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고 했다. 한국 여자축구가 북한 평양이라는 부담스러운 곳에서 북한을 제치고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2골 이상을 넣고 승리해야 하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4골 폭죽을 터뜨리며 환호성을 올렸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11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 2018 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마지막 경기에서 A매치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 조소현을 비롯해 지소연과 유영아의 골 러시로 4-0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북한과 나란히 3승 1무(승점 10)를 기록했지만 21골을 넣고 1골을 잃어 골득실이 +20이 돼 북한(+17)을 앞질러 예선 1위로 내년 요르단에서 벌어지는 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평양의 기적'이었다. 윤덕여 감독은 일찌감치 북한과 비길 것까지 대비해 홍콩, 인도,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다득점 승리를 해야 한다며 심서연, 김혜리 등 수비진이 빠진 자리를 여민지 등 공격 자원으로 메웠다. 윤덕여 감독의 기대는 고스란히 예선전 결과로 나타났다.

북한이 먼저 1차전을 시작한 가운데 북한이 8-0으로 꺾은 인도를 한국은 이금민의 해트트릭과 강유미, 이민아, 이은미, 유영아, 지소연, 이소담 등의 연속골로 10-0 대승을 거뒀다. 인도전만으로도 2골의 리드를 잡았다.

2차전에서 장슬기의 후반 31분 극적인 동점골과 골키퍼 김정미의 페널티킥 선방으로 북한과 1-1로 비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한국은 3차전에서 홍콩을 상대로 6-0 대승을 거뒀다. 홍콩은 북한에 0-5로 진 팀이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한국은 리드를 3골로 늘렸다.

남은 것은 우즈베키스탄전이었다. 북한이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4-0 대승을 거뒀기 때문에 한국은 2골 이상을 넣고 승리하는 것이 필요했다. 2-1로만 이겨도 골득실은 같아지고 다득점에서 앞설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메시' 지소연이 인도전에 이어 멀티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21분과 23분에 유영아와 지소연이 연속골을 넣은데 이어 42분 조소현까지 득점에 성공하며 전반에만 3골을 넣어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 여유를 찾은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후반 8분 지소연이 다시 한번 우즈베키스탄의 골문을 열며 쐐기를 박았다.

평양에서 기적을 이뤄낸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눴다. 목포축구센터에서 북한 응원가까지 틀어놓고 소음 훈련까지 한 결실을 평양에서 맺었다.

이제 관심은 내년 4월 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이다. 북한이 떨어졌기 때문에 한국을 위협할 수 있는 팀은 일본, 호주, 중국 뿐이다. 8개팀이 겨루는 본선에서 4개국씩 2개조로 풀리그를 치른다.

각조 1, 2위 팀은 4강에 진출하고 3위 팀은 5위를 가리기 위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조별리그를 통과하거나 5위를 가리는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본선에 올라갈 수 있다.

또 조소현은 이날 경기로 A매치 100번째 출전을 기록, 권하늘(103경기), 김정미(109경기)에 이어 한국 여자축구 선수로는 3번째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다. 조소현은 이날 골까지 터뜨려 자신의 100번째 출전을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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