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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이강인 포옹, 만신창이 한국축구 '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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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이강인 포옹, 만신창이 한국축구 '기사회생'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4.03.27 0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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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오랜만에 (이)강인 선수 끌어안아 봤는데 정말 귀엽고...” (손흥민)

한국 축구의 대들보 손흥민과 이강인이 격하게 포옹했다. 연초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이후 침체됐던 한국 축구가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황선홍 임시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태국 수도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미국‧멕시코‧캐나다)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 원정경기를 3-0으로 잡았다.

이강인(왼쪽)과 손흥민이 스코어를 2-0으로 만드는 골을 합작하고 어깨동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이라이트는 1-0으로 앞선 후반 9분 터진 손흥민의 골 직후 나온 장면이었다. 앞서 왼발로 침투패스를 찌른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뛰어 올랐고 캡틴이 나이가 아홉 어린 동생을 반갑게 맞이했다. 요르단과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탁구게이트’의 진짜 종결을 알린 반가운 세리머니였다.

이강인의 하극상을 포함한 탁구게이트를 시작으로 대한축구협회(KFA) 팀장급 직원이 연루된 카드게이트와 유니폼 뒷돈 거래 의혹 게다가 대표팀 공식 서포터 붉은악마의 회장 퇴진 외침 “정몽규 나가”에 이르기까지, 최근 갖가지 부정적 이슈에 휩싸여 너덜너덜해진 한국 축구가 일단 경기력으로 난관을 뚫는 물꼬를 텄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쿠팡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 모처럼 밝은 표정으로 “축구하다 보면 서로 너무 승부욕도 강하고, 요구하는 게 있다 보면 다툼이 분명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강인 선수도 이번 같은 계기로 더 훌륭한 선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능적인 부분에서 그간 수도 없이 말한 것처럼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어갈 선수다. 행동 하나하나 많은 5000만 국민이 보신다는 걸 인지하고 선수생활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강인 선수 끌어안아 봤는데 정말 귀엽고 앞으로도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자신의 125번째 A매치에서 통산 46호골을 넣고 '찰칵'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반 19분 이재성의 선제골, 후반 37분 박진섭의 쐐기골을 묶은 한국은 지난해 11월 중국 원정에서 거뒀던 3-0 승리 이후 정말 모처럼 시원한 승전고를 울렸다. 박진섭이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김민재가 찍어 준 공을 논스톱으로 차 넣고 무릎을 꿇은 채 포효한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최근 이어지던 실점 행진이 끝난 점도 고무적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휘했던 아시안컵 전 경기(7경기)에서 맥없이 무너졌던 수비 라인이 이번만큼은 견고했다. 김진수-김민재-김영권-김문환으로 출발한 포백이 무실점을 합작했다. 아시안컵을 앞둔 1월 이라크와 평가전 이후 클린시트는 처음이다.

지난주 안방 서울월드켭경기장에 만원관중을 부르고선 태국과 1-1로 비긴 터라 부담감이 상당했던 터였다. 일본 국적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이 이끄는 피파랭킹 101위 태국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던 아시아의 호랑이 22위 한국과 대등히 겨루면서 승점을 챙겨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가 대표팀에 지급하던 수당을 승점 1당 기존 100만바트(3700만원)에서 300만바트(1억1000만원)로 올렸고, 가장 싼 165바트(6000원) 좌석이 1500바트(5만5000원)에 거래될 정도로 하늘을 찌르던 기대감을 ‘정신 차린’ 한국이 누그러뜨린 셈이다.

박진섭이 후반 쐐기골을 넣고선 포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말레이시아와 아시안컵에서 우리와 3-3으로 비기고 태국마저 1-1로 맞서면서 생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한국 상대 자신감을 눌러준 점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동남아를 쉽게 여겨서는 결코 안되지만 이번 승부로 아직은 한국이 두 수 위임을 증명했다. 중계를 맡은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성실한 경기였다. 선수들이 본인의 색깔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대표팀 사령탑을 겸직한 황선홍 감독은 태국과의 2연전 일정에서 급한 불을 끄는데 성공했고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 2024 파리올림픽 본선행을 준비한다. 유럽파와 K리거들이 주축이 된 A대표팀 멤버들은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며 다음엔 정식 사령탑 체제에서 소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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