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글·사진 민기홍 기자] “야구단이라고 한정짓지 마라. 엔터테인먼트 제공자로 포지셔닝하라.”
‘스포츠 천국’ 미국의 스포츠마케팅학회장을 역임했던 윌리엄 서튼 사우스플로리다대 교수가 한국프로야구계를 향해 날린 강렬한 한 마디다.
14일 서울 양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6 KBO 윈터미팅의 포문을 연 서튼 교수는 “사람들이 야구장에 오면 슬퍼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재미를 파는 구단이 적다. 펀(fun)을 세일즈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괴짜 구단주 마크 큐반은 “우리는 팬들에게 농구티켓을 파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시간을 파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구단주임에도 큐반에게선 권위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일반석에 앉아 팬들과 소통하며 선수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늘 듣고 이를 현장에 반영한다. 심판 판정에도 거침없이 불만을 토로해 큐반의 존재가 곧 훌륭한 스토리다.
서튼 교수는 “야구를 야구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상현실과 게임을 더해 야구장을 흥미롭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요가 클래스, 콘서트가 열린 스타디움과 9홀 골프코스로 바뀐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펫코 파크를 예로 들었다.
NBA 사무국에서 구단 마케팅, 경영지원 담당 부사장을 지낸 그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탬파베이 라이트닝도 거론했다. 탬파베이는 지난해 10월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이 매긴 얼티밋 랭킹에서 야구(MLB), 농구(NBA), 미식축구(NFL) 명문구단을 모조리 제치고 전체 122개 구단 가운데 3위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서튼 교수는 “탬파베이는 매 경기 5만 달러씩을 기부하고 연고지 유망주들에게 도움이 될 일을 늘 모색한다”며 “구단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돌려줄 수 있는지를 치열히 고민하라. 팀과 도시가 함께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직 관리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서튼 교수는 “팬을 만족시키기에 앞서 직원이 행복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서비스 레벨에 문제가 생긴다. 좋은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을 만든다”고 역설했다.
구단 내부 교육 프로그램도 강조했다. 그는 “구단 차원에서 인터뷰 교육을 해야 한다. 선수들이 미디어의 생리를 알아야 한다”며 “구단이 선수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그들은 무엇이 필요한지 궁금한지 물어보라”고 말했다.
서튼 교수는 “이 모든 것이 멀리 있지 않다. 흥미를 건드리면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커진다”며 "금, 토, 일요일에 집중해 관객을 만들어라", "35세 이하의 구매력 높은 팬들을 적극 공략하라" 등 알토란 조언을 건네 큰 박수를 받았다.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마케팅팀 매니저, 고척 스카이돔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 직원 등이 서튼 교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서튼 교수는 “지갑을 열려면 팬의 마음을 훔치면 된다”며 “팬의 마음을 얻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자”고 재차 강조했다.
[취재 후기] 팬과 함께하는 KBO 윈터미팅은 올해로 두 번째다. 행사는 지난해보다 한결 정돈된 느낌을 줬다. 이윤원 롯데 자이언츠 단장이 서튼 교수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고 열심히 필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척 스카이돔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개장으로 사상 처음으로 800만 관중을 돌파한 한국프로야구다. 영화, 놀이공원과 겨룰 기반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 팬이 즐거운 야구장을 만들어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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