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밴헤켄이 팀 에이스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준 앤디 밴헤켄(38)를 향해 극찬을 펼쳤다.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완벽히 자신의 역할을 해낸 밴헤켄에 대한 고마움과 뿌듯함이 뒤섞여 있었다.
밴헤켄은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100구 2피안타 1볼넷 1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팀이 3-0으로 이기며 시즌 6승(4패)째를 수확했다. 개인 4연승.
3연승을 달린 넥센은 52승 46패 1무를 기록하며 6위 SK와 승차를 3경기로 벌리고 5위를 굳게 지켰다.
최근 ‘퐁당퐁당’ 피칭으로 기복을 보였던 밴헤켄은 지난달 26일 LG 트윈스전 8이닝 1실점 이후 연속 쾌투로 시즌 6승(4패)째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도 3.86에서 3.53으로 끌어내렸다.
공격적인 피칭으로 SK 타선을 괴롭혔다. 스트라이크-볼 비율이 7-3에 달했다. 경기 초반에는 포크볼을 바탕으로 변화구의 구사 비율이 높았다. 밴헤켄의 최고 무기는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포크볼이다. 1회 SK 제이미 로맥은 날카롭게 가라앉는 포크볼에 무리하게 스윙을 시도하다가 방망이를 3루수 너머 좌익선상까지 날려버리기도 했다.
경기 후 밴헤켄은 “변화구 제구가 좋아서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었고 헛스윙 땅볼을 많이 유도할 수 있었다”며 “초반 3타자 삼진으로 잡아낸 덕분에 경기가 잘 풀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SK 타자들은 밴헤켄의 포크볼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듯 했다. 밴헤켄이 2회까지 포크볼로 3개, 속구로 2개로 5개의 삼진을 잡아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영리한 밴헤켄은 이후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줬고 이는 완벽히 적중했다. 결정구로 속구의 비중을 높였고 포크볼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던 SK 타자들은 연신 허공을 갈랐다. 3회부터 기록한 7개의 탈삼진 중 6개가 속구에 의한 것이었다. 밴헤켄은 “직구도 좋아서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간 것도 오늘 승리의 주요한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12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밴헤켄은 지난해 9월 2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기록한 자신의 이 부문 한 경기 최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회초 단 11구만 던져 SK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날 밴헤켄의 엄청난 호투를 암시하는 장면이었다.
2회도 삼자범퇴로 막아낸 밴헤켄은 3회 1사 이후 스트레이트 볼넷,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듯 했지만 조용호에게 유격수 방면 땅볼을 유도, 병살타로 이닝을 마쳤다. 이날 SK의 유일한 득점 기회였다. 밴헤켄은 다시 6회까지 9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7회 김동엽에게 이날 2번째 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큰 위기 없이 이닝을 마치고 8회부터 김상수에게 공을 넘겼다.
넥센은 전날 트레이드로 지난 시즌 구원왕 김세현을 KIA 타이거즈를 보냈다. 좌투수 2명을 받아오는 조건이었다. 경기 전 장정석 감독은 이들의 영입이 올해보다는 내년 시즌 활용을 위해 맞춰져 있음을 밝혔다. 결국 당장은 불펜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밴헤켄은 이러한 걱정들을 날려버리는 호투로 장 감독을 뿌듯하게 했다. 7이닝을 책임지며 SK 타선을 꽁꽁 묶었고 장 감독은 필승조로 2이닝을 무난히 막아내며 연승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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