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샤크라’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이은이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해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가 며칠 만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대부도에 위치한 '아일랜드 리조트'의 초호화 빌라에 산다는 사실이 공개돼 부러움을 받았으나 리조트 측이 시공업체에 공사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보도됐기 때문입니다.
이은은 지난 13일 SBS '오! 마이 베이비'에 출연해 호화 저택에서 보내는 일상을 과감히 공개해 부러움을 샀습니다. 사생활이 알려지면 식구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아토피 피부염을 심하게 앓은 세 딸의 엄마로서 육아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출연 의도를 밝혔습니다. 시청자들로서는 화려한 인기가수의 이미지를 벗고 모성이 강한 엄마로 거듭난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6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은 이은의 시댁이 운영하는 아일랜드 리조트가 시공업체에 "회사가 부도 났으니 공사대금을 줄 수 없다"며 그 대신 골프장 회원권을 주었다고 폭로했습니다. 리조트 측은 방송 다음 날 사실이 왜곡 보도됐다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리조트 측과 이은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합니다. 이국적인 저택에 사는 이은에게 보냈던 부러움의 눈길이 업체에 대한 비난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녀가 사는 곳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에 위치한 ‘아일랜드 리조트’입니다. 대부도는 포도로 유명한데 이곳 포도가 맛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토양도 중요하지만 넉넉한 햇살과 맑은 해풍 또한 포도의 품질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풍광이 좋은 곳에, 이은의 시아버지인 권오영 아일랜드 리조트 회장은 골프, 승마, 요트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리조트를 만들 구상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리조트에 관한 의혹이 보도되기 전에 대부도로 콧바람을 쐬러 다녀왔기에 업체 비리 여부와는 상관없이 분위기를 전합니다. 지도를 보니 일산에서 아일랜드 리조트까지는 대략 1시간 30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장수IC에서 인천의 월곶쪽으로 향했습니다. 중부권에서 오는 분들은 다 월곶을 경유해야 합니다. 저만 그런지는 모르지만 월곶을 지날 때마다 소래포구와 수인선 협궤열차가 생각납니다. 회를 사러, 또 김장철에 새우젓 사러들 많이 가는 곳이지요.
월곶 포구에 접한 오이도도 수도권 사람들의 나들이 장소로 명성이 높지요. 오이도는 초등학생이 들으면 ‘오이가 많은 섬인가?’ 라고 생각할 법하지만 한자로는 ‘까마귀의 귀를 닮은 섬’입니다. 보통 우리나라의 지명은 사람이나 동물, 사물의 형상을 빗대어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양에서 인명을 지명에 빌려 쓰는 것과는 대조적이지요. 그래서 저는 서양은 인간 중심적이고 우리나라는 자연친화적이라는 생각을 가끔 해 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요즘 서양 사람들이 더 자연친화적이지만요. 산과 강을 허물고 파헤치고 갯벌을 메우는 데 더 열성인 쪽이 서양이 아니라 우리이니까요. 기분 전환하러 가다가 머리가 무거워지려하는군요.
다시 오이도로 돌아옵니다. 일제강점기인 1922년, 일제는 전쟁에 쓸 소금을 얻기 위해 긴 제방을 쌓았고 이후 오이도는 섬이 아닌 육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대형 선착장과 종합어시장, 회와 칼국수 등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있는 관관명소가 되었습니다.
오이도를 지나면 오이도와 대부도를 잇는, 길이 11.2Km의 시화방조제를 지나게 됩니다. 방조제 중간에 차를 안전하게 멈추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기에 잠시 주차하고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날이 쌀쌀한지라 누군가는 차를 물가 근처에까지 갖고 가서 바다를 보고 있었습니다. 너른 갯벌 뒤로 우뚝 솟은 대형빌딩이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바다를 보는 기분은 언제나 상쾌 통쾌합니다. 바다는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답답증과 우울감, 분노를 쓸어 내려줍니다.
먼 하늘로 비행기 한 대가 떠갑니다. 해외여행을 그토록 많이 했지만 비행기를 볼 때마다 또 타고 싶어지는 것은 웬 일일까요?
이제 대부도에 이르러 방아머리 선착장을 지나 영흥도, 선재도 등이 표시된 이정표를 보며 달립니다. 도로 곳곳에 아일랜드 리조트 또는 아일랜드 C.C 라는 이정표를 보고 20여분을 달리니 ‘지상에서 누리는 최고의 축복’이라는 환영문구가 반기고 회원권 분양을 알리는 안내문구도 나타났습니다.
리조트로 올라가니 먼저 가우디의 건축 기법을 떠올리는 멋스런 외딴 건물이 보였습니다. 나중에 안내데스크에 물으니 교회 건물이랍니다. 방송에서도 드러났듯이 권 회장은 독실한 신자인 것 같습니다.
리조트 건물은 크게 두 구역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최고급 호텔 수준의 시설을 자랑하는 웅장한 클럽하우스와 주거 시설인 빌라였습니다. 빌라는 평형에 따라 11억원과 15억원이라고 하니 내부는 들여다보지 않아도 호화로움이 짐작이 갑니다. 클럽하우스 오른쪽에 쌍둥이빌딩처럼 자리한 건물이 빌라입니다.
저는 카메라를 어깨에 걸치고 리조트 구경에 나섰습니다. 바다를 향해 툭 트인 풍광을 보니 가슴을 뻥 뚫립니다. 겨울이라 목장에 말도 없고 나무도 옷을 벗어서 썰렁했지만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한없이 따사롭고 풍요로웠습니다. 분위기가 제주도의 이시돌목장과 비슷합니다. 산자락을 따라 골프장 설계의 세계적 명장이라는 데이비드 데일이 만든 필드를 보며 여유롭게 산보를 즐겨 보았습니다. 골프장이 남쪽에 자리해서 매서운 북풍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멀리 눈길이 닿는 곳에 바지락과 낙지 등이 숨 쉬는 갯벌에 오후의 해가 넉넉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지상에서 누리는 최고의 축복은 이은이 사는 호화 빌라도 아니고 거액을 들여 즐기는 골프도 아니고, 거친 일상에서 한 발짝 벗어나서 자신의 삶을 관조할 줄 아는 이런 여유로움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에, 해넘이 구경을 어디에서 할까 잠시 궁리했습니다. 리조트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10여분만 내려가면 선재대교에 이릅니다. 선재도와 영흥도로 연결되는 통로지요. 선재도 옆의 목섬에 물이 빠지면 걸어서 갈 수 있는데, 그곳의 침식해안까지 가볼 요량으로 급히 내려가니 바닷물이 가득 들어오는 시간이라서 목섬은 목만 내놓고 있었습니다.
차를 구봉도로 향했습니다. 할미할배바위를 보며 노을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30분 가까이 걸리는 거리입니다. 주민에게 물으니 종현어촌체험마을로 가서 주차하고 1km 정도 걸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체험마을에 당도해 보니 제부도처럼 바다 앞에 횟집이 즐비한 상가입니다. 해변 앞에 선으로 그어진 주차공간이 비어 있는데도 각 식당은 차를 대지 못하게 했습니다. 10여 분을 빙빙 돌다 보니 어느새 해가 수면 아래로 ‘빠이빠이’하려 합니다. 겨우 아무 곳에 대고 낙조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할미할배바위, 낙조전망대, 구봉도개미허리(다리)까지 걷기를 즐기며 여유로이 붉은 노을을 구경하려던 계획이 어긋나서 아쉬웠습니다.
종현마을에서 해지는 것을 보고 허기를 채우려고 칼국수 한 그릇 먹을까 했더니 아무 식당도 1인분은 팔지 않는답니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손님이 식당 안에 절반도 차지 않았는데도 내쫓는 인심을 보고 좀 야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곧 상당히 괜찮은 식당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다시 시화방조제로 오는 도중 ‘미리내 우리밀 칼국수’라는 곳을 봤습니다. 큰길 옆에 있습니다. 전남 구례에서 생산되는 국내산 밀가루를 사용해 전라도식 김치와 더불어 꽁보리밥까지 주는 식당이었습니다. 수입밀가루에 방부제를 얼마나 첨가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국산이 아닌 밀가루는 먹기가 겁이 날 것입니다.
종현마을 식당들의 푸대접에 차라리 탄수화물 섭취를 안 해 오히려 고맙다며 스스로 위안했지만 우리밀 국수를 보니 회가 동했습니다. 이렇게 안전한 우리먹거리를 먹을 때는 괜히 신나고 기분이 좋습니다. 더군다나 혼자서도 눈치 안 보고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바지락이 듬뿍 들어간 따듯한 칼국수 한 그릇에 무심코 혼자 떠난 주말의 외유가 환희 속에 막을 내렸습니다. 이집 전화는 032-886-6916입니다.
* 경치 좋은 곳에 가서 바람을 쐬고 와서도 기분은 그리 상쾌하지가 않군요. 아일랜드 리조트가 정말 영세한 인테리아 업자들의 공사대금을 주지 않았는지, 리조트 측의 반박문에 나온대로 MBC가 왜곡된 청탁 방송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내막을 알 수 없기에 가타부타 말하기는 뭐하지만, 그러나 저는 이 순간 사회지도층이나 부자가 지위에 걸맞은 임무를 다해야 한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생각납니다. 사랑채의 쌀뒤주에서 이웃이 주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료로 쌀을 퍼가도록 허용하고, 밥 짓는 굴뚝 연기를 보고 이웃들이 울적해할까 봐 굴뚝을 최대한 낮게 설치했던 구례 '운조루'의 정신이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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