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8일 서울시 서초구 더케이 호텔 서울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시상식에서 시상대에 오른 김연경(36·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은 통산 6번째 MVP(최우수선수) 소감을 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V리그가 아시아쿼터와 외인선수 등으로 수준급 있는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 배구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여기 계신 분들과 배구인들이 하나가 돼 한국 배구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국내 공격수 중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김연경의 머릿속은 V리그뿐 아니라 국가대표 경쟁력 발전까지 뻗어있었다. 김연경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쓴 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김연경을 필두로 양효진(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김수지(흥국생명) 등 오랫동안 국가대표에서 뛴 베테랑들도 함께 빠졌다.
분명 한국 여자배구에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모두가 알 듯 그 세대교체는 올림픽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있고 않다.
박정아(광주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염혜선(대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등 올림픽 멤버들이 여전히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 하지만 강소휘(GS칼텍스 서울 Kixx), 이다현(현대건설), 정지윤(현대건설) 등이 가세해 한층 젊어진 대표팀은 승리보다 패배의 경험이 더 많다. 여자배구는 2년 연속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전패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역대 최악인 7위에 그쳤다. 남자 국가대표팀이라고 다르지 않다. 남녀 대표팀 모두 파리 올림픽 출전은 사실상 물거품이 된 상태다.
김연경은 대표팀에서 선수로는 더 이상 뛰지 않지만 지난해에는 대표팀의 어드바이저(고문)를 맡아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줬고 국내 대회 현장에도 찾아 선수들을 지켜봤다.
V리그 여자부는 올림픽 4강 진출과 김연경 효과에 힘입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국제 성적이 좋지 않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에 놓이면 언제든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김연경은 시상식을 마친 후 시상대에서 했던 발언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했다.
그는 “V리그는 매년 발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있다. 아시아쿼터도 (올 시즌) 새로 도입하고 수준급 있는 리그를 만들려고 한다”며 “하지만 V리그 관심에 비해 국가대표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그 관심이 줄면 V리그도 그렇고 한국 배구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연경은 “V리그에서 쌓았던 파이팅을 대표팀에서도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 그게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V리그도 발전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개인 통산 6번째 MVP를 받은 김연경은 다음 시즌 우승을 향해 다시 뛴다. 은퇴 기로에 섰지만 주변의 만류와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을 생각해 다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을 예정이다. “다른 종목을 봐도 은퇴 시점에 있는 선수가 팀 우승에 도전하고 개인 수상을 한다는 게 잘 맞지 않는 얘기”라는 김연경의 말처럼 그는 여전히 국내 최고 스타다.
김연경은 “다음 시즌에는 더 많은 경쟁자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저도 뒤지지 않게 노력하고 그러다 보면 발전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정상에 있을 때, 좋을 때 은퇴하고 싶다고 얘기를 (예전에) 드렸는데 제가 그리는 그림과 비슷하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 시즌 정규시즌이 개막하기 전 김연경을 코트에서 볼 기회가 머지않아 찾아온다. 오는 6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이벤트 경기 '김연경 초청 KYK 인비테이셔널 2024'를 통해서다. 세계적인 여자배구 전·현직 선수들이 한국을 찾는 가운데 김연경은 국가대표 은퇴 기념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은퇴식도 열린다.
김연경은 “저와 해외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와 국내에서 뛰었던 선수들 위주가 될 것 같다”며 “국가대표 은퇴를 한 선수들도 참가하다”고 했다. 은퇴식을 하지 않았던 선수들도 함께한다. 김연경은 “한국 배구를 위해 노력해 주셨던 선배님들, 동료와 함께 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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