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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걸그룹 멤버 유영 '독립영화'와 연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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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걸그룹 멤버 유영 '독립영화'와 연애 중!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6.14 11: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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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그녀는 너무 예뻤다. 노래할 땐 관능적이었다. 연기할 땐 천연덕스러웠다.

연습생 시절부터 노래와 연기를 복수 전공하는 아이돌 스타들의 드라마, 영화 출연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연기돌(연기 잘 하는 아이돌)’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런 흐름 속에 눈에 밟히는 걸그룹 멤버가 있다. 2012년 미니앨범 ‘비너스’로 데뷔한 6인조 걸그룹 헬로비너스의 막내 유영(19)이 목하 독립영화와 연애 중이다.

 

170cm의 쭉 뻗은 몸매가 드러나는 빨간색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차 마실래?’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그 친구라고? 젖살이 빠지지 않은 해맑은 얼굴로, 진지하게 질문의 의미를 탐색하는 모습이 푸웁, 웃음을 자아냈다.

◆ 밝고 당찬 편의점 알바생 양성애자 하나 연기

김경묵 감독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오는 26일 개봉)는 도시의 얼굴 편의점을 무대로 펼쳐지는 시추에이션 드라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과 점주, 손님들을 관찰하며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겪는 현실의 단면을 촘촘히 엮어간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시간 동안 이어지는 14개의 에피소드에서 유영은 20대 초반의 알바생 하나 역을 맡았다.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는 당돌한 청춘이다. 불량한 여고생들을 향해 육두문자를 시원하게 날리기도 한다. 훈남 손님 기철을 향해 관심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선임 알바생 은영(정혜인)과 사랑의 시작 그리고 끝을 경험한다.

▲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의 은영 역 정혜인과 하나 역 유영(오른쪽)

“기철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은영과 관계를 형성하는 걸 보면 자유분방한 아이인 거죠. 하나는 밝으면서도 낯가리고 부끄러워할 줄도 알아요. 하지만 매 순간, 생각나는 걸 과감히 말해버리는 시원하고 매력적인 인물이에요. 하나를 연기하면서 고지식하던 제 성격이 많이 자유로워졌어요. 정서적으로 도움을 받은 거죠.”

캐스팅 이후 가장 큰 고민거리는 동성애였다. 무지했기 때문이다. 감독에게 집중적으로 질문 공세를 폈다. 영화에는 두 여자의 볼키스 장면도 들어가 있다.

◆ 긴 대사, 욕설연기 소화법은 ‘연습과 현장 몰입’

“촬영 전 언니랑 리허설을 하고 현장에서 몰입을 하다보니 ‘이런 느낌일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동성애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친구들에게 퀴어무비를 먼저 보자고 얘기해요. 얼마 전 홍석천 선배님께서 방송에 나서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이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는 얘기를 하는데 마음이 찡해지고 공감이 갔어요.”

 

에피소드가 많다보니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출연 분량과 대사량은 적을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도 유영의 대사는 꽤 많고 길다. 구어체가 아닌 긴 대사에 심지어 불량 여고생들을 향한 화끈한 욕설도 삽입됐다.

“그 긴 대사를 오그라들지 않으면서 진심을 담아 잘 전달하고 싶었어요. 어려웠지만 신났죠. 일 시작하면서 욕을 끊었는데(웃음) 다시 하려니 무척 어색하더라고요. 욕설을 녹음해서 매일 반복해서 들었죠. 촬영 당일엔 4~5회 해보고 나서 무사히 넘어갔어요.”

◆ “하나처럼 본능에 충실하기보다 철저히 준비하는 스타일”

극중 하나는 “연애와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끝이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늘 시작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하나의 에피소드는 청춘세대에게 미래와 기다림에 관한 화두를 던진다. 평범한 학생에서 걸그룹, 연기자로 활동하는 유영에게 있어서도 기다림은 생활의 일부다. 무대 위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리고, 배역을 기다리고, 촬영을 기다리며 늘 살아간다.

 

“기다림의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요? 좋다면 전 하염없이 기다려요. 내 맘이 그렇지 않다면 잠깐의 기다림도 힘들 거 같고요. 하나는 O형인데 반해 전 A형이에요.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봤고, 하나처럼 본능에 충실하기보다 세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철저히 준비하는 스타일이에요. 후후.”

◆ 독립영화 ‘이우끝’ 이어 단편영화 ‘사냥꾼’ 출연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의 장점을 묻자 “주제는 무거운데 에피소드가 재밌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홍보성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원더풀 마마’ ‘앙큼한 돌싱녀’에 출연했고, 차태현·남상미 주연의 휴먼 코미디영화 ‘슬로우 비디오’ 촬영을 마친 그가 왜 아직은 충분히 대중화되지 못한 독립영화를 선택했을까.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경계를 잘 몰랐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내용이 아리송했는데 읽을수록 매력적이었죠. 하고 싶었고요. 하고 싶으니까 읽을 때마다 해석이 달라지더라고요. 퍼즐 맞춰가는 느낌? 그 많은 메시지를 편의점 안에 담아낸 점이 놀랍더라고요.”

 

독립영화를 경험한 김에 내쳐 단편영화 ‘사냥꾼’까지 뚝딱 촬영했다. 목숨을 위협당하며 사냥꾼에게 쫓기는 남녀주인공을 다룬 이 영화에서 은희 역을 맡았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오열하고, 살기 위해 발버둥치며 복수심에 사로잡힌 일상적이지 않은 감정을 연기해서 도움이 됐다고 눈을 반짝였다.

◆ 고두심 빨간약 연기 보며 전율...배우 꿈꾸기 시작

중학생 시절 장기자랑에서 노래하며 춤을 출 때마다 터져나오는 친구들의 열띤 호응에 고무돼 가수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중견 탤런트 고두심이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가슴에 빨간약을 바르던 장면을 보는 순간, 폭풍 오열을 하며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듯 펑펑 울었어요. 그리곤 막 설레더라고요.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대사 하나하나가 기억이 날 정도예요. 제가 가수 오디션을 본 날도 선생님의 생일인 5월22일이에요.(웃음) 얼마 전 선생님과 드디어 드라마에서 공연하는 기회를 붙잡았어요. 간절한 눈빛으로 인사만 드렸는데 기회가 되면 꼭 제 마음을 전달하려고요.”

 

최근 종영한 드라마 ‘엉큼한 돌싱녀’에서 그는 자신의 나이보다 훨씬 많은 얄미운 커리어우먼 피송희 역으로 시청자의 원성을 샀다. 정작 유영은 이 작품을 통해 악녀 캐릭터의 매력을 느껴 ‘별에서 온 그대’의 세미(유인나)와 같이 짠한 마음이 생겨나는 악녀를 연기하고 싶어한다.

그 또래가 대부분 그렇듯 평범한 역보다 개성 있는 역할에 매력을 느낀다. 장르에 있어서도 악령이 나오는 공포영화를 소망한다. 스크린을 집어삼킬 듯 비명을 질러대는 ‘호러 퀸’도 문제없다고 큰소리 친다.

◆ 평범한 여대생이기보다 원했던 일하는 걸그룹 생활에 행복 

소녀와 여인의 경계에 선 유영에게 있어 평범한 일상을 반납한 채 걸그룹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너무 하고 싶었던 일이라 행복해요. 걸그룹으로 활동하다보면 바쁜 스케줄 탓에 잠을 많이 못 자고 체중관리를 혹독히 해야 하죠. 합숙생활을 하니까 가족들을 자주 못 만나게 되고요. 이런 부분은 힘들지만 자유를 박탈당한 느낌은 아니에요. 다른 직업을 원했다면 평범한 여대생으로 지내고 있겠죠. 친구들과 카페에서 남자친구, 학점, 취업 이야기하는 것보다 전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게 훨씬 행복하거든요.”

 

[취재후기] 편의점 알바생 역을 한 뒤로 편의점에 들를 때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열심히 찍거나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먹는 젊은 세대에게 짠한 감정과 고마움을 느낀다. “식사 하셨어요?” “고생하셨습니다”란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고 살짝 귀띔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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