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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천적 한동민 꽁꽁 묶은 한현희, '11승 투수' 자존심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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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천적 한동민 꽁꽁 묶은 한현희, '11승 투수' 자존심 세우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8.10.30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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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한현희(25)는 넥센 히어로즈를 대표하는 토종 선발투수다. 올 시즌 11승을 수확했는데, 13승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은 ‘영건’ 최원태(21)를 제외하고 팀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쌓았다.

하지만 가을야구에서는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KIA(기아) 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는 2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고, 한화 이글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는 1경기에 나와 3이닝 4피안타 4실점(3자책) 평균자책점 9.00에 그치며 고개 숙였다.

두 번 연속으로 부진했던 한현희는 지난 26일 플레이오프(PO) 미디어데이 때 “그때는 그때고, 다음 경기 때 보면 아실 것”이라며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 [고척=스포츠Q 주현희 기자] 한현희가 30일 SK와 PO 3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그 말처럼 3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PO 3차전에서는 SK 와이번스 타선을 맞아 공격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피칭을 했다. 속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8㎞에 달했고, 제구도 안정돼 있었다. 총 88개의 공을 던지면서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5⅓이닝 동안 6피안타(2피홈런)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한 한현희는 넥센의 3-2 승리를 이끌고 승리투수 됐다. 3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돼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경기 후 한현희는 경남고 4년 선배인 한동민과 대결에 온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한동민은 정규시즌 한현희를 상대로 홈런만 4개를 폭발한 ‘천적’이다. 14타수 7안타 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2.033으로 펄펄 날았다.

앞서 PO 미디어데이에서 한동민은 한현희를 지목하며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장난 섞인 선전포고를 날리기도 했다.

허나 이날 한현희는 한동민을 내야 땅볼 2개와 삼진 1개로 꽁꽁 틀어막으며 설욕했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온 한현희는 “한동민 형한테만 맞지 말자는 생각으로 엄청 신경 써서 던졌다”며 웃었다.

 

▲ [고척=스포츠Q 주현희 기자] 한현희가 30일 PO 3차전에서 데일리 MVP에 선정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뒤를 잘 막아준 불펜 투수에 대한 고마움도 표현했다.

한현희는 팀이 3-2로 앞선 6회초 1사 만루 위기에서 오주원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물러났다. 여기서 오주원이 대타 정의윤을 5-4-3 병살타로 일축해 한현희를 활짝 웃게 했다.

오주원 덕분에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게 된 한현희는 “오주원 선배가 마운드에서 내려오자마자 ‘정말 고맙다’고 계속 말했다”고 강조했다.

시리즈 전적 1승 2패가 된 넥센은 31일 4차전도 반드시 이겨야만 인천으로 갈 수 있다.

한현희는 “마음 같아서는 내일도 나가고 싶다”며 “내가 등판해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팀이 이긴다면 언제든 대기하고 던질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한 역투였다. 한현희가 중요한 한 판을 잡아내면서 11승 투수의 자존심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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