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올스타 브레이크를 거친 프로야구가 후반기에 돌입한다. KIA 타이거즈가 선두를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더욱 치열한 중위권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팀 득점과 실점을 토대로 각 팀의 기대 승률을 나타내주는 피타고리안 승률로 후반기 예상 성적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최종결과와 완전히 일치할 수 없다는 점은 밝혀둔다.
◆ 피타고리안 승률이란?
피타고리안 승률은 야구의 세부적인 지표를 분석하는 세이버매트릭스의 대부라 불리는 빌 제임스가 고안한 경기 기대 승률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경우 162경기, KBO리그는 144경기를 치른다. 구기 스포츠 중 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르는 게 야구다. 득실차가 결국 순위와 유사하게 흘러간다고 주장한다.
피타고리안 승률 공식은 팀 득점의 제곱값을 팀 득점의 제곱과 실점의 제곱 값을 더한 뒤 나눠주는 것(기대 승률=팀 득점²/팀 득점²+팀 실점²). 이 값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제곱 대신 다른 변형된 수를 넣어주기도 하는데 미국 야구 통계전문 사이트 베이스볼레퍼런스는 1.83을 대입한다. 이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제곱 대신 1.83을 사용해 계산한 값을 적용시켰다.
피타고리안 승률이 최종 순위표와 다를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득점과 실점을 바탕으로 한다는 데 있다. 즉, 득실 차에 의해 순위가 갈린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A라는 팀은 5할 이상의 승률을 달리지만 이길 때는 적은 점수 차로 간신히 이길 때가 많고 질 때는 큰 점수 차로 지는 경우가 많다면 득실차는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실제 순위와 기대 승률에 따른 결과가 크게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한 경우가 시즌 내내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통상 득점이 많은 팀, 실점이 적은 팀이 승리를 하는 게 보통이다. 특수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게 야구라는 스포츠이기는 하지만 그 어느 종목보다 평균이 가지는 의미가 큰 것 또한 야구다. 그렇기에 피타고리안 승률은 정확하진 않더라도 미래를 예측해보는 가늠좌가 될 수 있다. 단지 앞으로의 변수는 배제된, 현재까지 흐름대로 팀이 흘러간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자면 정규리그 1위 두산 베어스(0.640), 2위 NC 다이노스(0.598), 3위 넥센 히어로즈(0.533)는 모두 피타고리안 승률에 따른 순위와 실제가 같게 나타났다. 시즌 후반까지 가을야구 진출에 도전했던 삼성 라이온즈(0.491)가 실제 순위(9위)와 다르게 5위까지 올라온 게 눈에 띄었지만 4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LG 트윈스(0.488)가 6위, 실제 5위였던 KIA 타이거즈(0.510)가 4위를 차지한 것은 중위권 경쟁이 치열했던 것을 고려하면 그리 큰 차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 후반기 반등 순위 변화 가능성, 선두 경쟁 KIA-NC 전망은?
각 팀들이 아직 60경기씩을 더 치러야 한다.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지만 현재까지 득점-실점 흐름을 살펴보면 실제 순위표와 마찬가지로 KIA의 독주가 예상된다. KIA의 기대 승률은 0.637. 실점(432)은 LG(363), 두산(422), NC(430)에 이어 4위지만 압도적인 타선의 힘으로 득점(587) 1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 2위 SK 와이번스(481)와 차이만 100점 이상이다. 득실차가 무려 155다.
현재의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KIA는 올 시즌 91승을 거둘 것이다. 두산이 지난해 세운 프로야구 역대 한 시즌 최다 93승에도 도전해 볼 수 있을 페이스다. 팬들을 더욱 설레게 만드는 것은 KIA가 크게 흔들릴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2위 NC는 KIA와 벌어진 승차(8경기) 만큼이나 불안한 상황이다. 실제 승률은 0.578이지만 기대 승률은 0.512로 전체 6위에 그쳤다. 득점은 441, 실점은 430으로 득실차가 11점에 불과했다. 특히 득점은 공동 7위로 NC 타선의 고전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럼에도 NC가 실제 순위표에서 2위에 머물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강력한 불펜의 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야구 전문 통계사이트 KB리포트에 따르면 NC의 선발 평균자책점(ERA)은 4.97로 6위였지만 불펜 ERA는 4.15로 1위다. 즉, 타선의 적은 득점 지원에도 불펜진의 활약으로 리드를 지켜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반면 질 때는 선발이 무너지며 대량실점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기대 승률에 따른 예상 승수보다 5승이나 더 챙겼다.
NC가 KIA와 선두 경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침체된 타선이 지금보다 살아나야 한다. 타율 0.244, 0.263로 처져 있는 박석민과 이호준이 제 컨디션을 찾는다면 선두 도약에 힘을 얻을 수 있다. 또 불펜진은 지금과 같은 힘을 유지해야 한다. 다만 불펜 에이스 트리오 김진성과 임창민, 원종현이 최근 몇 시즌 간 하나 같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은 걱정거리다. 이들이 무너진다면 결국 NC의 실제 승률도 기대 승률을 따라갈 확률이 높다.
◆ 불운했던 한 지붕 라이벌, 그럼에도 LG는 위기-두산은 기회
LG도 매우 흥미로운 팀이다. 득점(388)은 kt(352)에 이어 9위로 처져있지만 실점(363)도 가장 적다. 그러나 기대 승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득실차. 상대적으로 저득점으로 보는 손해보다는 최소실점으로 챙기는 보는 이득이 컸다. 득실차 52로 피타고리안 승률은 0.561, 두 번째로 높았다.
원래 챙겼어야 할 5승이 사라진 것이다. 이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극심한 불운이 지속되지 않는 한 LG의 실제 승률도 높아질 확률이 크다.
다만 LG를 이끌어 온 투수진의 균열이 불안요소다. LG는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리그 최상급의 안정감을 보여왔다. 그러나 데이비드 허프가 부상으로 빠져 있고 불펜 자원 윤지웅마저 음주운전으로 인한 징계로 올 시즌엔 마운드에 오를 수 없게 됐다. 임정우가 2군 합류를 앞두고 있는 점은 기대요소이긴 하지만 1군에서 제 몫을 하기까지는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지 예상하기 힘들다. 실점이 많아질 게 뻔한 상황에서 타선이 각성 없이는 순위 상승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두산도 LG 만큼은 아니지만 운이 잘 따르지 않았다. 기대 승률(0.543)상으로는 3위를 차지해야 했지만 실제 순위는 5위. 예상보다 2승 이상의 손해를 봤다.
그러나 전망은 LG보다 밝다. 득점(464) 4위, 최소실점(422) 2위로 안정적인 활약을 보이고 있는 두산은 부상을 입은 핵심 타자 양의지와 민병헌이 조만간 가세한다면 타선의 무게가 더욱 실릴 것이다. 득점권 타율 0.281(7위)로 찬스에서 작아지는 약점도 어느 정도 보완이 될 것이다. 게다가 부상으로 시즌 내내 제 몫을 하지 못했던 마이클 보우덴까지 자리를 잡는다면 투타 밸런스가 더욱 안정되며 득실차는 더욱 커질 확률이 크다. 두산이 여전히 무서운 존재로 꼽히는 이유다.
NC와 LG, 두산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실제 순위와 기대 승률에 따른 순위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7위부터 10위까지 팀들은 아예 똑같았다. 득실차가 클수록 승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현재의 순위 판도를 뒤집기 위해서는 분위기를 바꿀 긍정적 변수가 필요하다. 부진한 외국인 투수 닉 애디튼을 대체해 조시 린드블럼을 재영입한 롯데 자이언츠도 후반기 반등이 기대되는 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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