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24 22:45 (금)
[포럼현장Q] 빅데이터 세상의 축구, 통계 바다에 빠지다
상태바
[포럼현장Q] 빅데이터 세상의 축구, 통계 바다에 빠지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2.09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에도 축구 세이버매트리션 속속 등장...통계 속에서 간절함까지 읽는다

[300자 Tip!] 빅데이터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통계학은 스포츠계에도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야구는 이미 숫자놀음이 됐다. 이 타자가 특정 구장에서는 얼마나 잘 치는지 저 투수를 상대로는 얼마나 강한지 등을 아는 것은 이제 일도 아니다. 중계를 지켜보고 있으면 ‘별 데이터가 다 나온다’ 싶을 정도로 구체화, 세분화됐다. 야구가 하는데 축구라고 못할쏘냐. 축구에도 서서히 통계열풍이 불 조짐이 보인다. 그라운드에도 ‘고급 데이터’ 상륙이 시작됐다.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스포츠팬들의 수준과 눈높이는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의 칼럼을 댓글로 바로 잡고 해설자들의 잘못된 코멘트를 실시간으로 지적하는 시대다.

특히 야구가 그렇다. 빌 제임스가 고안해낸 야구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 세이버매트릭스가 대중화된 이후 팬들의 눈높이가 급격히 높아졌다. 단순히 감으로 ‘이럴 것이다’라고 예상해서는 골수 야구팬들로부터 뭇매를 맞을 지도 모른다.

▲ [그림=스포츠Q 일러스트레이터 신동수] 야구에 이어 축구에도 통계가 깊숙하게 스며들고 있다.

타율, 홈런, 타점, 출루율, 장타율, 평균자책점 등의 자료로는 야구팬들의 감각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개념이지만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조정 ERA, WAR(승리 기여도), RC 27(아웃 27번을 당하는 동안 특정 타자 1명이 뽑을 수 있는 점수) 등을 논하며 보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대세가 됐다.

야구가 되면 축구도 된다. 정적인 야구와 달라 숫자를 반영하기 힘들 것이라던 축구에도 통계가 점차 스며들고 있다. 축구에도 세이버매트리션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포츠 비즈니스를 연구하는 모임 비즈볼프로젝트(bizball project)의 축구팀장, 김재윤(30) 칼럼니스트는 가공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특기이자 취미다.

◆ 축구와 야구는 무엇이 다를까 

“축구는 모든 상황이 연속적으로 벌어지잖아요. 그동안 축구 통계가 조명받지 못한 이유죠.”

축구는 야구와 다르다. 야구는 타순이 도는데다 한 명이 여러 차례 타석에 들어선다. 환경이 통제된 상황에서 선수의 성향과 실력이 잘 드러난다. 철저한 순번제로 변수를 묶을 수 있다는 점은 야구 통계가 단시간 내에 급격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근거가 됐다.

김재윤 팀장은 “축구는 유기적인 상황의 연속이라 누가 얼마만큼 기여를 하는지 나눌 수가 없다”며 “각각의 이벤트를 따로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로 축구에 보다 정교한 통계를 접목시키기가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 야구에 비해 동적인 축구는 그동안 정교한 데이터를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외부 요인들을 배제한 데이터를 뽑아내기 위한 작업들이 한창 진행중이다. [사진=비즈볼프로젝트 제공]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 축구 통계는 팀의 스태츠를 통해 이 팀이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 경기 상황에 따라 어떤 스타일의 경기를 하는 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그치고 있는 수준이다. 감독의 기용 방침과 전술에 따라 선수 고유의 특성이 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축구 통계학자‘들은 이런 한계를 넘어서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선수만이 지닌 색깔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들, 외부 요인들을 최대한 배제한 알짜배기 데이터를 뽑아내기 위한 보정 작업들이 한창 진행중이다.

◆ 축구 통계를 보면 승리에 대한 간절함까지 보인다

김재윤 팀장이 PDF 파일 하나를 건넨다. 지난달 18일 치러진 A매치 한국-이란전을 분석한 자료다.

이 자료가 ‘귀한’ 이유는 ‘가공 데이터’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날 점유율에서 64%-36%으로 이란을 압도했다. 그러나 전체슛 숫자에 대비한 한 팀의 슛 숫자(TSR)에서는 52-48로 격차가 줄었다. 효율적인 공격을 못했다는 의미다.

한국은 425회의 패스를 기록해 235회 공을 주고받은 이란을 압도했다. 특히 공격지역에서 65회의 패스를 시도해 35회에 그친 이란보다 두 배 가까운 횟수를 기록했다. 공격지역에서의 패스 비율도 15.2%를 기록, 14.8%에 그친 이란을 근소하게 앞섰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전원이 중동원정 무승 징크스를 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오른쪽에서 더 공격을 펼쳤는지, 유효슛은 몇 개를 때렸는지 등의 단순한 자료가 아닌 ‘2차 자료’를 통해 설명하니 훨씬 쉽게 와닿는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차삐라’ 씨는 즐겨찾는 이가 수천명에 달할 만큼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다. K리그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철저하게 파헤친 자료가 정기적으로 포스팅된다. 진정으로 축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즐겨찾기 할 수밖에 없는 값진 내용들이다.

◆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본 K리그는

지난 4일 경기도 파주내셔널트레이닝센터(NFC)에서는 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한 기술 컨퍼런스를 겸한 축구과학회 행사가 열렸다. 이날 핫이슈는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의 '현대 축구지도자들에게 필요한 역량과 덕목'에 대한 강의였다.

▲ 비주얼스포츠 김창훈 대표가 지난 4일 파주내셔널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축구과학회 행사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본 2014 K리그 클래식을 발제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에 못지않게 눈길을 끈 것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본 2014 K리그 클래식' 코너였다. 비주얼스포츠의 김창훈 대표가 발제자로 나서 재미있는 분석 자료를 내놨다. 한국 축구에도 정교한 데이터가 보급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신호탄이었다.

김창훈 대표는 “2014년 K리그 클래식의 슛 정확도는 36.6%(1758/4792)에 불과하다”며 “이는 분데스리가의 52.9%(4450/839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42.9%(4498/1만235)에 비해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또한 “K리그는 분데스리가의 27.4개, 프리미어리그의 26.9개에 비해 적은 22.2개의 슛이 나왔다”면서 “슛이 골로 이어진 확률도 9.4%에 그쳐 분데스리가는 11.5%, 프리미어리그는 10.2%를 크게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화끈한 축구를 원하는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공격수들이 갑절로 분발해야할 이유다.

◆ 현재 한국은 선진국 기술의 70% 수준

“우리나라요? 여전히 로(raw) 데이터로 이야기하는 정도입니다.”

스포츠통계전문사이트 프리뷰N의 주용준(40) 대표가 말하는 한국 축구 통계의 실정이다.

1차 데이터란 유효슛, 오프사이드, 코너킥, 프리킥 등이다. 중계를 통해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옵타스포츠, 후스코어드닷컴, 스쿼카, 포포투스탯존 등 세계적인 통계전문사이트에 접속해보면 접할 수 있는 고급 자료들을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 옵타스포츠가 제공하는 선수 개인 데이터. 프리뷰N 주용준 대표는 한국의 기술로는 아직 이같은 데이터를 뽑아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사진=비즈볼프로젝트 제공]

주용준 대표는 “아직 국내에서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전면 반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기술력은 물론이고 그것을 완벽히 구현해 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해외에서 원천 기술을 들여와서 그걸 가공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 스포츠는 전형적으로 해외 스포츠의 사대주의가 이어져왔기 때문에 이를 모방하려는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확신하며 “시기의 문제는 이미 지났다. 누가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로 넘어왔다”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팀이 특정선수 한 명에 얼마나 의존을 하고 있는지(의존도 지수), 대체선수대비 기여도(WAR),  선수 한 명 찔러넣은 패스가 팀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패스 임팩트), 압박 정도 등을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조만간 도래한다.

주용준 대표는 “옵타스포츠가 제공하는 수준의 데이터가 나오게 되면 일단 방송국에서 가장 많이 쓰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팬들도 자연스럽게 경기에 몰입해 더욱 흥미를 느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조건이 있다. 현장의 도움이다. 주 대표가 가장 염원하는 바다.

“체육단체들과 지도자분들이 좀더 열린 마음을 갖고 받아들일 준비가 수반돼야 합니다.”

[취재 후기] 북미와 유럽의 스포츠는 통계로 시작해서 통계로 끝난다. 한국도 이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야구와 더불어 프로스포츠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하고 있는 축구부터 숫자와 한결 친숙해졌다. 보다 정교한 수치를 내놓기 위한 전문 업체들의 연구는 핸드볼, 하키, 소프트볼 등 유사성을 지닌 다른 종목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루가 무섭게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안 그래도 재미난 스포츠, 시간이 갈수록 더욱 재밌어진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