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KIA(기아) 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29)는 지난해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화제의 인물이었다.
당시 박찬호는 시상식 참석자 중 유일하게 빈손으로 돌아갔는데, 이를 예상하고도 자리를 빛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91표 중 120표를 받아 LG(엘지) 트윈스 오지환(154표)의 수상을 지켜봤다. 시상식 직후 박찬호는 “2등의 품격을 보여드리기 위해 참석했다”면서 "언젠가는 꼭 수상자로 다시 참석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상이 불투명한 이들이 불참하는 게 관례화된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빛난 까닭이다.

1년 뒤 박찬호는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에서 재차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2년 연속 타율 3할, 3년 연속 20도루 이상을 기록하는 등 KIA가 7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데 힘을 보탰다. 지난해 오지환처럼 ‘우승 프리미엄’도 등에 업었다. 한국시리즈가 끝날 때만 해도 골든글러브를 눈앞에 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기류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박찬호가 오지환의 강력한 대항마였던 것처럼 올해는 박성한(26·SSG 랜더스)이 그렇다. 역시 타율 3할을 달성한 가운데 10홈런-10도루로 펀치력에선 박찬호보다 낫다. 여기에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김도영(KIA)과 더불어 한국 야수 중 가장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쳤다. ‘국가대표 프리미엄’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찬호와 박성한의 골든글러브 경쟁은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정규시즌 개인 성적을 비교했을 때 장단이 명확하다. 타격에서는 박찬호가 타율, 득점, 도루에서 앞섰다. 박성한은 홈런, 타점, OPS(출루율+장타율)에서 우위. 수비에서 이닝은 박찬호(1120⅓이닝)가 박성한(1115이닝)을 따돌렸는데, 경기 출전수는 박성한이 3경기 더 많았다. 실책은 23개로 동일했다.
박찬호 : 134경기 타율 0.307 5홈런 61타점 86득점 20도루 OPS 0.749
박성한 : 137경기 타율 0.301 10홈런 67타점 78득점 13도루 OPS 0.791


골든글러브는 정규시즌 성적이 기준이지만, 큰 경기에서 남긴 잔상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박찬호는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318(22타수 7안타) 1타점 7득점 OPS 0.830, 박성한은 프리미어12 4경기에서 타율 0.357(14타수 5안타) 2타점 4득점 2도루 OPS 0.938을 마크했다. 정규시즌보다 더 좋은 경기력으로 골든글러브 표심을 공략했다.
둘의 대결은 KIA와 SSG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우승팀 KIA는 3루수 김도영을 제외하면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확실하지 않다. 지명타자 최형우, 유격수 박찬호 정도만 경쟁력을 갖췄다. 6위 SSG는 골든글러브 단골이었던 3루수 최정(8회)이 김도영에 밀려 수상 확률이 낮은 가운데 외야수 기예르모 에레디아(쿠바), 유격수 박성한에게 기대를 건다.
박찬호와 박성한 모두 아직 골든글러브 수상 경험이 없다. 욕심이 날 법하지만, 둘은 올해 인터뷰에서 이구동성으로 “골든글러브를 생각하지 않겠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박찬호는 후반기 시작 직후 "지금은 골든글러브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며 "우승권 전력을 갖춘 팀에서 뛰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성한 또한 프리미어12를 앞두고 “지금은 골든글러브를 생각할 때가 아니"라며 "프리미어12만 생각하겠다. 수상 여부는 하늘에 맡기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2일 기준으로 골든글러브 시상식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12월 11일에 개최된 지난해처럼 겨울에 수상자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KBO는 오는 26일 오후 2시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 신한 SOL(쏠)뱅크 KBO 시상식 개최를 예고했다. 박찬호와 박성한은 지난해 신설된 KBO 수비상에서 먼저 맞대결을 펼친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전초전 격으로 표심을 파악할 수 있는 무대다. 지난해에는 박찬호와 오지환이 공동 수상자로 뽑혔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