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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문화의 변화와 혁신, 골린이의 반란[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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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문화의 변화와 혁신, 골린이의 반란[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2.04.08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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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성공한 사람의 상징, 한번 하려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스포츠….

골프에 대한 일반인들의 기본 인식이자 고정관념이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러한 인식 틀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인구는 사상 첫 500만을 넘어섰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해외여행, 다양한 야외활동이 제한됐고 그 탈출구로 골프를 찾은 영향이 컸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10년생)의 유입이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이들은 지난해보다 34.7% 늘어난 11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소비 시장은 물론이고 골프에 대한 문화도 변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 MZ 세대의 대거 유입과 이로 인한 골프계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FnC 홈페이지 캡처]

 

◆ 골린이 전성시대, 폭발적 시장 확대

코로나19 펜데믹 속에서도 골프 업계는 이례적인 대호황을 맞았다. 2017년에 비해 골프 인구는 33% 증가했다.

과거엔 중후한 중년들의 전유물이자 고급 레저 스포츠로 여겼던 골프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해외여행에 많은 소비를 했던 MZ세대들은 코로나가 창궐한 2020년 초 이후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보복소비 중 하나의 길로 골프를 택하고 있다.

스크린골프와 함께 골프장 산업, 골프용품 등으로 사업 확장 중인 골프존에 따르면 실제 골프 입문 3년차 65%가 MZ세대로 나타났다. 고급 취미 활동의 대표격이자 자신을 나타내고 나아가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MZ세대에게 골프는 해외여행 대체재로 부족함이 없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나 사진 게시물 등만 봐도 골프 입문자를 뜻하는 ‘골린이(골프+어린이)’가 얼마나 많이 생겨났는지 체감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기준 ‘#골프스타그램’, ‘#골린이’ 두 해시태그로 작성된 게시물만 167만, 42만 건에 달했다.

탁 트인 자연과 잘 꾸며진 필드는 여행과 같은 자유로움을 주고 사진 찍기 더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대부분 지인들과 4명씩만 플레이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이로 인해 골프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골프예능 프로그램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제 지상파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나와 골프를 치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있다. 아울러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골프 유튜버가 쏟아지고 있고 각종 골프 관련 산업이 연쇄 호황을 누리는 것만 보더라도 골프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MZ 골퍼들의 등장은 정형적인 기존 골프의 형식을 깨고 있다. 특히 골프웨어에선 기존엔 금기시 되던 반바지와 짧은 치마, 온오프 패션 등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말본 홈페이지 캡처]

 

◆ 격식 있는 스포츠? 편하거나 멋스럽거나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변화를 보인 건 골프의류 시장이다. 지난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5조685000억 원대로 전년보다 10.9% 성장했다. 2022년엔 6조3350억 원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순히 골프 인구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MZ세대 골퍼들의 특징을 이해하면 그렇다. 이들은 자신의 개성 표출 수단으로 골프를 선택하고 골프웨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라운드 할 때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개성을 나타내야 하는데, 이들에게 저번에 입었던 옷과 같은 걸 입고 나가는 일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자연스레 골프웨어에 비용을 지출하게 되고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며 골프의류 시장의 판 또한 확장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30대의 골프웨어 소비는 총매출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 비중보다도 과거에 비해 빠르게 확장해가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발맞춰 백화점은 골프 브랜드 매장 견적을 늘리고 새로운 골프 브랜드들을 발 빠르게 입점 시키고 있다. 그 결과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도 골프웨어 매출이 50% 가까이 급증했다. 패션 브랜드들이 밀집돼 있는 서울 도산공원 일대에 지난해부터 골프웨어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서기 시작한 것도 달라진 골프웨어 시장의 위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고급 의류가 유독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고가 브랜드로 알려진 PXG는 35%의 성장세로 1000억 원 돌파를, 재작년 1000억 원대에 진입한 타이틀리스트는 15~20%, 파리게이츠는 18% 성장한 1300억 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골프인구가 크게 증가하며 남들과 차별성을 나타내기 위해 더 비싼 브랜드를 활용하게 됐다고 풀이할 수 있다.

꼭 고급 의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MZ 골퍼들의 또 다른 특징은 패션과 동시에 실용성을 고려한다는 점이다. 온·오프 패션. 골프웨어를 일상복처럼 스타일리시하게 매치한다는 점이다. 기존엔 필드용으로만 활용했던 골프의류는 골프 연습장을 이용할 때 혹은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 이는 고급 브랜드에 비해 중저가 브랜드들의 고전과도 연관을 맺는다. 젊은 골퍼들은 반드시 골프브랜드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PXG, 타이틀리스트 등은 트렌디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플렉스 소비를 즐기는 골퍼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사진=PXG 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기존 골프의류는 스타일이 올드하다”, “내가 입고 싶은 스타일이 아니다”, “일반적인 게 싫다” 등의 이유를 대며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골프용 의류를 장만하고 있다. 

형식 파괴도 특징적이다. 기존엔 골프장을 이용할 때 복장 규정이 심했다. 반드시 카라가 있는 셔츠를 입어야 한다거나 지나치게 짧은 치마, 반바지 등은 제한됐다.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MZ세대 등장과 달라지는 트렌드는 이런 전통(?)도 바꿔 놨다. 온라인 부킹시스템을 서비스하는 XGOLF에 따르면 반바지를 허용하는 골프장 수는 지난해 200여 곳으로 늘어났다. 2014년 10곳에 불과했던 것을 놓고 보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보수적인 골프장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과감히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필드에 자주 나갈 수 없는 MZ 골퍼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골프의류 렌털 사업도 점점 세를 확장하고 있다. 실로 골프의류 업계는 큰 손으로 자리매김한 MZ 골린이들의 심리를 읽지 않고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게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 레슨이 답? 독학 골퍼가 뜬다

골린이들의 골프 유입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그러나 모두가 ‘플렉스 소비’를 위해서만 골프를 취미로 삼은 건 아니다. 트렌드에 따라 골프에 입문하게 됐으나 비용 부담으로 인해 지출을 최소화하며 골프를 즐기려는 흐름도 일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독학 골퍼의 증가다. 골프를 배우려는 이들이 많아지며 자연스레 골프연습장과 레슨에 대한 수요도 늘어가고 있으나 이에 못지않게 유튜브 등을 통한 레슨 욕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 레슨을 콘텐츠로 내놓는 티칭프로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는 유소연, 최나연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선수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최나연(오른쪽) 등 프로골퍼들도 유튜브를 통해 독학 골퍼들을 위한 레슨 영상을 올리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최나연 유튜브 '나연이즈백' 영상 캡처]

 

오프라인 레슨의 가장 큰 단점은 높은 비용이다. 나아가 지나치게 정석적으로만 접근한다는 점도 있다. 기초를 탄탄히 한 뒤 필드에 나가는 기존 세대와 달리 MZ 골린이들은 더 이르게 필드를 예약하고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실력을 끌어올리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선 내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이 더 최적화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자신이 원하는 내용으로 빠르게 진도를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골프존(GDR), 카카오 VX(프렌즈 아카데미), QED 등으로 대표되는 스크린 연습장의 확장 또한 독학 골퍼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해 5월 론칭한 카카오 VX ‘프렌즈 아카데미’는 고퀄리티 그래픽과 정확한 센서 측정 등으로 필드 느낌을 그대로를 재현한다고 소개한다. GDR과 QED 등도 마찬가지지만 이용자 맞춤형 데이터를 구축해 내 샷에 대한 통계를 확인하기 용이하다. 특히 프렌즈 아카데미는 관절 추출 기술을 활용한 스윙 자세 교정부터 체중 이동까지 상세한 데이터 분석으로 체계적인 골프 연습이 가능하며 스크린골프에만 적용하던 스윙 플레이트를 연습장에 최초 적용, 실제 필드처럼 다양한 경사에 대비해 연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샷에 대한 교정이 수월하다는 강점이 있다. 나아가 내 샷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독학 골퍼가 체계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 더 비싸진 골프장, 또 다른 취미 공간 스크린골프

또 하나의 트렌드는 스크린골프장 확대다. 골린이 중 스크린골프로 입문했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인들과 편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골프는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라고 인식하고 있던 이들에게 볼링, 스크린야구 등과 비교해 비용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는 스크린골프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

골프존은 지난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 꾸준한 수요 증가와 이로 인한 신규가맹 증가 등으로 연일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2019년 2470억 원이었던 매출은 2021년 4403억 원까지 늘어났고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2020년 3월 3만 원을 하회했던 골프존 주가는 4배 이상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스크린골프를 통해 골프에 입문하는 골린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접근성이 높고 가격 부담이 적다는 점이 더 많은 골린이를 양산케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VX 제공]

 

카카오 VX ‘프렌즈 스크린’ 사용자 수도 지난해엔 전년 10월 동기 대비 41%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장 수 또한 전년 12월 대비 25%의 증가율을 보였다.

MZ 세대를 대표하는 이들의 입을 통해서도 변화 흐름을 읽어볼 수 있었다. 2020년 스크린골프로 입문한 30대 중반 A씨는 “과거엔 필드에 나가고 싶어도 경험이 없어서 같이 나가면 피해를 주고 창피할 것 같아 나가기 쉽지 않았다”면서 “스크린골프로 간접 경험을 하면서 필드에 대한 욕심도 생기고 골프라는 스포츠가 더 친밀해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골린이 B씨는 “골프 시작 전에는 너무 비싸고 아저씨들만의 운동이라고 느꼈는데 막상 해보니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운동의 요소가 많다”며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데엔 스크린골프가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1인당 2만 원 가량으로 4명이 4시간 동안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인해 취식금지 상태지만 제한 이전엔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며 술자리를 대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단순 골프 문화와는 다른 결로 스크린골프를 받아들이기도 한다. 해외여행이 풀려 국내 골프산업이 다소 주춤해지더라도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스크린골프 시장은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MZ세대 골퍼들의  진입에 따른 새로운 골프 문화로의 변화와 외연 확대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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