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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현대캐피탈 '양강 위용' 잃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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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현대캐피탈 '양강 위용' 잃은 까닭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1.07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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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보다 수비력 떨어지고 범실 잦아…외국인 선수 부진도 원인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순위표가 낯설다. 그동안 가장 위에 있었던 대전 삼성화재와 천안 현대캐피탈이 중간에 있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있던 자리에는 인천 대한항공과 수원 한국전력, 안산 OK저축은행이 치고 올라왔다.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한항공, 한국전력, OK저축은행이 1라운드부터 반란을 일으키면서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2강 구도'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자칫 여태껏 보지 못했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대한항공과 한국전력, OK저축은행의 전력이 급상승한 영향도 있지만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분명 V리그를 지배했던 예전 모습이 아니다. 이기더라도 상대팀을 확실하게 압도하지 못한다.

▲ 삼성화재는 레오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박철우가 27일 군 입대하면 라이트에 큰 구멍이 생긴다. 설상가상으로 레오의 공격 성공률까지 떨어지고 있어 전력이 불안정하다. 사진은 OK저축은행과 경기에서 공격하고 있는 레오. [사진=KOVO 제공]

◆ 범실·힘 떨어진 레오·박철우 공백 '3중고' 삼성화재

삼성화재는 지금 3중고에 시달린다. 범실이 부쩍 늘어났고 레오의 위력도 지난 시즌보다 떨어졌다. 조만간 박철우도 빠진다.

삼성화재는 6일까지 치러졌던 5경기, 21세트에서 120개의 범실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24개에 이르고 세트당 평균 5개가 조금 넘는다.

지난 시즌 삼성화재는 30경기, 115세트에서 574개의 범실로 경기 평균 19.1개, 세트 평균 5개를 기록했다. 세트 평균으로 봐서는 아직까지 큰 차이가 없는 듯 하지만 경기 평균으로 봤을 때 5개가 늘었다. 이 5개가 결정적인 곳에서 나오면 성적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삼성화재가 범실이 최근 경기에서 늘어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2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을 벌이면서 30개씩 범실을 기록했다.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치렀기에 범실도 많았지만 세트 평균 6개의 범실이 나왔다.

여기에 레오의 위력이 떨어졌다. 위력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공격 성공률도 지난 시즌만 못하다. 지난 시즌 110세트를 치르면서 259개의 범실로 세트 평균 2.35개를 기록했던 레오는 올 시즌 70세트에서 21개의 범실로 세트 평균 3.33개로 늘어났다. 지난 시즌보다 세트 평균 범실이 1개가 더 늘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레오의 공격 성공률도 53.5%로 지난 시즌 58.6%보다 떨어졌다. 레오의 공격 점유율은 지난 시즌 59.9%에서 올 시즌 60.5%로 약간 늘어났는데 공격 성공률이 떨어진다면 성적이 좋아질리 없다.

설상가상으로 삼성화재는 박철우를 이달 떠나보내야 한다. 당초 지난달 24일 군 입대가 예정됐던 박철우는 주소지가 바뀌면서 입대일이 한 달 늦춰져 오는 27일로 연기됐다. 박철우가 뛰고 있을 때 최대한 승수를 쌓겠다는 것이 삼성화재의 생각이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박철우가 맡는 라이트는 공격 외에도 블로킹 등 수비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 상대 왼쪽 공격수를 막아야 할 큰 책임이 있다. 박철우의 공백이 클 수밖에 없다.

박철우의 군 입대 이후 김명진이 주전 라이트를 맡을 예정이지만 높이가 낮은데다 허리도 좋지 않아 신치용 감독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눈치다.

신치용 감독은 고육지책으로 장신 세터 황동일을 라이트로 기용해보기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라이트에서 김명진에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면 세터 유광우로서는 계속 레오에게 공을 올려줄 수 밖에 없다.

레오를 중심으로 한 '몰빵 배구'가 위력을 발휘했던 것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국내 선수의 조직력이었는데 그것마저 어긋나는 분위기다. 박철우까지 빠진다면 톱니바퀴 하나가 통째로 빠지게 된다. 삼성화재의 현재 부진보다 앞으로 혼란이 더 우려된다.

▲ 현대캐피탈은 무릎이 좋지 않은 아가메즈의 공백을 메우기가 버겁다. 문성민에게 모든 것을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공격과 상대 수비가 쏠리기 때문에 당분간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4일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공격하고 있는 문성민(오른쪽). [사진=수원 한국전력 제공]

◆ 무릎 좋지 않은 아가메즈, 장기 부진 우려

현대캐피탈은 더 심각하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캐피탈은 전통적(?)으로 범실이 많았다.

지난 시즌 30경기 116세트를 치르면서 673개의 범실을 기록했다. 경기 평균 22.4개, 세트 평균 5.8개에 이른다. 올 시즌 역시 5경기 19세트 동안 109개의 범실로 경기 평균 21.8개, 세트 평균 5.7개로 나아지지 않았다.

문제는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다. 아가메즈는 최근 무릎이 좋지 않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실상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5일 한국전력과 경기에서는 아가메즈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줬다.

아가메즈가 제 컨디션을 보여주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문성민에게 공격과 상대 수비가 집중되면 어려움이 있을 것이 뻔하기에 아가메즈를 어쩔 수 없이 투입시켰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아가메즈는 1, 2세트에만 출전해 13차례 공격 시도 가운데 3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서브에서도 범실 3개를 기록하면서 오히려 경기를 그르쳤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공격이 문성민 혼자 도맡으면서 단조로웠다"며 "아가메즈 없이 하려고 준비도 해봤는데 막상 경기를 하려니 욕심이 생겨 아가메즈를 투입했다. 결과적으로 판단 미스였다"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도 했다.

아가메즈의 무릎 완쾌가 늦어진다면 현대캐피탈은 앞으로도 문성민이 모든 것을 도맡아서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럴수록 상대팀의 집중 견제가 뻔하다. 그렇자고 아가메즈를 넣자니 그가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김호철 감독의 고민이 늘어만 간다.

아가메즈가 얼마나 빨리 제 모습을 찾느냐에 따라 현대캐피탈의 올 시즌 성적도 좌우될 전망이다. 당분간 현대캐피탈의 약세는 어쩔 수 없어 보인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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