틀어 사기를 고취시킨 적도 있을 만큼 파격 행보를 즐긴다.
적지 않은 나이 62세이지만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다. LA 에인절스 벤치 코치 시절부터 세이버메트릭스에 관심을 가져 탬파베이 시절 수비 시프트를 즐겨 썼는데 컵스에서는 이 횟수를 대폭 줄여 의문을 낳았다. 투수들이 워낙 훌륭해 강한 타구를 좀처럼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가을에는 극성맞은 컵스 팬들로부터 선수 교체가 너무 잦고 투수 기용도 지나치게 파격적이라는 이유로 원성도 꽤 많이 들었다. 특히 마무리 채프먼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너무 자주 등판시켰다가 7차전에서 화를 입을 뻔 했다.
그래도 매든은 컵스의 우승을 일궜다. 염소의 저주를 깬 지도자는 매든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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