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2025년 문체부 예산안이 7조원을 돌파했다. 문체부는 2024년 예산 삭감 사태로 문화예술인들의 맹렬한 비판을 받은 이후 폐지했던 사업을 재건하고 일부 예산을 증액하는 등 '외양간 고치기'에 여념없는 모습이다.
2025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예산안이 지난달 27일 국무회의를 통해 총 7조1214억원으로 편성됐다. 2024년 대비 1669억원, 2.4% 증가한 규모다. 그중 문화예술 부문에 올해 예산 대비 407억원이 증가한 2조4090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부문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번 예산안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올해 삭감, 폐지됐던 사업의 재생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서 지역영화 관련 사업 예산 12억원을 전액 삭감하고 영화제 지원금을 절반 가량 줄여 "영화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영화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예산 복구를 요구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예산안 발표에 앞서 지난 6월 영화인들과 비공식 만남을 가졌다. 취임 2년차에 독립영화인과 지역영화인을 만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긴 대화 끝에 중예산영화 제작지원사업(100억원)이 신설됐고, 영화제 지원은 33억원으로 확대됐다. 영화제 지원은 지난해 52억원에서 올해 24억원으로 삭감된 바 있다.
출판 분야도 마찬가지로 지역서점 지원금 11억원이 올해 전액 삭감되는 등 시름이 깊었다. 그러나 유인촌 장관 주재로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5차례 진행된 출판·서점계 간담회를 통해 예산 증액을 얻었다. 문체부는 간담회 제안사항을 반영해 내년 도서 보급·나눔 사업을 기존 금액에서 16억원 증액한 131억원으로 편성하고 독서 기반 지역 활성화(7억원), 디지털 독서 확산 지원(3억원), 범출판계 책문화 캠페인 '책 읽는 대한민국'(10억원), 권역별 선도서점 육성(11억원) 등 신규 사업을 마련했다.
관계자들은 유인촌 장관 취임 이후 문체부가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관계자들의 원성에 외양간을 고친다는 이미지는 피할 수 없다. 당초 이들이 예산 축소, 사업 폐지를 반대한 배경에 사업의 지속성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
또한 영화, 출판업계의 호소를 수용한 것과 달리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은 72%가 축소됐다. 기존 547억원이 중 460억원이 증발했다. 이미 올해 50%가 삭감된 상황에서 또 한 번 예산을 줄였다. 반면 청년예술인의 실무능력과 전문성을 향상하는 국립예술단체 청년교육원 정원은 올해 350명에서 내년 600명까지 늘리고(132억원, 55억원 증가), 청년예술단 신규 사업에 49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내년도 예산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세계 문화 강국 도약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문화도시', '문화 강국'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문화도시의 방향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 삭감은 앞선 화두였던 수도권 중심의 지원, 비상업 독립예술 배제 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의무교육 현장에서의 예술 교육을 축소하고 엘리트 육성에만 집중하겠다는 정부의 시선이 담긴 것. 수도권, 엘리트 중심의 문화예술은 결국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랜마마크 즉, '이름값'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는 결정 또한 동일한 맥락이다. 랜드마크 설립과 관련된 내년 신규 사업의 예산은 405여 억원. 크루즈 등 신규 관광사업까지 더하면 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4년 대비 증가한 예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5일 진행된 민생토론회에서 과거 쓰레기 소각장이었던 광주 상무소각장 일대를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고 밝히기도. 이곳에 현재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516억원 투입을 계획 중이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의 위상 강화를 위해 총사업비 1181억원의 전시관 신축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여기에 청와대 복합문화예술공간 조성 사업비로 417억2400만원을 편성했다. 지난해보다 38%나 증가한 금액이다. 청와대 개방 이전의 관리 및 운영 예산과 비교하면 최대 7~8배 증가했다. 이는 청와대 리모델링 비용 증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올해 45억원에서 내년 114억원으로 2배 넘게 증액된 것. 업무 시설을 도서관, 카페, 공연 시설 등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 대표 사업 중 하나인 청와대 개방은 당초 연간 방문객 1670만명, 관광수입 1조8000여 억원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2023년 기준 연간 관람객은 21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상황임에도 예산은 매년 늘고 있다.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혈세'라고 맹비난하며 대거 폐지한 결정과 반대된다. 특히 이번 리모델링은 다음 정부의 청와대 사용 목적을 알 수 없는 가운데 강행돼 다소 무리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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