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어쩌면 은퇴까지 단 10경기.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지만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는 번복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만큼 가을야구를 통해 조금이나마 은퇴 시기를 미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경기장에서 그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이대호는 2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2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방문 경기에서 팀이 4-5로 끌려가던 9회초 1사 만루에서 그랜드슬램을 날리며 8-5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5위 KIA(기아) 타이거즈가 8연패를 당하며 8위 롯데는 격차를 3경기 차로 좁혔다. 아직 포기하기 이르다는 게 이대호의 생각이다.
이날은 한화가 준비한 이대호의 은퇴 투어 날이었다. 한화는 10구단 중 9번째로 이대호의 은퇴 경기를 마련했다. 각 구단은 이대호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는데, 한화는 이대호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은 메시지가 가득 적힌 롤링 페이퍼를 선물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을 비롯해 각 선수단은 메시지 북에 한국 야구 영웅 이대호에 대한 존중과 감사 등을 담은 친필 메시지를 꾹꾹 눌러 담았다.
또 수베로 감독은 제2의 삶을 살아갈 이대호를 위해 ‘Daeho Time Has Come’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목걸이를 전달했고 롯데에서 이대호와 한솥밥을 먹었던 조성환 코치는 개인적으로 마련한 선물도 건넸다. 정우람은 대전지역 동양화 작가가 그린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를 상징하는 그림을 선사했다.
이대호가 보여줄 건 경기력 뿐이었다. 1회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뒤 3회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낸 그는 5회에는 중견수 뜬공, 7회에는 병살타로 물러났다. 컨디션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팀이 위기에 놓이자 빛을 발했다. 한화 마무리 강재민의 포크볼 실투를 놓치지 않고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겼다. 시즌 21번째 홈런이자 개인 통산 12번째 그랜드슬램이다.
한참 동안 타구를 확인한 이대호는 배트를 힘차게 위로 내던진 뒤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평소 배트 플립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이날 이대호의 은퇴 투어를 맞아 유독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고 팬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이대호는 배트를 힘껏 던져 올렸다.
가을야구에 대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대호는 은퇴를 앞둔 선수라고 믿기지 않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타율 0.339 21홈런 9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90에 달한다. 마지막 시즌을 멋지게 장식하겠다는 일념으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경기에 대하는 자세도 놀랍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결정적인 순간 타점을 보태는 건 물론이고 올 시즌엔 유독 혼신의 베이스러닝으로 팀 승리를 이끈 경우가 많았다. 발이 느리기로 유명한 이대호지만 그만큼 매 경기 간절한 마음으로 나서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을야구를 간절히 원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대호는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의 마음가짐이다. 후배들에게도 한 경기, 한 타석 최선을 다하라고 이야기했다. 좀 더 집중해서 남은 경기에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전히 가능성은 크지 않다. KIA가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는 있지만 롯데가 3경기 차를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그 위로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대호와 롯데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남은 건 단 10경기. 이대호의 마지막 시즌 롯데에 기적이 벌어질 수 있을까.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