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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왕비가 된 배우의 '완성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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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왕비가 된 배우의 '완성된 동화'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6.17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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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켈리 삶 다룬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18일 개봉

[스포츠Q 용원중기자] 프랑스 휴양도시 칸에서 기차로 50여 분을 달리면 유럽의 작은 나라 모나코에 도착한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품은 모나코의 구불구불하게 난 언덕길을 거닐다보면 그레이스 켈리(1929년~82년)의 사진과 삶을 소개하는 표지판이 거리 곳곳을 장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의 이름을 딴 거리명도 즐비하다. 이렇듯 할리우드 여배우 출신 켈리는 사후에도 여전히 모나코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영원한 왕비다.

 

존재 자체가 동화였던 그레이스 켈리를 다룬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18일 개봉)는 그의 모나코 왕비 생활 중 일부인 61년부터 62년까지의 이야기다.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한 영화는 “자신의 삶이 동화 같은 거라는 생각 자체가 바로 동화”라는 켈리의 말로 시작해 “진정으로 원하면 동화는 이뤄진다”는 켈리의 국제 적십자 행사 연설로 끝을 맺는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갈채)을 수상한 우아하고 기품 있는 여배우이자 명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의 뮤즈로 불렸던 켈리(니콜 키드먼)는 26세이던 56년 모나코 공국의 레니에 3세(팀 로스)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다. 어쩌면 일생일대 최고의 배역을 손에 쥔 그는 할리우드를 떠나 모나코에 안착한다.

 

6년이 흘러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켈리는 왕비로서 봉사활동에 전념하며 살아가지만 유럽 왕가의 엄격한 관습을 비롯, 낯선 문화와 프랑스어, 바쁜 국정업무로 인해 얼굴 보기조차 힘든 남편 탓에 서서히 지쳐간다. 그러던 어느 날 히치콕 감독으로부터 새 영화 ‘마니’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해달라는 제의를 받으며 활기를 되찾는다.

마침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온 프랑스와 면세정책을 둘러싸고 충돌한 모나코는 드골 대통령의 노골적인 과세요구와 항만·국경봉쇄로 전쟁 위기에 휩싸인다. 영화 출연을 놓고 남편 레니에 3세와 갈등을 빚던 켈리는 모나코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중요한 선택을 한다.

 

영화는 여배우와 왕비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켈리가 모나코 국민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왕비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우아한 연출로 담아낸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아버지와의 갈등, 왕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남편과 함께 헤쳐 나가야 했던 위기상황이 드러나 흥미를 자아낸다. 뒤늦게 제대로 받기 시작하는 의전수업과 ‘기쁨’ ‘슬픔’ ‘평온’ ‘분노’ ‘후회’ 등이 쓰인 단어장에 맞춰 공식적인 표정연습까지 하는 장면은 씁쓸함을 안겨준다. 은막을 떠난 후에도 연기를 해야만 했던 켈리의 삶이 아이러니해서다.

현존하는 가장 우아한 여배우로 꼽히는 니콜 키드먼은 최적의 캐스팅으로 그레이스 켈리를 스크린에 부활시킨다. 회한과 격정을 오가는 연기에서 보여주는 키드먼의 살아 있는 눈빛은 켈리와 키드먼의 간극을 ‘0’으로 만들어준다. 특히 눈부신 드레스 차림으로 행하던 마지막 연설장면. 스크린에서도 현실에서도 여주인공을 놓치지 않은 켈리의 인간미와 카리스마를 세심하게 잡아내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는 볼거리가 쏠쏠하다. 60년대 모나코의 한적하고 이국적인 풍광을 비롯, 철저한 사전 조사와 고증을 통해 재현된 ‘켈리 룩’은 눈을 즐겁게 한다. 제작에만 1년6개월이 걸렸다는 수백벌의 의상과 모자, 수천개의 보석이 세팅된 화려한 드레스, 디오르와 카르티에가 제작한 당시의 왕관과 목걸이 등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때 그시절의 유명 인사들인 선박왕 오나시스, 세기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드골 대통령, 히치콕 감독을 보는 재미는 보너스다. 적십자 행사장에서 마리아 칼라스(파즈 베가)가 부르던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의 유명 아리아 ‘오, 사랑하는 아버지’는 눈에 이어 귀를 호강케 한다.

올리비에 다한 감독은 ‘라 비 앙 로즈(장미빛 인생)’로 전설적인 샹송 여가수 에디트 피아프(마리옹 코티아르)를 부활시킨 바 있다. 그의 신작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또 다른 전설에 대한 품격 넘치는 헌사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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