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또 오재원(35·두산 베어스)이다. 이슈 메이커 오재원이 미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오재원의 행동은 정말 잘못된 것이었을까.
오재원은 KBO리그 대표 스타다. 팬도 많고 안티도 많다. 확실한 색깔을 갖고 있다. 우리 편일 땐 든든하지만 상대팀일 땐 누구보다 밉상(?)이라는 평가도 듣는다.
이번엔 스윙 논란이다. 지난 26일 SK 와이번스전 첫 타석 장면이 문제가 됐다. 초구 때 방망이를 내리며 뒤로 빠졌는데, 미국에서 이 장면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2회말 2번째 타자로 나선 오재원은 박종훈의 첫 투구 때 뒤로 빠졌다. 분명 타격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였다. 공은 다소 바깥쪽으로 빠졌고 구심은 볼을 선언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분석가 롭 프리드먼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영상을 게재하며 “오재원이 공을 치려는 행동으로 보이나”라고 ‘떡밥(?)’을 투척했다.
이를 해외 팬들이 물고 늘어지며 이슈가 커졌다. 적지 않은 누리꾼들이 오재원이 방망이를 내리는 과정에서 스윙이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 벌어졌다며 볼을 선언한 주심의 콜이 오심이라고 주장했다.
오재원도 이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는 27일 경기를 앞두고 “이슈가 돼 욕먹는 걸 알고 있다. 이유가 없지는 않다”면서도 “내가 욕 먹는 게 낫다”고 말해 오히려 궁금증을 더 키웠다.
국내 심판진은 타격 의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재원이 타격하려는 의지가 없었기에 스윙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재원의 발언은 단순히 스윙 여부를 떠나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으로 관심의 불씨를 옮겼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 중 투수의 공을 지켜보기 위해 혹은 볼이 들어올 것이라고 판단하고 스윙의사를 나타내지 않는 경우는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전 타석에 볼이 많았거나 한 타석에서 볼을 많이 던져 유리한 볼카운트일 때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단순히 이러한 이유가 아니라면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을 확인하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다. 근거를 찾아보자면 앞선 타석 김재환은 바깥쪽 낮은 공을 지켜보다 삼진 아웃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재원 또한 구심의 존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더구나 자신이 욕 먹는 게 낫다는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이유를 설명할 경우엔 그 화살이 다른 누군가를 향해 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만약 심판의 콜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다.
투수 박종훈에 대한 기만행위라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타석에서 그를 향한 불만이나 특별한 감정을 읽어볼 수 있는 장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이 됐든 국내에선 낯선 논란이다. 이러한 장면이 이전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 그럼에도 미국에서 논란이 된 이후 오재원을 향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이유는 그를 안 좋게 보는 적지 않은 야구 팬들의 시선 때문이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때론 과한 세리머니, 주루센스, 안타로 예상된 타구를 걷어내는 넓은 수비 범위, 솔직한 화법 등은 상대편 혹은 상대팀 팬 입장에선 도무지 그를 좋아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두산 팬들에겐 누구보다 사랑 받는 이가 오재원이기도 하다. 팬서비스가 좋기로도 유명하다. 일례로 2015년 프리미어12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섰을 땐 대역전극의 시발점 역할을 하며 ‘오열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우리 편일 땐 누구보다 든든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오재원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논란이 커지진 않았을 수 있다. 보다 심도 깊게 야구를 즐기는 커뮤니티엔 실시간으로 무수한 글이 올라오는데, 경기 진행 당시엔 이 장면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었다. 또 포털사이트 내에서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편견을 갖고 보면 안 좋은 점만 보이기 마련이다. 스윙 여부에 대해 건전한 토론을 이어가는 미국의 상황이라면 몰라도 이 때다 싶어 비난을 가하는 문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잘못 때문이 아니라 오재원이기에 욕을 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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