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2020 도쿄 올림픽으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태국을 물리쳐야 한다. 내년 1월 있을 올림픽 대륙별(아시아)예선에 앞서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진 이번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태국과 맞대결에서 승리를 챙겼다.
해법은 명확했다. 결국 완성도에 달렸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세계랭킹 9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8강 풀리그 최종전에서 세트스코어 3-1(25-20 23-25 25-17 25-21)로 이겼다. E조 1위로 준결승에 올라 일본 혹은 중국 중 F조 2위를 차지한 팀과 24일 오후 1시 30분 준결승(SBS스포츠, 다음 생중계)에 나선다.
이날 한국은 높이에서 태국을 압도했다. 블로킹 18-4 완승. 양효진과 김희진이 블로킹 7개씩 기록했다.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김연경과 한솥밥을 먹었던 태국 주전 세터 눗사라 톰콤의 경기운영은 충분히 위협적이었지만 한국은 승부처마다 결정적인 블로킹과 다이렉트 킬을 잡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미들 블로커(센터) 양효진과 김수지는 물론 날개 공격수 김희진과 김연경까지 수시로 태국 공격을 네트 위에서 찍어 눌렀다. 특히 4세트에만 블로킹 7-0으로 크게 앞서며 기세를 올렸다.
라바리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한국은 스피드 배구를 이식 중이다. 이다영과 안혜진 등 기존 세터진의 줄부상으로 염혜선, 이나연이 급하게 투입된 탓에 호흡이 아직 불안하지만 전후위를 가리지 않고 좌우와 중앙을 모두 활용하려는 노력이 플레이에 묻어난다.
더불어 가장 확실한 공격루트인 김연경을 4개 세트 내내 투입했음에도 최대한 다양한 공격패턴을 가져가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승리라는 결과보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플레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태국은 특유의 다양한 패턴 플레이와 이동 공격으로 한국을 당황시켰지만 완성도가 그리 높진 않았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높이의 우위를 앞세워 강점인 블로킹과 서브로 태국을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결국 태국을 상대할 때 한국은 강점인 높이를 활용함과 동시에 세계 배구의 흐름인 속도를 더해야만 한다.
김수지는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신장 차이가 확실히 난다. 상대 공격진들이 부담 갖는 느낌을 받는다. 이 점을 이용해야 하는 게 맞고, 더 공격적으로 나가야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다"며 신장 차에서 오는 자신감을 설명했다.
김연경은 "태국의 단점은 높이지만 수비로 커버하는 스타일이라 껄끄럽긴 하다"며 "(태국과) 다음 경기는 또 다른 경기라 다시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 비디오 미팅 때 전술적인 준비를 많이 했는데 잘 실행했던 것 같다"는 말로 오늘 승리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9월 14~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여자배구 월드컵을 거치면 한국의 스피드 배구 이식은 가속화 될 전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는 내년 1월 최종예선에 앞서 태국 공략법을 찾고 라바리니식 배구를 더 정교하게 선수들에게 접목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다.
이날 승리까지 태국과 역대 상대전적에서 28승 7패 압도적 우위를 지켜낸 한국은 지난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포함 3연패 중이었다. 안방에서 연패를 끊어낸 것 역시 호재다.
한국은 결승에서 다시 한 번 태국과 만날 공산이 크다. 이번 대회에서 태국에 2연승을 거둔다면 대륙별예선에 앞서 큰 자신감이 될 게 분명하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