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만년 꼴찌’의 대반전이다. 남녀부 유일 여성 감독인 장소연(50) 광주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 감독이 개막전에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장소연 감독이 이끄는 페퍼저축은행은 22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방문 경기에서 세트 점수 3-0(25-17 25-22 25-14)으로 승리했다. 창단 4시즌 만에 처음으로 맛보는 정규리그 개막전 승리다.
페퍼저축은행은 4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릴 정도로 공격 루트가 다양했다. 박정아, 바르바라 자비치(이상 14득점), 장위, 이한비(이상 12득점)가 골고루 타졌다. 도로공사가 범실 20개로 자멸하면서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2021년 창단한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3시즌 기나긴 시련을 겪었다. V리그 여자부 7번째 구단으로 야심 차게 출발했으나 2021~2022시즌 3승 28패에 그쳤다. 2년차와 3년차도 나란히 5승 31패로 고전했다. 3시즌 합산 성적이 13승 90패. 승리보다 패배가 익숙한 팀이었다.
페퍼저축은행은 매 시즌 사령탑을 교체하며 반등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의 김형실을 시작으로 아헨 킴, 조 트린지(이상 미국)가 차례대로 지휘봉을 잡았으나 모두 결말이 좋지 않았다.
베테랑과 외국인에서 실패를 맛본 페퍼저축은행은 여성 감독으로 눈길을 돌렸다. 지난 3월 장소연 SBS스포츠 해설위원을 4대 감독으로 낙점했다.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출신의 장 감독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원팀을 만들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비시즌 대형 FA 영입은 없었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착실하게 전력을 보강했다. 아시아쿼터 전체 1순위로 197cm 장신 미들블로커 장위를 지명했고, 외국인선수 전체 1순위로 아포짓 스파이커 자비치를 데려왔다. 여기에 리베로 한다혜, 세터 이원정 등 알짜배기 자원이 가세했다. 장소연 감독은 기본에 충실한 배구를 강조하며 비시즌 구슬땀을 흘렸다.
정규리그 전초전 격인 2024 KOVO(코보)컵 프로배구대회 결과는 좋지 않았다. 3전 3패로 조별리그 탈락. 그러나 장소연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장 감독은 16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새 시즌 키워드로 ‘몽구스’를 언급한 뒤 “몽구스는 파이터(싸움꾼) 기질을 가진 동물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덤비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달라진 페퍼저축은행을 예고했다.
개막전 셧아웃 승리로 페퍼저축은행은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2024년 광주 프로스포츠는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가 사상 첫 국제대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 출전해 3연승을 내달렸고, 프로야구 KIA(기아) 타이거즈는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 통합 우승을 노리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이 두 팀의 좋은 기운을 받아 최하위 탈출 그 이상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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