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국 확산으로 인해 2020 하나원큐 K리그1 개막이 잠정 연기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리그 개막 시기를 정하기로 했다. 스포츠Q(큐)는 기약 없는 시즌 개막에 앞서 키워드를 통해 올 시즌 K리그1 12팀의 전력과 판도를 분석해본다. 여섯 번째는 광주FC(이하 광주)와 부산아이파크(이하 부산), 두 팀의 이야기다.
# 2부 깡패
광주와 부산은 작년 ‘2부 깡패’라고 불렸을 만큼 압도적인 시즌 레이스를 보여줬다. 1부 리그보다 치열했던 2부 리그라고 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경쟁 속에서 그들은 뚝심 있는 시즌 운영으로 완벽한 승격을 이루며 그 돌풍을 증명해냈다.
광주는 지난해 가장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19경기 연속 무패를 달성하며 초반부터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 광주는 13라운드서 잠시 2위로 내려온 것을 제외하고 줄곧 1위를 지키며 ‘절대 1강’으로 군림했다. 물론 시즌 중반 위기도 존재했다. 20라운드 안양 전 1-7 대패를 시작으로 8월 한 달 동안 4무 1패를 기록하며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경쟁자인 부산 역시 비슷한 시기에 2승 6무 1패로 함께 주춤했다. 이 때문에 광주는 다시 탄력을 받아 이후 8경기에서 7승 1패의 상승세를 이어갔고, 리그 종료 3경기를 앞두고 조기 우승을 확정해 1부 리그 다이렉트 승격 주인공이 됐다.
광주에 가려졌으나 부산 역시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다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흐름이 좋았다. 개막전인 안양 전 1-4 대패로 승격 0순위라는 아성이 무너지나 했지만, 조덕제 감독과 선수들이 빠르게 팀을 재정비하자 이후 9승 5무 1패로 반등에 성공했다. 시즌 중간 패배에 연연하지 않고 연패 없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 주효했다. 다만 시즌 중반 광주가 헤매는 사이,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점은 아쉬웠다. 또한 29라운드 광주 전 3-2 승리로 선두와 격차를 좁히려 했으나 이후 주춤했고, 그 사이 광주가 조기 우승을 확정 지으며 부산의 승격 도전은 또 다시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승격이라는 목표를 향해 똘똘 뭉친 부산은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경남에 2-0 승리를 따내며 승격의 꿈을 이뤘다.
# 강등 걱정
2부 리그를 제패하고 올해 1부 리그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양 팀의 앞길이 마냥 창창한 것만은 아니다. 쟁쟁한 K리그1 팀들 간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두 팀은 또 다시 강등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어렵게 승격을 하고도 1부에서 살아남지 못해 이듬해 강등을 경험한 팀들도 있었다. 바로 2014년 상주와 2016년 수원FC다. 2014년 시즌 내내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한 상주는 37라운드 전남 전 패배로 일찍이 2부 리그 컴백을 확정했고, 2016년 시민 구단답지 않은 화끈한 공격 축구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수원FC는 시즌 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도 시즌 중반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과 경쟁팀 간 촘촘한 승점차를 이겨내지 못해 강등을 피할 수 없었다. 강등이 없는 2부와 달리 1부는 자칫 하위권에 빠지면 반등이 쉽지 않아 방심은 금물이다.
특히 광주는 2012년과 2017년, 이미 강등을 2번이나 경험한 적이 있는 팀이라 생존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작년 여름철에도 안양 전 대패 이후 승점 쌓기에 애를 먹으면서 팀이 흔들린 적이 있는데 이번 시즌에도 연패가 길어지고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강등은 시간문제다. 또한 전력 강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빈약한 스쿼드는 벌써부터 불안 요소로 꼽힌다. 그나마 한희훈과 김창수, 김효기 등 베테랑 선수들이 속속 팀에 합류한 점은 선수단에 좋은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팀 평균 연령이 낮은 광주이기 때문에 이들이 중심을 잡아준다면 번뜩이는 어린 선수들이 흔들림 없이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부산은 2017년부터 이어진 3번째 도전 만에 승격에 성공했지만 그만큼 내려가는 것은 쉽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행히 부산에는 생존 비법을 몸소 터득한 조덕제 감독이 있어 중요한 자산이 될 전망이다. 수원FC를 이끌 당시 조덕제 감독은 승격과 강등을 모두 경험했다. 2015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을 꺾고 승격을 이룬 조덕제 감독은 ‘막공’이라는 확실한 공격 콘셉트를 잡고 시즌을 운영하려 했으나, 부실한 수비 탓에 곧바로 강등을 면치 못했다.
부산도 작년 고질적인 수비 문제에 애를 먹은 팀 중 하나였다. 72득점으로 K리그2에서 공격은 압도적인 파괴력을 자랑했지만, 실점 역시 47실점으로 높은 수치였다. 조덕제 감독은 지난 경험들을 반면교사 삼아 수비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강민수와 윤석영, 김정현 등 수비 라인에 힘을 더해줄 선수들이 영입됐고, 지난 1월 치앙마이 전지훈련에서도 수비 조직력 강화에 큰 공을 들였을 만큼 수비 윤곽이 탄탄하게 잡힌다면 생존, 그 이상을 바라볼 기세다.
# 뜨거운 외인
생존이 절박한 양 팀으로선 외국인 선수들 활약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전력차가 비등한 국내 선수들 사이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들이 바로 외국인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광주에는 특급 공격수 펠리페가 출격 준비를 마쳤다. 그는 지난 시즌 27경기에 출전해 19골을 집어넣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광주 승격의 일등 공신이 됐다. 특히 38개밖에 되지 않는 유효 슈팅 중 절반을 득점으로 연결할 정도의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이 가장 큰 무기다. 물론 2부와 달리 K리그1은 보다 조직적인 수비력을 갖춘 팀들이 많기 때문에 그의 득점력이 통할지 아직 의문이나, 조나탄과 말컹 등 자신만의 무기를 갖추고 있던 외국인 공격수들이 1부 리그에서도 진가를 보여준 선례가 있기 때문에 펠리페 또한 정교한 공격력을 발휘한다면 자신의 가치를 쉽게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에서 2년 차를 맞은 윌리안과 아슐마토프도 힘을 보탠다. 윌리안은 빠른 스피드를 가진 측면 미드필더로 1대1 돌파와 드리블이 장점인 선수다. 작년에도 25경기에 나서 8골 2도움을 기록했고, 펠리페와 좋은 호흡을 맞추며 광주 공격을 이끌었기 때문에 올 시즌에도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센터백 아슐마토프는 작년 광주 수비의 핵이었다. 지난 시즌 K리그2 수비 부문 베스트 11에 뽑힌 그는 기존 수비수들에 더해 새로 영입된 김창수, 한희훈 등과 함께 탄탄한 수비진을 꾸릴 준비를 마쳤다. 여기에 외국인 공격수 1명을 추가 영입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어 전력이 한층 올라갈 전망이다.
광주에 펠리페가 있다면 부산에는 호물로가 버티고 있다. 부산에서만 4년 동안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호물로는 K리그1 팀들에 경계 대상 1호다. 리그 최고 수준의 날카로운 왼발과 1·2선을 가리지 않고 뛸 수 있는 중원 장악 능력은 타 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호물로는 3년 연속 승강 플레이오프마다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이미 1부 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선수이기 때문에 1부 무대에 빠른 적응이 가능하다.
작년 승격 결승골을 넣는 등 맹활약한 노보트니가 임대 만료로 팀을 떠나 아쉬움은 있지만, 지난 시즌 안산에서 28경기 9득점 3도움을 기록하며 돌풍을 이끌었던 최전방 공격수 빈치씽코가 합류해 공격력을 더했다. 키 196cm, 몸무게 92kg의 좋은 신체 조건을 지닌 그는 제공권이 탁월하고 유연한 몸놀림을 바탕으로 발재간이 뛰어나 기존 부산 공격 자원과 시너지를 겨냥한 영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부산은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 중앙 수비수인 도스톤벡 영입으로 마지막 퍼즐을 맞추며 완벽한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려 왔던 K리그1 무대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개막이 잠정 연기돼 두 팀은 실전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광주 박진섭 감독은 “자체 훈련을 통해 선수단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조직력을 극대화해 실전 감각 유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 2월 초 태국 전지훈련 후 예정돼 있던 제주도 전지훈련을 취소한 부산은 현재 클럽하우스 내에서 선수 전원이 합숙 생활을 하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만만치 않은 K리그1에 도전장을 내민 광주와 부산, 그들이 승격팀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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