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24·수원FC)와 백승호(25·전북 현대)가 과거 명성을 되살려가고 있다. K리그에서도 손꼽힐 만한 기량을 과시하며 축구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승우는 3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 2022 하나원큐 K리그1 홈경기에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팀은 3-4로 졌음에도 이승우의 활약은 축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백승호도 전날 강원FC전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한 때 걱정을 키웠던 듀오가 이젠 팀 핵심 멤버를 넘어 리그를 선도할 만한 선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떡잎부터 달랐던 둘이다. 어린 시절 바르셀로나의 선택을 받아 스페인으로 향했고 특히 이승우는 세계에서 주목하는 유망주 중 하나로 기대를 높였다.
바르셀로나가 유소년 해외이적 금지 조항을 어기면서 받은 징계가 문제가 됐다. 이들은 3년 가까이 팀 공식 경기와 훈련 등에도 참가할 수 없었다. 한참 성장해야 할 때 정체기를 맞았다.
징계 해제 후 바르셀로나 성인팀 승격을 노렸으나 긴 공백은 쉽게 극복하기 힘들었다. 결국 이승우와 백승호 모두 하위팀, 하위리그 등을 거치며 유럽 잔류를 노렸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백승호가 먼저 결단했다. 지난해 전북으로 돌아왔다. 초반엔 적응에 애를 먹었으나 해외 시절보다 더 탄탄한 믿음과 안정적인 출전시간 확보로 인해 금세 실력을 끌어올렸다.
한 때 ‘포스트 기성용’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백승호는 지난해 9월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 본선행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백승호와 함께 과거 바르셀로나 유스팀과 연령별 대표팀에서 맹활약했던 이승우가 한국 땅을 밟았다. 행선지는 수원FC. 다만 그를 향한 시선은 의심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백승호보다도 유럽에서 출전 기회가 적었고 상대적으로 약점인 피지컬이 부각되며 K리그에서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기우였다. 주로 교체로 출전하며 경기 감각을 키워가던 이승우는 지난 13일 강원전 처음 선발 기회를 얻었다. 공격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2번째 선발 경기였던 지난 20일 대구FC전 K리그 데뷔골을 만들어냈다. 수비 견제 속 중심을 잃으면서도 감각적인 터치로 상대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만들어낸 골.
득점 이후엔 특유의 재치 넘치는 세리머니도 펼쳤다. 흥 넘치는 댄스는 누리꾼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리고 3일 이승우는 아크 정면 좁은 공간에서 공을 건네받아 날카로운 터닝슛, 공은 골문 왼쪽 하단을 그대로 통과했다. 발등으로 강력하게 때린 게 아닌 빈곳을 노린 정확하고 감각적인 슛에 해설진도 감탄을 자아냈다.
이번에도 세리머니가 주목받았다. 저번과 유사한 듯 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곳이 있었고 누리꾼들 사이에선 “세리머니를 하기 위해 골을 넣는다”, “완벽한 턴, 반박자 빠른 스텝 등, 역시 완벽한 댄싱머신” 등 세리머니와 관련한 각종 ‘밈(Meme)’으로 떠오르고 있다.
백승호도 지난 2일 강원전 상대 수비의 강한 압박에도 현란한 발기술과 유려한 움직임으로 탈압박 등 중원을 지배하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코너킥에서 날아든 공을 문전의 박규민을 향해 정확한 헤더 패스로 연결, 선제골을 도운 장면은 인상 깊었다.
백승호는 전북에 없어서는 안 될 미드필더다. 강력하고 날카로운 킥을 바탕으로 인플레이 상황이나 데드볼에서 모두 상대 골문을 위협한다. 더불어 롱킥과 공간을 보고 찌르는 스루패스 능력도 갖추고 있고 상대 압박에 공을 지켜내는 탈압박 능력도 발군이다.
이승우도 마찬가지. 단순히 골 뿐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능력을 바탕으로 수원FC의 새로운 공격 옵션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이들이 확실한 흥행 파워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포털사이트에서 이승우의 골 장면은 27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같은 경기 하이라이트(1만4000)를 비롯해 다른 영상의 최고 조회수가 2만을 넘지 않는 것과 대비를 이룬다. 이승우를 향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바르셀로나 출신이자 대표팀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백승호 또한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스타플레이어들의 등장이 K리그에도 단비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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