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일부 팬들은 부정하겠지만 손연재(23·연세대)는 분명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롭게 쓴 선수다. 손연재는 두 차례 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금, 은메달을 따낸 김연아(27)처럼 한국 리듬체조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이제 손연재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그의 표현대로 5살 때 리듬체조를 시작해 17년 동안 오직 리듬체조만을 보고 살아왔다.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리듬체조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손연재는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손연재는 4일 서울 태릉선수촌 필승주체육관 리듬체조장에서 자신의 은퇴식을 겸한 은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소회와 앞으로 계획을 덤덤하게 밝혔다.
손연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종합 금메달과 단체 은메달을 따낸 뒤 현역에서 물러나려고 했다. 원래 리듬체조 선수들은 20살에서 23살 사이에 은퇴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이른 은퇴는 아니었다. 그러나 손연재는 자신의 리듬체조 인생에 조금이라도 아쉬움과 후회를 남겨서는 안되겠기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도전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꿨다.
지난 2년은 손연재에게 자신의 인생 축소판이나 다름없었다. 은퇴하려고 했던 마음을 접고 올림픽을 시작했기에 2년이라는 시간을 헛되이 쓸 수가 없었다. 비록 원했던 올림픽 메달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조금도 후회를 남기지 않았기에 손연재는 자신의 은퇴식에서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손연재는 은퇴식을 치르고 현역을 마감했지만 그는 분명 한국 리듬체조의 자산이다. 리듬체조 강국인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세계랭킹 5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세계를 제패한 김연아만큼이나 리듬체조 불모지에서 손연재는 분명 빛나는 업적을 세웠다. 그런만큼 손연재가 그동안 쌓았던 경험은 한국 리듬체조를 위해 소중하게 쓰여져야 한다.
어쩌면 손연재의 은퇴식이 호텔 같은 곳이 아닌 자신의 땀이 묻어 있는 필승주체육관 리듬체조장에서 열린 것 역시 대한체조협회가 앞으로 손연재가 한국 리듬체조에 많은 것을 전해달라는 무언의 바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손연재 역시 자신의 두 번째 인생을 한국 리듬체조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손연재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해보겠다. 후배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많이 도와주고 싶다"며 "러시아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2년 동안 훈련했는데 그 훈련 시스템을 한국 선수들에게 적용시킬 수 있게끔 도와주고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생활을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느낀 것은 후배 선수들이 경기를 할 기회가 적다는 점이다. 훈련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은 경기 출전을 통해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국내 뿐 아니라 국제대회도 앞으로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직 손연재는 대학에 복학한 학부생이기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공부를 해야 할 나이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평범한 23살 여대생이다. 하지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노력하겠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결국 손연재가 돌아올 곳은 리듬체조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대표팀 코치 내정설, 연세대 조교 내정설이 제기됐지만 손연재는 이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손연재가 있을 곳은 역시 리듬체조일 것이다. 현재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김연아로 인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 리듬체조 역시 손연재의 존재로 인해 더욱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손연재가 꿈꾸는 자신의 두 번째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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