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판타지스타' 안정환을 중심으로 조기축구회가 결성됐다. 심지어 멤버들은 전 국가대표 출신 레전드들이다.
지난 13일 첫 방송된 JTBC 신규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는 대한민국 스포츠 1인자들이 전국 축구 고수와의 대결을 통해 조기축구계 전설로 거듭나기까지 스포츠 레전드들의 성장 스토리를 공개한다.
앞선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 산다'에 출연했던 조기축구팀 감독 안정환을 비롯해 김용만, 김성주, 정형돈이 그대로 출연하고, 스포츠계를 주름잡았던 이만기, 허재, 양준혁, 이봉주, 여홍철, 심권호, 진종오, 김동현이 선수로 뭉쳤다. 과연 이 프로그램은 스포츠 예능의 또 다른 성공작으로 남을 수 있을까?
# '뭉쳐야 찬다' 첫 방송 결과는? '맑음'
첫 방송에선 이들의 만남과 현재 실력을 그대로 공개했다. 전설적인 선수들의 조합이었지만, 시청자들의 기대와 달리 결과는 참담했다. 첫 경기에서 무려 0대11로 참패를 기록한 것. 안정환은 선수들에게 "다음엔 한자리 수 실점으로 줄여보자"고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며 고기 회식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참패한 기록과 달리 '뭉쳐야 찬다'는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목요일 오후 11시에 방영됐지만 2.7%(닐슨 코리아, 전국기준)의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분당 최고 시청률은 4.3%까지 치솟았다. 방송 직후 실시간 검색어에 멤버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시청자들은 기대감을 표했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조합이라는 게 대다수 시청자들의 반응이다.특히 운동계 선후배를 선수로 ‘모셔야 한다’는 생각에 소화제까지 챙겨먹는 감독 안정환의 모습과 느긋한 태도로 버럭 화를 내는 허재 등 선수들의 케미스트리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다.
18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용만은 "'뭉쳐야 뜬다'를 하면서 얘기를 나눴던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며 "각종 캐릭터가 많다. 특히 쉽게 화를 내는 허재 씨부터 해서 이만기, 심권호 등 이 프로그램이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단합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감독 안정환과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준 김성주는 자신이 진행했던 핫한 프로그램 '미스트롯'을 언급하며 "분위기가 비슷하다. 중장년층의 열띤 분위기에 잘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감독 안정환, 예능감+지도력 모두 갖췄다?
과거 안정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감독을 맡아 지도자로서 역량을 과시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10월까지 방영된 KBS 2TV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을 통해 이을용, 이운재와 함께 팀을 이끌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시련을 겪어 결국 축구를 포기했던 사람들이 재도약을 꿈꾸는 과정이 담겼다.
안정환은 예능감과 지도력을 모두 갖춘 적임자다.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프로그램 기획 당시 최재형 PD가 가장 먼저 섭외했던 건 안정환이었다. 최PD는 당시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본인이 가진 능력이 탁월하고 노력하면서 극복했지만 어려운 시절을 보냈기에 누구보다 이 친구들을 잘 이해하고 다독여주고 다그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안정환 덕분에 오합지졸이었던 선수들은 점차 조직력을 갖춰갔고 총 6승 3무 6패를 기록했다. 다소 부족한 성과라고 볼 수 있지만 상대 팀의 면면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벨기에 퍼스트 아마퇴르 디비전 소속의 AFC 튀비즈를 비롯해, 올랭피크 리옹 U-19, 프랑스 리그 2의 AS 낭시는 물론 성남 FC, FC 서울 등 국내리그 소속팀과도 붙었다.
특히 방송에서 공격수로 뛰었던 남하늘은 고양 자이크로 FC와 계약해 프로에 입단하며 선수로서 활약을 이어가는 성과도 남겼다. 하지만 예능, 오디션, 다큐멘트리를 합친 일명 '다큐테인먼트'를 표방하면서 재미는 조금 놓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은 5.6%를 기록했다.
# '뭉쳐야 찬다', '우리동네 예체능'-'불멸의 국가대표'로 본 성공 가능성은?
'뭉쳐야 찬다'는 축구라는 특정 종목을 통해 축구에 익숙지 않은 유명 선수들이 다시 뭉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축구는 아니었지만, 과거에도 이미 레전드들이 뭉쳐 새로운 프로그램에 도전한 사례가 있었다.
채널A 론칭 초기인 2011년 방영됐던 '불멸의 국가대표'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을 논할 때 빼놓기 어렵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뭉쳐야 찬다'처럼 국가대표 출신의 은퇴선수들이 대거 등장해 '우리동네 예체능'처럼 각종 종목에 도전했다.
'뭉쳐야 찬다'에 출연 중인 이만기, 양준혁, 이봉주, 심권호는 당시 '불멸의 국가대표'에서도 큰 웃음을 선사했다. 당시엔 농구레전드 우지원, 배구 레전드 김세진과 쇼트트랙 국가대표 출신 김동성까지 합세해 인기를 끌었다.
'불멸의 국가대표'에서 다룬 종목은 무척 다양하다. 유도, 수영, 농구, 배드민턴, 볼링, 탁구를 비롯해 양궁, 씨름, 사격, 핸드볼, 당구, 격투기, 마라톤, 컬링 태권도, 레슬링, 레이싱, 비치발리볼에 이르기까지 생소하면서도 신선한 종목을 모두 다뤄 재미를 선사했다.
채널A 개국 당시 적지 않은 프로그램들이 조기 종영됐지만 '불멸의 국가대표'는 확실한 시청자층을 확보하며 9개월동안 방영됐고, 마지막 4부는 2012년 당시 런던올림픽 특집으로 꾸며져 높은 관심을 받았다.
비슷한 포멧의 프로그램은 지상파에서도 다뤄졌다. 지난 2013년 4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무려 174부나 방영됐던 '우리동네 예체능'은 씨름 국가대표 강호동을 중심으로 생활체육 종목을 하나씩 격파해 나갔다.
축구는 물론 탁구, 볼링, 베드민턴, 농구, 테니스, 족구, 수영, 유도, 배구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활동 중인 생활체육팀들과 꾸준히 대결을 펼치며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를 일깨워줬다. 이 프로그램은 최고시청률 9.2%를 기록하며 스포츠 예능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종목들은 '불멸의 국가대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생활체육과 밀접한 것들만 다루다보니 범위가 훨씬 좁혀졌고 특정 종목에 대한 몰입도가 올라가면서 시청자들의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에 적지 않은 방송 관계자들은 '뭉쳐야 찬다'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방송 제작 경력 15년의 A씨는 "최근 U-20월드컵 준우승으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한껏 높아진 시기에 축구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나왔다는 게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특히 과거 예능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만기-심권호 등이 선사하는 멋진 케미스트리와 허재, 이봉주를 비롯한 멤버들의 뚜렷한 캐릭터가 무척 매력적이다"고 분석했다.
방송가 안팎에서 호흡을 맞춘 열한 멤버들이 '뭉쳐야 찬다'로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의 또 다른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무척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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