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훈련 직후라 예쁘게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예쁘게 찍어줬으면 좋겠다.”
‘인싸(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이)’도 이런 ‘인싸’가 없다.
‘배구 여제’ 김연경(32)이 11년 만에 인천 흥국생명으로 돌아온 지 3주 밖에 되지 않았건만 그는 11년 공백은 없었다는 듯 벌써부터 흥국생명의 안방마님 같은 면모를 풍긴다.
흥국생명은 29일 경기도 용인 흥국생명 연수원 겸 체육관에서 김연경 입단 후 처음으로 공개훈련 겸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는데, 김연경이 어김없이 분위기메이커로 나섰다.
주장 김미연에게 김연경에 대해 묻자 “분위기메이커다. 입이 쉬지 않는다”고 했다. 잠시 딴청을 피우던 김연경이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김미연에게 “뭐라 그랬냐”고 묻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V리그에서 ‘흥’하면 빠질 수 없는 이재영·다영 ‘슈퍼 쌍둥이’도 한 수 접고 들어간다.
“팀 내 가장 톡톡 튀는 인싸가 누구냐”는 질문에 김미연은 이다영을 꼽으며 “볼 운동만 시작하면 엄청 활발해지고, 주변 분위기를 밝힌다”고 했다.
정작 이다영은 “연경 언니가 코트에서 열정적이라 본받고 있다. 열정이 나보다 더 좋은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김연경은 스스로 몸 상태가 50% 정도 올라왔다고 밝혔지만 아랑곳 않고 열정적으로 훈련에 참여했다. 개인공격 훈련에 이어진 미니게임에서 득점할 때마다 실전 못잖게 크게 포효하며 동료들과 기뻐했고, 팀원의 실수가 나오면 매서운 눈빛으로 피드백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흥국생명에 얼마나 잘 적응했는지 설명하기도 했다.
“입단했을 때는 처음 보는 선수도 몇 명 있어 이름을 외우는 데 고생했다. 먼저 다가가려고 했고, 어린 선수들하고도 친하게 잘 지내고 있다. 밥 먹을 때 대화를 주도하고 있다보니 내가 없으면 ‘허전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자찬했다.
그는 숱하게 미디어를 상대한 경험을 살려 미디어데이 분위기메이커도 자처했다. 농담과 진담 사이를 오가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날 이재영은 평소보다 머리가 많이 자란 듯 보였고, 김연경은 최근 공식 석상에 드러났던 것보다 짧은 머리를 한 채 훈련에 나섰다. 이에 대해 묻자 이재영은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서 단발을 하면 머리칼이 얼굴을 쳐 불편해 기르고 있다”면서 “시즌 때는 다시 단발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경은 “다른 이유는 없다. 자르고 싶어 잘랐다. 한국에 오니 미용실에 갈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면서 “한국 들어오니 변화를 주고 싶기도 했다. 시즌 때는 긴 머리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훈련 직후 미디어데이가 진행된 터라 외모를 정비할 틈이 부족했다. 땀으로 얼굴과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카메라 셔터 앞에 설 수밖에 없었다. 이에 김연경은 “훈련 직후라 예쁘게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예쁘게 찍어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회견을 시작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 복귀 기자회견 당시 첫 월급으로 스스로에 대한 보상으로 가방을 구입할 것이라 했던 그에게 첫 월급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물었는데, 김연경이 내놓은 대답에 그 캐릭터가 잘 묻어난다.
그는 “당시에 그냥 생각나는 대로 즉흥적으로 이야기했다. 가방은 구입하지 않았다. 충분히 있다. 첫 월급을 제 때 받아 기분이 좋았다. 원래 받던 것보다는 적은 금액이었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놀라진 않았다. 0 하나가 더 붙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이)재영이, 다영이가 나보다 연봉이 많기 때문에 맛있는 것 사달라고 조르고 있다”고 해 웃음을 샀다.
터키리그에서 연봉 20억 원 이상 수령한 걸로 알려진 김연경은 올해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이 23억 원인 국내 V리그로 돌아오면서 연봉 3억5000만 원에 1년 계약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실력은 물론 대인배 기질까지 모두 갖춘 그이기에 꺼낼 수 있는 ‘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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