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고등학교 선생님이자 세 아이의 아버지인 지미 모리스는 1999년 서른 다섯의 나이로 시속 157㎞의 강속구를 뿌리며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했다.
LG 트윈스 한선태(25)는 한국의 지미 모리스다. 엘리트 야구선수가 아닌 그는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임창용의 활약을 보고 야구공을 잡기 시작했고 이후 사회인야구에서 활동하며 꿈을 키웠고 결국 프로의 꿈을 이뤄냈다.
2019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최종 10라운드에서 LG의 지명을 받은 한선태는 퓨처스리그(2군) 맹활약에 이어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 구원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프로야구에 발을 디디는 게 목표였던 한선태는 2군에서 19경기에 나서 평균자책점(방어율) 0.36으로 준비된 신인임을 알렸다. 나아가 한선태는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비(非) 선수 출신 선수는 한선태가 처음이다. 한국판 지미 모리스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1군 마운드에 선 것만으로도 프로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모리스와는 달라야 한다. 모리스의 스토리는 영화 ‘루키’로 만들어질 만큼 감동적이었다. 꿈을 갖고 이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나 해낼 수 있다는 교훈까지 안겨줬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녹록지 않았다. 모리스는 탬파베이 레이스의 구원 투수로 2시즌 동안 활약했지만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81을 기록한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실력이 걸출한 것도, 나이가 어려 성장 가능성이 큰 것도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25일 등판과 함께 프로야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된 한선태는 모리스와는 달리 나이가 어려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2군에서 충분히 가능성도 확인했다.
한선태는 각종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목표를 새로 써가고 있다”고 말한다. 최일언 코치도 그에게 프로 데뷔에 만족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스토리뿐 아니라 리그 내 위상에서도 모리스를 넘어설 여지가 큰 한선태다. 야구 팬들은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노력을 통해 비선출의 선례로 남기를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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