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신희재 기자] "어린 선수들이 많이 성장해 좋다. 정윤주, 김다은, 김미연, 최은지 등 벤치에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많다."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36)은 2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광주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홈경기를 마친 뒤, 방송사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흥국생명은 최근 2시즌 연속 준우승으로 고배를 들었다. 베테랑 김연경의 체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세계 최정상급 아웃사이더 히터지만 많은 나이에 정규시즌 36경기(140세트) 출전은 부담이 됐다. 결국 흥국생명은 김연경 의존도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난 4월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 없이 3연패로 물러났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나 흥국생명은 초반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첫 3경기 전승으로 승점 9 싹쓸이, V리그 여자부 선두에 올랐다.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3-1), 서울 GS칼텍스 KIXX(3-0), 페퍼저축은행(3-1)을 차례대로 격파해 10월 일정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올 시즌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받쳐줄 새로운 아웃사이드 히터를 찾았다. ‘특급 조커’ 김다은(23)이 나타났다. 김연경이 말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경기 연속 승부처에서 귀중한 득점으로 팀의 3연승을 도왔다.
김다은은 24일 GS칼텍스와의 홈 개막전에서 처음으로 존재감을 보였다. 1세트와 3세트 교체 출전, 6득점과 공격성공률 75%를 기록했다. 얼핏 봤을 때 두드러지는 성적은 아니지만 순도가 대단했다.
김다은은 흥국생명이 6-13으로 뒤진 3세트에 정윤주 대신 들어와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경기 중반 4득점으로 흥국생명이 18-18 동점을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 24-24 듀스에서는 2연속 오픈 공격으로 경기를 직접 끝냈다. 앞서 1,2세트를 가져왔던 흥국생명은 김다은의 맹활약으로 3세트 고비를 넘기고 3-0 셧아웃 승리를 쟁취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다은은 페퍼저축은행전에서 출전 시간을 대폭 늘렸다. 1,2세트 교체로 나선 뒤 3,4세트는 정윤주를 대신해 선발로 투입됐다. 12점을 올려 투트쿠 부르주(24점), 김연경(20점) 다음으로 팀 내에서 많은 득점을 뽑았다. 공격 성공률은 57.14%로 양 팀 통틀어 1위.
이번에도 클러치 상황에서 빛났다. 흥국생명은 1세트를 23-25로 내주고 2세트도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김다은은 25-25에서 박은서의 시간차 공격을 막아내는 점수를 만들었다. 김다은의 결정적인 블로킹을 앞세워 2세트를 27-25로 끝낸 흥국생명은 3,4세트를 내리 이겨 경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일신여고 출신 김다은은 2019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4년차였던 2022~2023시즌 35경기(103세트) 186득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시즌 직후 태극마크를 달고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출전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은 아쉬웠다. 어깨 부상으로 12월 중순까지 코트로 돌아오지 못했고, 복귀 후에도 오랜 시간 헤맸다. 7경기 2득점으로 데뷔 후 가장 부진했다.
절치부심한 김다은은 새 시즌 들어 좋았던 시절의 폼을 되찾아 본격적으로 주전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윤주(3경기 24점)와 함께 김연경의 대각 자리를 양분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여기에 김미연과 최은지가 힘을 보태면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부담을 덜고 대권 도전에 탄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은퇴를 고민했던 김연경은 우승에 실패한 뒤 현역 연장을 택했다. "챔프전에서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밝힌 그는 오로지 우승을 목표로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김연경의 마지막 V리그 우승은 2008~2009시즌으로 어느덧 15년 전이다. 김다은 같은 게임 체인저의 등장을 반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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