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선영 기자] 한여름 폭염 아래 천막 두 개만 덩그러니 있었다. 땡볕 아래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주룩 흐르는 요즘 같은 날씨에 무슨 일일까.
그곳은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신도리코분회가 70일째 노상 투쟁을 벌이고 있는 장소였다. 텐트가 위치한 곳은 복합기, 복사기, 프린터 제조·유통·판매 업체인 신도리코(회장 우석형) 서울 성수동 본관 정문 앞이다.
신도리코노조는 그곳에서 사측을 향해 △성실하게 교섭하라 △임금·단체 협약에 응하라 △전근대적인 군사조직문화를 개선하라 △직장 내 괴롭힘을 당장 중단하라고 목청을 돋우고 있었다.
신도리코노조는 지난해 6월 결성돼 사측과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신도리코노조의 이 같은 요구에 사측은 최근까지 31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구체적으로 합의된 사항은 없다는 것이 분회 측 설명이다. 강성우 신도리코 분회장은 “사측은 매번 합의할 사항(105개)이 많아서 검토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면서 지연 작전을 펴고 있다”며 “보여주기식으로 협상을 질질 끌고가는 동안 노조는 고사 직전으로 몰렸다. 그야말로 ‘법꾸라지’ 행태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급기야 신도리코노조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직장 내 슈퍼갑질’ 사례를 폭로했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 설치를 사측에 제안했다.
노조 측이 밝힌 신도리코의 ‘슈퍼갑질’ 내용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 우선 신도리코 여직원들은 올해 초까지 순번을 정해 구내식당에서 임원 및 외부 손님 ‘밥상서빙’을 해야 했다. 직원들은 매년 9월 우석형 회장이 참석하는 행사 때마다 ‘걸그룹 댄스와 차력쇼’를 준비해야 했다.
신도리코노조 관계자는 “현재 밥상서빙과 장기자랑은 없어졌으나, 해당 직원들은 여전히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아직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전근대적인 기업문화는 견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도리코노조는 사측이 협동·애사심을 키운다는 명목 아래 전근대적인 군대식 조직문화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신입직원들은 연수 과정에서 10㎏이 넘는 산악자전거(MTB)를 들고 배방산을 올라야 한다. 주임급 직원들에겐 4~6인 1조로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한강을 건너는 교육 프로그램 이수 의무가 주어진다.
이같은 ‘만행’들이 공개되고 나서야 사측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려는 기미를 드러냈다. 노조 측과의 대화에 응할 뜻도 내비쳤다.
신도리코노조는 22일 스포츠큐와의 통화에서 “사측으로부터 다음달 8일 협상을 진행하자는 연락이 왔다”며 “그동안 사측이 요구한 대로 협상 항목을 27개로 대폭 줄였으므로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 설치 제안 건에 대해서도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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