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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감독의 K콘텐츠 용두사미 “정서 차이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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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감독의 K콘텐츠 용두사미 “정서 차이 잡아야”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8.31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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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연출한 일본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가 한국 드라마에 도전한다.

새 드라마 '완벽한 가족'이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과의 여정 출발을 알렸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누가 봐도 행복하고 완벽해 보이는 선희(박주현 분)네 가족이 어느 날 선희 친구의 죽음으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김병철, 윤세아, 박주현, 이시우, 최예빈, 윤상현, 김명수 등이 출연한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지난 2002년 'GO'로 제25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감독상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를 휩쓴 감독으로, 2004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선보이며 일본 전역을 뒤흔들었다. 2018년에는 '리버스 엣지'로 제68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는 등 일본 안팎으로 인정받았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을 비롯해 최근 일본 유명 감독들이 한국 영화, 드라마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었다. 일본 영화계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아이유, 이주영 주연의 한국영화 '브로커'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았으며, 일본 장르물 대가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 주연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로 한국 시청자와 만났다. 

그러나 두 작품의 화제성이 국내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브로커'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한국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송강호) 수상의 쾌거를 얻었음에도 누적 관객 수 126만명에 그쳤다. '커넥트'는 디즈니+의 낮은 시장 점유율 속에 소리소문 없이 막을 내렸다. 

앞선 작품의 가장 큰 약점은 양국 간 정서 차이였다. 일본 정서가 녹아있는 연출이 국내 관객에게 통하지 않은 것. 연출 스타일 차이도 부정적인 평가를 자아냈다. 무엇보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국내 반일 정서가 급증한 상황. 올해 상반기는 재패니메이션 강세와 일본 여행 급증으로 한일 관계가 호선을 그렸지만, 하반기는 정치적인 이슈를 겪으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에 일본 감독의 드라마 제작도 우려의 시선이 향하기 마련이었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31일 진행된 '완벽한 가족' 기자간담회에서 "사실 저도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김병철 배우님께서 저와 작품을 했는데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주의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사진=빅토리콘텐츠 제공]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사진=빅토리콘텐츠 제공]

그는 "저는 일본인이자 외국인 감독이기 때문에 한국 시청자가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 한국 시청자가 위화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며 함께하는 동료들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또한 설경구 배우와 함께한 한국, 태국 일본 아시아 3개국 참여 옴니버스 장편영화 '카멜리아(2010)'를 언급하며 "당시 설경구 배우와 작품을 만들며 감독으로서 일본인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작푸에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설경구 배우와 스태프들도 다국적 정서를 어떻게 표현할지 함께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작품을 연출하면서도 배우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배우들도 제가 가진 정서를 자신의 것으로 바꿔나가는 과정을 겪을 것"이라며 "저 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의 생각을 뛰어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 기대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완벽한 가족'의 플랫폼 행보는 아직 미정이지만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까지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제작사 빅토리콘텐츠 측은 작품을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김병철(왼쪽부터), 윤세아, 박주현, 이시우, 최예빈, 윤상현. [사진=스포츠Q(큐) DB]

이에 따라 일본 시청자도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을 예정이다.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OTT 진출 이후 넷플릭스, 디즈니+ 등이 국내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일본의 큰 반응을 불러왔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마스크걸', 디즈니+'무빙'은 일본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도 이 부분을 짚었다. 그는 "일본 시청자는 한국 드라마를 많이 좋아한다. 여기 계신 분들의 얼굴을 모두 알고 있을 정도고, 저 또한 '완벽한 가족'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드라마를 대부분 시청했다"며 "제 주변인들도 출연 배우 리스트가 알려진 뒤 모두 흥분 상태"라고 전했다.

"드라마 성공의 80%는 캐스팅에서 결정된다"고 주장한 그는 "이미 훌륭한 배우이 모였다. 저는 첫 한국 드라마이지만 여기 계신 분들만으로 든든하다"고 첫 촬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완벽한 가족'은 내달 첫 촬영을 시작한다. 촬영 시작 전부터 감독과 배우를 모두 공식 석상에 세운 자신감이 흥행으로 이어질지, 일본 감독의 K콘텐츠 불행 서사를 지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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