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홍명보(55)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자신의 선임 과정에 대해 불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K리그 울산 HD 감독 시절 대표팀 감독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는 “그 당시에는 어떤 제안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나서 “제가 한 번 더 대표팀 감독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선임 과정이) 불공정하거나 특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이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려 5개월가량 새 감독을 물색한 끝에 홍명보 감독을 최종 선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임생 대한축구협회(KFA) 기술총괄이사가 다른 외국인 후보자 2명(거스 포옛·다비트 바그너)과는 달리 제대로 된 면접 과정 없이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홍명보 감독은 “전강위에서 1순위로 올려놨기 때문에, 제가 혹시라도 2위나 3위였으면 (감독직을) 받지 않았다. 1순위라고 이임생 이사에게 들었기 때문에 감독직을 받아들였다”라고 했다. 이어 “(이임생 이사의) 부탁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했다.
자신이 울산 감독 시절 대표팀 사령탑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던 부분에 대해선 “(올해) 2월부터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됐는데, 팀 자체가 어려웠다”라며 “제 입장에서는 어떤 제안도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홍명보 감독은 불공정 선임을 두고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월드컵 대표팀이 얼마나 힘든 자리인지 알고 있다. 더더욱 가고 싶지 않았고 도망가고 싶었다”라며 “이임생 이사가 집 근처에 왔을 때 외면하기도 어려웠다”라고 했다. 이어 “이임생 위원장이 집 근처로 찾아와서 면담할 때 한국 축구의 어려운 점을 외면하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홍명보 감독은 “10년 전에 가지고 있던 책임감이나 사명감이 다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면담 이후 그게 나와서 (수락하기로) 결정했다”라고 했다.
함께 출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10차 전강위 회의에서 포옛, 바그너, 홍명보 3명을 추천했고 저와 정해성 전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정해성 위원장이 홍명보를 감독으로 선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가 포옛, 바그너와도 면담했는지 물었고 홍명보 감독으로 정하더라도 두 외국인 후보를 만나 면담을 직접 하고 공평하게 추천하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정해성 위원장도 “마지막 (감독 후보자) 1~3 순위를 결정하고 (정몽규) 회장님께 보고했을 때 회장님께서 ‘세 분 다 좋은 분 같은데 외국에 나가서 대면으로 만나고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갑작스럽게 위원장을 사임한 부분에 대해선 “감독 선임 과정에서 건강 문제가 있었고 회장님께 (감독 후보를) 보고드린 이상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해성 위원장이 사임한 이후 이임생 이사가 감독 선임을 주도한 것에 대해서는 “정관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임생 이사는 지난 7월 홍명보 감독 선임과 관련해 “정몽규 회장이 내게 권한과 책임을 줬다”라고 말한 바 있다.
참고인으로 등장한 박문성 해설위원은 “축구협회 쪽 얘기를 들으면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다”며 “팬들도 절차에 대한 얘기를 하고 그게 정당했는지, 공정했는지 얘기하는데, (협회 관계자들이) 공정했다고 얘기하니 납득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협회가 천안축구센터 설계를 공모하는 과정에서 정몽규 회장이 총수로 있는 현대산업개발이 관여한 점을 지적하자 “네이밍 라이트를 팔 예정으로 여러 회사와 얘기하고 있다”라며 “현대산업개발이 축구협회와 관련돼 이득 본 건 하나도 없다”고 했다. 배현진 의원은 천안축구센터 조감도에 ‘HDC 아레나’라는 명칭이 담긴 점을 문제 삼았다.
이날 오전 현안 질의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1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다만 대부분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부분을 확인하는 점에서 끝났다. 일부 의원은 고성을 지르면서 증인을 윽박지르기도 했다. 정회에 들어간 현안 질의는 오후 3시 재개된다.
이날 현안 질의에 앞서 의원들은 자료 제출을 제대로 하지 않은 KFA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공통 질의 자료 129건 중 절반 이상을 축구협회가 제출하지 않았다”며 “홍명보 감독과의 계약기간이나 연봉 등 기본적인 자료도 전혀 제출이 안 됐다”라고 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구협회에 감독 선임과 관련해 회의록을 요청했는데 자료를 보도자료 링크로 보내줬다”라며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협조할 뜻이 없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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