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인기 탤런트 김희선은 드라마 ‘앵그리 맘’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딸로 나온 김유정을 비롯해 요즘 아역들은 하나 같이 외모, 화술, 인성이 뛰어나다. 내가 지금 아역으로 활동했다면 발도 붙이지 못했을 거다”며 혀를 내둘렀다.
여진구, 김새론, 김유정, 김소현, 김향기 등 폭풍성장하며 아이와 성인의 경계에 선 하이틴 배우들이 충무로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가운데 김새론 김소현과 함께 ‘차세대 여배우 트리오’를 형성한 김유정(16)이 첫 성인 연기에 도전했다.
◆ 미스터리 영화 '비밀' 어두운 여고생 정현, 도전의 연속
15일 개봉한 미스터리 드라마 ‘비밀’(감독 박은경 이동하)은 살인자의 딸을 거둬 키운 형사 상원(성동일)과 10년이 흘러 여고생이 된 정현 앞에 비밀을 쥔 의문의 남자 철웅(손호준)가 나타나면서 이뤄지는 용서와 복수의 이중주다.
살인자의 딸 정현 역을 맡은 김유정은 짝사랑하는 남자 앞에선 한없이 수줍은 소녀로, 아빠 앞에서는 천진난만한 딸로, 학교에서는 모범생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가슴 깊이 비밀을 간직한 어두운 소녀의 초상을 다채롭게 펼쳐낸다.
“많은 분들이 도전이라고 말씀해주시는데 매 작품 할 때마다 배우는 자세로 임해요. 정현을 통해 내 안의 어두운 모습을 끄집어내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많이 배웠고요. 소재나 이야기, 캐릭터가 어두웠지만 정현이 겉으론 밝고 명랑한 친구라 크게 힘들진 않았어요.”
다만 두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원망의 복잡한 마음, 꽁꽁 숨겨온 내면을 살짝 살짝 드러내다가 엔딩의 성당장면에서 폭발시키고 나선 깨나 힘들었다. 꺼내놓을 때의 어려움을 확연히 체험했다.
“정현이를 떠나보낼 때. 김유정의 일부를 깎아서 가져간 느낌이 들었어요. 무서운 마음도 생겼고요. 앞으론 이런 것도 잘 생각하면서 연기해야겠구나 하고 느꼈죠. 이 정도로 진지하게 느낀 적이 없었어요. 그 전엔 밝고 캔디같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고, 촬영장을 벗어나면 학교 생활하느라 생각할 틈이 없었거든요. 이젠 나이도 들어서 생각할 시기가 된 듯해요.”
말말이 똑 부러진다. 2003년 데뷔해 영화 ‘추격자’ ‘해운대’ ‘동창생’ ‘우아한 거짓말’, 드라마 ‘연애세포’ ‘해품달’ ‘동이’ ‘선덕여왕’ 등에 출연해온 13년차 베테랑(?)답게 작품과 캐릭터를 분석하는 눈이 보통 예리한 게 아니다.
“정현이를 가장 잘 이해할 사람은 동갑내기인 저라고 여겼어요. 캐릭터와 친구가 되는 거죠. 충분히 정현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어요. 정현이 꼬마 기정이었을 때 어떤 상황을 겪었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고교생으로 성장했을 지를 많이 생각했죠. 기정을 연기한 아역 유리의 연기도 꼼꼼히 챙겨봤고요.”
◆ 나이에 비해 성숙한 이미지 서운...김새론 김소현과 절친
이번 작품에서는 감정의 더께를 최대한 드러내야하는 데다 복수심과 용서라는 근원의 심리를 파고들어야 했다. 경험의 폭과 깊이가 그리 크지 않은 10대 배우에게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더욱이 사람을 향해 총을 발사하고, 편집과정에서 걸러졌으나 금연초를 입에 물기도 했다.
“그런 역할이 제게 와서 감사했어요. 감독님이 제 안의 또 다른 이미지를 보고 부르셨을 테니까요. 밝은 캐릭터와 어두운 역할 둘 다 좋아요. 깊이와 넓이가 다르고, 배우는 게 달라서 다 해보고 싶죠.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면서 한 계단씩 성장하고 싶을 뿐이에요.”
엔딩 장면에선 하이힐에 화장을 곱게 한 20대 중반으로 성장한 성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첫 성인 연기다.
“내가 봐도 어색했어요. 하지만 정현이가 ‘나 다 컸다. 이만큼 컸으니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고 나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다’를 보여주고 싶어했던 듯해요. 남은 자들의 앞으로의 삶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표정에서 그렇게 보이려고 공을 들인 기억이 나요.”
'나이에 비해 성숙해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서운한 생각도 든다. “어렸을 때 노안인 사람들이 크면 젊어 보인다고 해서 위안을 삼고 있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해품달’에서 공연한 여진구 예를 들며 “내 눈에는 워낙 잘 아니까 진구 오빠가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데 사람들은 성숙해 보인다고 해서 깜짝 놀라곤 한다”고 덧붙였다.
‘비밀’의 어두운 톤과 달리 웹드라마 ‘연애세포’에선 자신의 4차원 모습과 애드리브를 맘껏 발산했다. 다양한 모습을 확인하면서 발견의 재미를 담뿍 느끼는 중이다. 또래 연기자인 김새론 김소현과는 절친이다.
“만나면 학교생활이나 진학 얘기를 주로 해요. 마음이 통해서 그런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힘든 걸 눈치 채고 그러죠. 얼마 전 새론에게 무슨 얘기를 했더니 ‘자기도 그랬다’고 맞장구를 치더라고요. 신애언니, 향기, 소현이 모두 가족처럼 집처럼 버팀목이 되는 존재예요. 요즘엔 한 살 아래인 새론이와 자주 어울려요. 전 낯가림이 심하고 친해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새론이는 성격도 밝고 쾌활한 친구라 먼저 다가와주고 이해해줘요.”
◆ “성인 연기자로의 전환, 시간이 해결해줄 것”
아역 배우의 성인 연기자 터닝은 본인에게나 지켜보는 대중에게나 관심사다.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지금이 너무 편안하고 행복해서 이 과도기를 벗어나려 애쓰진 않아요. 이미지 변신을 확 하고 싶지도 않고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을 거예요.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줄 테니까요. 지금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즐기면서 지내려고요.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어른들 따라서 연기하거나 꾸미고 싶진 않거든요. 전 지금은 학생 역할이 가장 자연스러워요. 딱 내 나이에 가능한 걸 표현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배우 김유정에게 레퍼런스는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CF 속 여배우들이다. 그들의 느낌, 표현력, 손짓을 면밀히 탐구한다. 눈빛이 굉장히 깊은 할리우드 여배우 조디 포스터, 많은 얼굴을 지닌 영국 여배우 틸다 스윈턴을 바라보며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을 키우려 노력한다.
◆ 별명은 ‘16차원’...영화 음악 탐닉하며 연기 영감 얻어
“누군가는 저보고 16차원이라 그래요. 친한 사람들 앞에서 돌발적인 행동도 하고 잘 웃겨서 그런가 봐요. 현재 고1이라 연기와 학업을 다 잡고 싶으나 병행하는 게 힘들어서 고민 중이에요. 진학에 대한 고민도 크고요.”
또래의 고충을 고스란히 가슴에 품고 지내는 김유정은 하루에 1편씩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다운받아 놓은 영화를 감상하는 영화광이다. ‘러블리 본즈’ ‘레인 오버 미’ ‘로렌스 애니웨이’ 등 조용하면서 묵직하고, 여운을 주는 영화를 선호한다. 음악은 재즈 힙합, 팝 발라드와 R&B를 즐겨 듣는다.
이 모든 게 “연기의 영감을 얻는 것과 동시에 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라 말하며 어른스러운 눈빛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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