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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 기업 이름이, 왠지 낯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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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 기업 이름이, 왠지 낯선가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3.04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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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장 명칭권을 허하라] (상) 스포츠 마케팅 천국인 미국 비롯 日·中도 적용

[300자 Tip!] KIA 타이거즈의 새로운 홈구장인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가 오는 8일 공식 개장한다. 3년동안 994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는 프로팀 구장 최초로 '구장 명칭권'이 적용됐다. 구장 명칭권은 해외에서는 흔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그러나 구장 명칭권은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프로구단의 오랜 숙원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스포츠에 구장 명칭권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스포츠 산업과 마케팅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펜웨이 파크(보스턴 레드삭스), 리글리 필드(시카고 컵스), 글로브 라이프 파크 인 알링턴(텍사스 레인저스), 시티 필드(뉴욕 메츠),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아스널), 에티하드 스타디움(맨체스터 시티), 알리안츠 아레나(바이에른 뮌헨). 모두 구장 명칭권이 적용된 경우다.

펜웨이 파크와 리글리 필드는 지금은 대명사가 됐지만 구장 명칭권이 그 시초다. 시티 필드는 지난 2006년 시티 그룹과 20년 계약을 맺으면서 1년에 무려 2000만 달러(약 214억원)를 받는다. 아스널은 지난 2006년 에미레이츠 항공과 15년동안 1억 파운드(약 1786억원)에 계약을 맺었고 맨체스터 시티도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을 에티하드 스타디움으로 바꾸는 대가로 역시 10년 1억 파운드를 챙겼다.

일본에도 구장 명칭권이 적용된 곳이 많다. 일본 최초로 구장 명칭권이 적용된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을 비롯해 이대호의 전 소속팀인 오릭스의 홈구장인 오사카 교세라 돔과 새로운 소속팀인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홈구장인 후쿠오카 야후 재팬 돔, 마츠다 스타디움(히로시마 도요 카프), 닛산 스타디움(요코하마 F. 마리노스)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 일본에서 최초로 구장 명칭권이 적용된 사례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

중국도 구장 명칭권을 적용한 곳이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농구 경기가 벌어졌던 우커송 문화체육센터는 지난 2011년부터 마스터카드 센터로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 첫 프로팀 구장 적용 사례인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외에도 SK가 리모델링 비용을 댄 SK 핸드볼경기장도 구장 명칭권의 사례로 볼 수 있다.

◆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구장 명칭권

그래도 우리에게는 잠실야구장이나 부산 사직구장, 서울 월드컵경기장, 수원 월드컵경기장이라는 이름이 더 친근하다. 또 야구장과 축구장이 국민 또는 시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공공의 재산인데 함부로 구장 명칭권을 팔아서 되느냐며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다저 스타디움이나 양키 스타디움처럼 구장 명칭권을 팔지 않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구장 명칭권이 낯설다면 앞에 '구장'이라는 말을 빼 범위를 다른 분야로 넓혀보자.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을 개조한 우리금융아트홀이나 예술의 전당에 있는 IBK챔버홀, CJ토월극장 모두 기업에서 비용을 부담한 대가로 명칭권을 얻어낸 예다. 이미 문화계에서는 폭넓게 시행되고 있다.

▲ 이대호가 지난 시즌까지 활약했던 오릭스의 홈구장인 오사카 교세라 돔.

또 명칭권을 스폰서의 범주로 해석하면 그 사례는 더욱 많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프로배구에 붙는 모든 스폰서가 명칭권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스폰서를 통해 해당 기업은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고 구단 또는 체육단체는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인 셈이다.

◆ 세입자 신분 프로구단, 지자체와 협의부터

그렇다면 왜 프로구단이 큰 수익이 기대되는 구장 명칭권 마케팅을 하지 않을까. 이유는 현재 법규상 구단들이 자체 구장을 보유하지 못하는데다가 장기 임대도 현실상 힘들어 구장 명칭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예로 서울을 연고로 하는 LG와 두산의 경우 잠실구장에서 마케팅 활동이 불가능하다. 세입자 신분이어서 모든 수익이 잠실구장을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LG와 두산은 지난해 관중 동원 1,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관중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 서울시가 공공시설물에 대한 광고 수익을 모두 가져가는 조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구장 사용료로 LG와 두산으로부터 연간 25억원을 가져가면서도 별도로 구장 광고권 수익으로 103억 5000만원을 챙겨간다. 이런 상황에서 구장 명칭권은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구단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한다면 구장 명칭권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일단 장기 임대가 가능해야 한다. 현행 스포츠산업진흥법상 최장 25년까지 임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자체와 협의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KIA나 삼성 모두 25년 임대를 보장받았고 프로야구 kt 역시 수원구장을 25년동안 임대해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수원시는 kt에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kt가 구장 명칭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스포츠산업진흥법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부분이 많다며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25년 장기 임대뿐 아니라 아예 구장을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가 적자 해소를 위해 구장 운영권을 구단에게 위탁 또는 매각한다면 구단 역시 구장 명칭권을 비롯한 스포츠 마케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 구장 명칭권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광주의 새로운 야구장 이름이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로 정해지자 광주 시민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옛 무등야구장의 추억이 있기도 하지만 기업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아자동차가 공사비 994억 원 가운데 300억 원을 부담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부정적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광주는 세금 300억 원을 아꼈고 기아는 구장 이름을 통해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 구장 명칭권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기업들도 구장 명칭권을 자신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우 인천전용축구경기장의 명칭권을 매각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지역기업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기업 이름이 구장 앞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구장 명칭권은 새로운 비즈니스로 접근할 수 있다.

[취재 후기] 현재 우리나라는 스포츠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며 온갖 정책을 만들거나 연구하고 있다. 구장 명칭권 역시 프로구단과 지방자치단체의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 산업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과 구단, 지자체들이 스포츠 산업과 마케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추고 있다면 구장 명칭권에 대한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 게다가 구장의 이름을 활용한 것이어서 구태여 추가 자본을 투입하지 않고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창조 경제'의 기치를 건 현 정부의 시책에도 딱 맞는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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