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잉글랜드의 축구는 끝나지 않았다. 스페인과 독일은 강력한 엔진을 단 것처럼 진격을 거듭했다. 이제 스페인과 독일 중 한 팀은 탈락한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가 토너먼트에 접어들면서 점점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조별리그 C조에서 1위에 오르고도 3경기에서 2골에 그친 잉글랜드는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잉글랜드는 1일(한국시간) 독일 겔젠키르헨의 아레나 아우프샬케에서 열린 슬로바키아와의 유로 2024 16강전에서 0-1로 뒤진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고 터진 주드 벨링엄(21·레알 마드리드)의 극적인 동점골과 연장 전반에 나온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의 역전골을 앞세워 짜릿한 2-1 승리를 거뒀다.
벨링엄이 잉글랜드를 살렸다. 오른쪽에서 넘어온 스로인을 마크 게히(크리스탈 팰리스)가 머리로 문전을 띄웠다. 벨링엄이 그대로 바이시클킥(몸을 뒤쪽으로 눕혀 공중으로 뜨면서 날리는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슬로바키아 골키퍼는 슈팅의 방향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그대로 얼어붙었다.
꺼져가는 불씨를 살린 잉글랜드는 연장 전반 1분 만에 케인의 헤더 결승골로 이번 유로 2024의 최대 역전극을 완성했다.
잉글랜드를 살린 벨링엄은 2003년생으로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의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주역이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드르트문트에서 1억300만유로(약 1526억원)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새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지난 시즌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28경기(선발 27경기)에서 19골 6도움으로 팀 내 득점 1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 라리가 올해의 선수(MVP)까지 수상했다. 매년 가장 뛰어난 축구 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의 강력한 후보다.
현지 시각으로 경기 하루 전날이 21번째 생일이었던 벨링엄은 스스로 선물 같은 축포를 쐈다. 벨링엄은 경기 후 “국제 대회에서 탈락까지 30초밖에 남지 않았고 쓰레기(rubbish)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국민들을 실망시킬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하지만 30초 안에 한 번의 킥으로 모든 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잉글랜드가 저조한 경기력으로 축구 평론가들에게 거듭된 비판을 받자 이같이 말한 것으로 보인다. 케인은 “잉글랜드 역사상 최고의 골”이라며 “우리가 토너먼트에서 생존할 수 있게 해줬다”고 했다.
잉글랜드가 8강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경기력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슬로바키아전에서 벨링엄의 동점골이 나올 때까지 유효 슈팅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이날 잉글랜드의 유효슈팅은 딱 2개. 벨링엄과 케인의 골이었다.
잉글랜드는 오는 7일 오전 1시 스위스와 8강에서 격돌한다. 스위스는 지난달 30일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를 2-0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른 독일과 스페인은 오는 6일 오전 1시 8강에서 ‘외나무다리’ 승부를 벌인다. 유로 2024 최대 빅매치다. 두 나라 모두 유로 역대 4번째 우승을 정조준한다.
독일은 30일 덴마크와의 유로 2024 16강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스페인은 1일 조지아를 4-1로 격파했다. 독일은 유로 2024 8강에 오르면서 메이저대회 잔혹사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때 FIFA(국제축구연맹·피파) 랭킹 1위에 오를 정도로 세계 최강 ‘전차부대’였던 독일은 유로 2016 뒤로는 한 번도 메이저대회 토너먼트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유로 2020에서는 영국과의 16강전에서 0-2로 져 탈락했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2대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유로 2024에서는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 등 4경기에서 가장 많은 10골을 몰아치며 가공할 만한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의 ‘초신성’ 2003년생 자말 무시알라(뮌헨)는 이번 대회 3골(4경기)을 터뜨려 조지아의 조르지 미카우타제(메스), 슬로바키아 이반 슈란츠(슬라비아 프라하)와 득점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스페인만 토너먼트를 이어가면서 무시알라는 득점왕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한편, FIFA 랭킹 74위의 조지아는 사상 처음으로 유로 본선에 올라 16강까지 오른 데 만족해야 했다. 조별리그 F조에서 포르투갈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지만 16강에서 스페인까지 넘진 못했다.
유로 2024 중계는 티빙과 tvN 스포츠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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