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올여름, 관객들을 아름다운 이탈리아 바다로 초대하는 '루카'를 그려낸 한국인 디즈니∙픽사 아티스트가 작품에 담긴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루카' 제작에 참여한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와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와의 화상인터뷰가 9일 오전 진행됐다.
오는 17일 개봉을 앞둔 영화 '루카'는 아름다운 이탈리아 해변 마을에서 두 친구 루카와 알베르토가 바다괴물이라는 정체를 숨기고, 아슬아슬한 모험과 함께 잊지 못할 최고의 여름을 보내는 감성충만 힐링 어드벤처다.
3D 공간 안에서 빛으로 시간과 공간, 분위기를 연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는 "실사 촬영에서 조명의 역할을 맡는다. 3D 공간에서는 해와 별, 하늘, 그림자까지 저희가 다 만든다고 생각해주시면 된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탈리아 마을의 독특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탈리아에 가보시면 골목마다 줄에 빨래를 걸어둔 모습이 있는데, 공간을 연출할 때 빨래 그림자를 많이 활용했다"고 귀띔했다.
그래픽 속 카메라 움직임과 화면 구도 등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연출할 때 얼마나 가까이서 찍을 것인지, 보일듯 말듯하게 찍을 것인지 등 카메라 포지션을 연출하고,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을지 전체적인 것을 디자인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사영화와는 다르게 한 시퀀스를 맡으면 그 사람이 전체적인 카메라 연출을 디자인한다. 단편 영화를 만들듯이 오롯이 여러가지 아이디어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짚었다.
◆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루카', 사랑스러운 캐릭터 담아내기 위해
영화에는 물 밖 세상으로 나온 ‘루카’가 바라보는 세상의 경이로움과 해변 마을을 따라 스쿠터를 타고 친구와 함께 부딪히는 낯설고 새로운 공기의 촉감과 낭만이 스크린 안에 담겼다.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는 "청량한 여름을 표현하기 위해서 수채화 느낌, 깨끗한 채도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또한 바다와 인간 세계를 오가는 두 개의 공간 연출에 대해서는 "물 속은 루카가 태어난 편안한 곳인 만큼 포근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인간들이 사는 마을은 정신 없고 두 소년들에게 겁이 나는 곳이지만 그렇지만 너무 재밌고 신나는 곳이다. 반짝반짝 화려하게 높은 채도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두 친구가 바다괴물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바다괴물로 변하는 장면에도 빛 연출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는 "물을 맞으면서 변신하는 장면이 어려웠다. 많은 수정을 거듭했고 정성도 많이 들어간 부분"이라면서 "비늘 그림자도 자연스럽게 연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루카'의 상상 세계도 동화처럼 풍부한 영상미와 함께 표현됐다.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실제 세계는 실사영화 촬영처럼 레일이나 트랙, 삼각대에 달려있는 것처럼 찍고, 상상에서는 제한 없이 이들과 함께 날아다니는 것처럼 화면을 연출했다"면서 "실제와 상상을 넘어갈 때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전환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루카'는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의 유년 시절 단짝친구와 함께했던 추억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스토리이다. 앞선 인터뷰에서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풍부한 표현과 함께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회화적인 세상에서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이 그래픽 연출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는지 묻자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는 "감독님이 수채화를 잘 그리신다. '그림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하셔서 라이팅도 높은 채도와 수채화 기법을 적용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배경의 디테일보다는 캐릭터가 얼마나 더 사랑스럽게 보일 것인가에 중점을 두시는 분"이라며 "캐릭터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촬영을 연출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작업 과정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는 "두 소년이 탑에서 하늘을 보는 장면"이라면서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실제로 이탈리아 리비에라 지역의 영상을 많이 봤다. 특히 여름에 어떻게 해가 뜨고 지는지, 그림자가 어떻게 지는지 중점적으로 봤다. 리서치 힘들었지만 재밌었다"고 전했다.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중요하게 다뤄지는 변신 장면이 있다. 석양을 등지고 바다에서 진짜 몬스터가 일어나듯이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는 듯한 앵글로 디테일하게 보여줬다. 특별히 신경썼던 장면이라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두 한국인 아티스트는 '루카'의 서정성을 매력으로 짚었다.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감독님의 전 작인 '라 루나' 작품에서 '달 모양이 어떻게 변할까'라는 주제를 다뤘던 것처럼 아기자기하게 아이디어 표현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라면서 "인생을 관통하는 큰 명제를 다루기보다는 아기자기한 마을에서 소소한 주제를 좀 더 예쁘게 담아내는 그 부분에 집중했다"고 관람 포인트를 전했다.
이탈리아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소년의 우정은 해외여행을 하기 힘든 팬데믹 상황의 관객들에게 청량한 여름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여행 가기 힘든 시기라서 큰 스크린에서 볼만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영화 속 아름다운 풍경은 일부러 많이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로 천천히 감상하실 수 있게끔 찍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는 "어린 시절 순수했던 마음 회상하고 싶으시면 '루카'를 보시면 좋을 것 같다. 뭔가 도전하고 싶은데 두려움이 많은 자녀나 친구가 있다면 같이 관람하시면 좋을 것 같다. 응원과 용기를 얻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관람을 당부했다.
이탈리아의 눈부시고 청량한 바다를 배경으로 비밀을 숨긴 두 친구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루카'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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