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10일 문수경기장 울산 HD 응원석에서는 홍명보(55) 울산 감독을 비판하는 걸개 수십 개가 걸렸다. ‘피노키홍’, ‘거짓말쟁이 런명보’, ‘명청한 행보’, ‘축협의 개MB’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 쓴소리를 낸 전 축구 국가대표 박주호를 응원하는 문구도 있었다. ‘주저하지 말고 호기롭게 나아가", "용기 있는 박주호“ 등의 걸개가 보였다.
서포터즈를 비롯한 울산 팬들은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의 소개가 시작되자 응원의 목소리를 냈지만 홍명보 감독이 전광판에 소개되자 곧바로 “우우우~”라며 야유를 퍼부었다.

이날 열린 울산과 광주FC의 하나원큐 K리그1 2024 22라운드에서 홍명보 감독의 등장은 KFA가 지난 7일 그를 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했다는 발표 이후 첫 공식 석상. 그를 취재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50여 명의 취재진이 문수경기장을 찾았다.
홍명보 감독은 2020년 12월 울산의 지휘봉을 잡고 2022시즌과 2023시즌 울산의 2연패(連霸)를 이끈 사령탑. 하지만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발표가 나자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 등 울산 팬들은 곧바로 등을 돌렸다. K리그 시즌이 한창일 때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홍명보 감독이 그동안 대표팀 사령탑에 뜻이 없다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왔기 때문이다. 울산 팬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낄 법하다.
울산 구단이 9일 김광국 대표이사의 명의로 “새로운 도전과 목표에 마음이 움직인 상대는 보내줘야 한다. 멋지게 보냈으면 한다”, “우리 구단이 리그를 가볍게 보거나 구단의 목표와 팬의 염원을 가볍게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구단만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등의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울산 팬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광주FC와의 경기 후 자신을 비판하는 걸개가 내걸린 서포터스석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2407/468365_527373_1148.jpg)
경기 전 분노한 팬들의 감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라고 말한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대표팀 사령탑으로 가는 속내를 밝혔다.
2014 FIFA(국제축구연맹·피파) 브라질 월드컵 때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실패를 겪은 그는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대표팀 감독직 제안을 받고 마지막 도전을 결심했다고 했다.
홍명보 감독은 “예전에 실패했던 과정과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면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실패의 기억 때문에) 도전하는 게 두려웠다. 그 안으로 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내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강한 승리욕이 생겼다. 새 팀을 정말로 새롭게 만들어서, 정말 강한 팀으로 만들어서 도전해보고픈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10일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울산 HD와 광주FC의 경기가 열리는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 내정된 울산 홍명보 감독을 비판하는 '피노키홍' 걸개와 박주호 해설위원을 응원하는 걸개가 각각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2407/468365_527374_1228.jpg)
그는 “10년 만에 간신히, 재미있는 축구도 하고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나는 나를 버렸다”라고도 말했다. 축구 인생에 있어 모든 걸 건 셈이다.
울산 팬들에게는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홍명보 감독은 “(힘들었던 시간을 뒤로하고) 온전히 나 개인만을 위해 울산을 이끌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들, 팬들, 축구만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너무도 좋았다"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는 응원의 구호였는데, 오늘 야유가 됐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과 울산 팬들과의 아름다운 이별은 어려워 보인다.
홍명보 감독에게 이날 광주전이 고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언제까지 울산을 이끌지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다. 울산의 그 다음 경기는 오는 13일 홈에서 벌어지는 FC서울전이다.
![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울산 HD와 광주FC의 경기에서 광주 선수들이 이희균의 선제골에 기뻐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news/photo/202407/468365_527375_1334.jpg)
한편, 이날 경기에서 울산은 후반 21분 광주 이희균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졌다. 광주는 울산전 4연승을 이어갔다. 승점 28(9승 1무 12패)가 된 광주는 7위로 올라섰다. 반면 울산은 지난달 26일 대구FC전 1-0 승리 이후 3경기에서 1무 2패로 부진했다. 승점 39(11승 6무 5패)가 된 울산은 3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이날 경기 전 홍명보 감독을 취재하러 온 수 많은 취재진에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다”던 이정효 광주 감독은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그는 경기 후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왔을 때 광주를 알리고 선수들을 알린 것이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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