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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세터 교과서' 곽명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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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세터 교과서' 곽명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2.19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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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과 찰떡궁합 고운 토스, "만족할 수 없어, 이민규 보고 배운다"

[스포츠Q 민기홍 기자] “감독님이 오늘 살려줘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하하.”

김세진 감독이 곽명우(23·OK저축은행)를 따뜻하게 안았다. 그럴만도 했다. 2위부터 5위까지 4개 팀이 한 경기 승부에 따라 순위가 뒤바뀌는 절체절명의 상황. 백업 세터가 구세주로 등장해 승리를 이끌었으니 어떤 칭찬이 아까울까.

곽명우는 18일 18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홈경기 한국전력전에서 2세트부터 출전해 43개의 세트를 기록하며 팀의 3-1(22-25 25-22 25-21 25-20) 역전승에 앞장섰다.

지난 시즌 10경기에 나서 19세트에 나서는데 그쳤던 곽명우는 이번 시즌 팀이 치른 16경기 중 15경기에 출전해 벌써 28세트를 소화했다. 이제 더 이상 OK저축은행의 세터는 무조건 이민규라는 공식은 통하지 않게 됐다.

▲ 곽명우(왼쪽)는 시몬과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그가 올리는 백토스는 시몬이 때리기 좋게 올라간다. [사진=KOVO 제공]

◆ 시몬과 찰떡궁합, “믿는 배구가 내 장점” 

백토스가 일품이다. 시몬의 입맛에 딱 맞는 공이 올라간다. 곽명우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내 장점은 공격수를 믿고 높게 올리는 것”이라며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안된다. 시몬을 믿고 올린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민규는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인해 비시즌간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적었다. 더군다나 대표팀에는 한선수라는 걸출한 세터가 있어 실전 감각마저 무뎌졌다. 시몬에게 올리는 토스가 급격히 흔들리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 감독은 곽명우를 집중 조련했다. 뒤로 올리는 공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자신감이 있던 곽명우는 주전 세터가 없는 동안 세계적인 공격수가 때리기 좋은 고운 토스를 갈고 닦았고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100% 수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력전에서 그의 존재감이 배가된다. 세터 권준형, 레프트 서재덕은 곽명우의 성균관대 2년 선배고 전광인과는 동기, 오재성은 후배다. ‘작은 성대’나 다름없는 한국전력의 스타일을 훤히 꿰뚫고 있다.

곽명우는 지난달 8일 홈에서 펼쳐진 1라운드 한국전력전부터 김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1,2세트를 내줬던 OK저축은행은 3세트 들어 곽명우를 투입한 후 내리 3세트를 잡는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3라운드에서도 그의 진가가 발휘된 것이다.

◆ 아직은 조연, “민규 보고 배울 것” 

▲ 곽명우는 "만족하기는 멀었다"며 "이민규를 보고 많이 배운다"고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사진=KOVO 제공]

곽명우는 이민규의 소사초-소사중 1년 선배다. 영생고 재학 시절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경험이 있고 성균관대에서도 3학년 때부터 주전 세터 자리를 꿰찼던 우수한 선수지만 국가대표 이민규를 넘어서기에는 분명 역부족이다.

경기대에서 대학 무대를 평정한 이민규가 3학년을 마치고 일찍 드래프트에 나서는 바람에 둘은 프로 입단 동기가 됐다. 2013~2014 신인지명회의에서 이민규는 1라운드 2순위, 곽명우는 2라운드 1순위로 러시앤캐시(OK저축은행)의 유니폼을 입었다.

곽명우는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민규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는 “민규 토스는 나가는 스피드가 빠르다. 뒤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며 “민규의 장점을 배워 보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아직 만족하기는 멀었다. 팀에서 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내 역할에만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신적인 부분에서 확실히 감독님이 편하게 해주신다. 자신 있게 임하는 것이 요즘 배구가 잘 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30경기에서 11승(19패)을 거뒀던 OK저축은행은 홈 8연승의 파죽지세로 단 16경기 만에 11승(승점 30)을 채워 대한항공(승점 30)을 내리고 2위로 도약했다. 8연패를 노리는 선두 삼성화재와 승점차는 단 2점에 불과하다.

장기 레이스는 선수층이 두꺼운 팀이 무조건 승리한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백업 세터 곽명우가 있어 OK저축은행은 창단 첫 우승을 정조준할 수 있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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