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 Tip] 전종서는 영화 팬들에게 낯선 얼굴이다. 그래서일까? 영화 '버닝'의 개봉 전부터 전종서를 둘러싼 찬사와 비판이 공존했다. '대형 신인'이라는 평가부터 '태도 논란'까지 전종서를 둘러싼 말들은 넘쳐났다.
그래서 궁금했다. 스크린 밖 전종서는 어떤 배우, 사람일까?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전종서의 등장은 그야말로 '깜짝'이었다. 전종서는 '버닝' 이전 어떤 영화, 드라마에도 출연한 적이 없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전종서의 등장에 영화 팬들의 궁금증이 많은 것도 당연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전종서는 신인 답지 않은 여유로 기자를 놀라게했다. 많은 언론 인터뷰로 지칠 법 했음에도 불구하고 때론 진지하게, 또 유쾌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 전종서의 첫 '칸 영화제'
수많은 기자들이 물어봤을 질문이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전종서는 칸 영화제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담담하게 "좋았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버닝' 촬영이 끝나면, 이 사람들(제작진과 배우들)과 헤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게 아쉬웠는데, 칸에 진출하게 됐단 이야기를 들었죠. 만남이 또 있다는 것. 그게 기뻤어요."
칸 영화제는 모든 영화인이 꿈꾸는 무대다. 데뷔작 '버닝'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은 전종서는 칸 영화제 당시 느꼈던 감정을 가감없이 밝혔다.
"제가 연기 경력이 더 많았다면 칸 영화제가 더 특별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신인인 저는, 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어요. 모두를 따라가는 기분이었어요."
칸에서 자신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는 기분은 어땠을까?
"분위기가 정말 달랐어요. 한국에서 볼 때는 제 얼굴이 스크린에 나오는 게 마냥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칸에서 영화 '버닝'을 볼 때는 영화가 새롭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칸에서 보기 전에 두 차례 한국에서 영화를 봤는데, 제대로 본 것은 칸에서 본 게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 이창동과의 첫 만남, 그리고 데뷔작 '버닝'
이창동 감독은 배우를 보는 안목이 뛰어난 감독으로 손꼽힌다. 배우 문소리, 설경구가 이창동 감독의 캐스팅으로 빛을 봤다. '거장' 이창동 감독과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태어나서 첫 오디션이었어요. 앞으로도 오디션이 많을 거라고 당연히 생각했죠. 그래서인지 오히려 긴장은 안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죠."
이창동 감독과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감독님은 부드러우셨어요. 제게는 첫 감독님이죠. 모든 감독님이 이창동 감독님 같진 않겠지만, 제겐 선생님 같으셨어요."
전종서는 세종대 연극영화학과 출신이다. '버닝' 출연 전부터 연기에 뜻을 가지고 있던 그는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로 '비디오 방'을 꼽았다.
"영화를 좋아했어요. 어린 시절에는 비디오 방에서 비디오를 빌려다 봤죠.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는 '해리포터'였어요. 처음 빌려 본 비디오도 기억이 나요. 초등학교 때 '악동클럽'을 처음 빌려봤어요."
데뷔작 '버닝'은 전종서에게 특별한 영화로 남았다. 전종서는 '버닝'과 제작진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밝혔다.
"'버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끝나서 정말 아쉬워요. '버닝'은 제게 데뷔작이기도 하지만 '버닝'으로 남을 것 같아요. 저에게 이렇게 특별한 만큼 감독님, 다른 배우들에게도 특별했음 좋겠어요. 그런 욕심이 있어요."
# 배우 전종서가 본 '해미'
'버닝'에서 해미는 좀처럼 알기 힘든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보는 관객도 해미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기 어려운데, 배우로서 연기하기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전종서는 해미를 연기해 낼 수 있었던 '팁'으로 '이해'가 아닌 '받아들임'을 꼽았다.
"감독님께서는 인물을 받아들이는 방식, 그게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자연스럽게 해미를 받아들여야 했죠. 감독님, 다른 배우 분들이 저를 많이 도와주셨어요. 연기를 하고, 촬영이 진행 될수록 해미에 대한 마음이 정리가 됐어요."
영화 속 해미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장면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그레이트 헝거' 춤을 추는 장면이다. 해당 장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물으니 전종서는 "연습을 했다"며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유튜브 자료를 이용해 그레이트 헝거 춤을 사전에 봤어요. 마임을 배우면서 춤 수업을 같이 들었죠."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 해미. 전종서와 해미는 얼마나 닮아 있을까? 전종서는 "꿈을 꾸는 점이 닮았다"며 의외의 대답을 했다.
"저는 평소 몽상을 해요. 잘 때도 꿈을 많이 꿔요. 깨어 있을 때도 꿈을 꾸고요. 여가시간에도 대체적으로 잠을 많이 자요."
# 전종서가 말하는 배우, 그리고 인간 전종서
인터뷰 내내 전종서는 솔직했고, 때로는 생각에 빠져 있기도 했다. 신인배우 임에도 긴장하지 않고 편안한 자세로 인터뷰 하는 모습은 영화 '버닝' 속 해미의 천진함을 닮아 있었다.
전종서는 "인터넷 검색을 잘 안 한다"며 자신을 둘러싼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도 '쿨'한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 검색을 하고 반응을 확인하는 게 제 컨디션에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요. 인터넷을 안하다 보니 제게 쏟아지는 관심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저를 보고 싶어요."
스스로에게 남다른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전종서는 "자신하는 건 아닌데, 저보다 저를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라며 생각을 밝혔다.
'버닝'으로 남들보다 주목받는 시작을 한 전종서다. 앞으로의 욕심은 없을까? 전종서는 "자신의 것은 다 정해져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초탈한 모습을 보였다.
[취재후기] 신인 배우를 인터뷰 할 때는 인터뷰어도 긴장하기 마련이다. 때론 촌철살인의 답변으로 긴장감을, 때로는 즐거운 대답으로 웃음을 선사한 배우 전종서의 다음 작품은 어떤 작품이 될까. 이창동 감독이 발굴해 낸 또 하나의 원석이 빛을 발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