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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㉚ 홍지현] "경영지원팀=최종수비수", K리그 제주의 숨은 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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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㉚ 홍지현] "경영지원팀=최종수비수", K리그 제주의 숨은 일꾼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1.02.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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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정새은 객원기자] 프로스포츠 구단 프런트는 환호가 가득한 스타디움에서 눈이 아닌 귀로 경기를 살핀다. 선수들이 오롯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음지에서의 노력은 짜릿한 승리로 돌아온다. K리그1로 승격한 제주 유나이티드FC에서 묵묵히 일하는 홍지현 대리를 만났다. 스포츠를 향한 사랑, 프런트로서의 사명감이 인상적인 인터뷰를 시작한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홍지현입니다.

제주 유나이티드FC는 제주특별자치도 유일의 프로스포츠 구단입니다. K리그 소속 축구단으로 20명 안팎의 직원들이 사무국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선수단 운영, 팬&비즈(마케팅), 경영지원실 파트가 있는데요. 저는 경영지원실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홍지현 대리와 제주유나이티드FC 마스코트
홍지현 대리, 제주 마스코트 백록이와 함께.

 

- 경영지원팀은 어떤 업무를 하나요?

"전반적으로 구단의 운영을 지원합니다. 회계, 자금, 세무, 운영계획, 총무, 인사관리 등을 담당하죠. 많은 사람들이 축구단이라고 해서 축구 관련한 업무만 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축구단도 회사라 일반적인 행정 업무를 많이 봅니다. 경영지원팀은 축구단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전반적인 일을 맡고 있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 팀 내에서 맡으신 직무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자금업무를 주로 맡고 있어요.

각 부서는 월간, 분기, 연간 단위로 예산 계획을 세우고 (선수단 운영 : 이적료, 선수단 급여 등, 마케팅 : 홈경기 이벤트 비용 등, 경영지원 : 세금과 공과금 등) 계획에 따라 지출을 결정합니다.

자금 파트는 얼마를 지출했고, 얼만큼 돈이 남아있는지, 또 정상적으로 금액이 지출되었는지 수시로 확인합니다. 지속적인 고정 비용은 지출 규모가 파악이 되는 반면, 이적료나 홈경기 사업 계약금 같은 것은 일회성입니다. 갑자기 큰 돈이 나가야 하기 때문에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미리 꼼꼼하게 준비해야 해요. 특히 이적과 관련해선 이적료 지급 기한 준수 같은 것들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항목을 함께 체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어떤 계기로 제주에 입사하게 되셨나요?

"제가 원래 제주도 사람이에요. 미국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했고요. 마침 졸업을 할 즈음 제주에서 인턴 공고가 올라왔었죠. 고향에서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인턴에 지원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계속 근무하게 됐어요. 한국으로 돌아오게 돼 부모님이 좋아하십니다. (웃음)”

 

유학 시절의 홍지현 대리.
유학 시절의 홍지현 대리.

- 경영지원팀에 입사하려면 전공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구단 내 체육 전공자 비율이 높은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마케팅팀으로 지원했는데 경영지원팀으로 배치 받아 5년째 근무 중이에요. 제가 특이한 케이스였던 것 같아요. 경영지원팀에선 아무래도 회계 관련 공부를 한 경험이 있으면 좋습니다. 기본 지식이 있다면 제로베이스부터 가르칠 일이 없으니까요. 축구단 전반적으로 봤을 땐 ⅓정도만 체육 전공자예요. 다른 전공이신 분들을 보면 대체로 축구나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력서를 보면 확실히 예전보다는 체육을 전문적으로 전공하신 분들이 많아지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 스포츠산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해서 관련 직업을 갖는 게 꿈이었어요. 특정 종목의 팬이라기보다 스포츠가 주는 '각본 없는 드라마', '화합의 메시지' 등에 매료돼 있었죠. 깊이 공부하기 위해 스포츠산업이 발달한 미국에 갔어요. 많은 걸 배워서 즐거웠고, 스포츠마케팅을 업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선택하게 됐습니다.”

- 입사를 위한 특별한 노력이 있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관심을 많이 갖고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했어요. 유학 생활 중 농구, 풋볼(미식축구), 야구, 소프트볼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학생 진행요원, 스포츠마케팅 활동 등 스태프로 활동했죠. 그러면서 팬 응대법, 모객 방법부터 필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돌발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까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채로운 활동이 많은 공부가 된 것 같아요.”

 

홍지현 대리는 유학 생활을 하던 시절이 그립다고 전했다.
홍지현 대리가 "그립다"고 떠올린 유학 시절. 

- 제주가 1부로 승격하게 됐습니다. 경영지원팀 업무가 달라질까요? 

"많이 바빠질 것 같아요. K리그1으로 올라가서도 있겠지만, 코로나 이슈에 대비해야 합니다. 유관중 경기와 무관중 경기 둘 다 대비책을 세워 둬야 하죠. 방역과 관련한 노력부터, 선수들의 클럽하우스 생활까지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운영비와 연결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최소비용으로 최고효율을 달성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요.

또한 축구단 차원에서 더욱 효율적인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업무 분담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 시즌과 비시즌 업무에는 차이점이 있나요? 

"주변에서 시즌이 끝나면 사무국도 선수들처럼 쉬는 걸로 종종 오해를 하시는데요, 시즌이 끝난다고 쉴 수 없습니다. 저희는 회사원이니까요. 비시즌에는 새 시즌을 위한 준비에 착수합니다. 더 정신이 없어요. 선수단운영팀은 이적 등 이슈로 가장 바쁩니다. 마케팅팀은 1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새 시즌 마케팅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경영지원팀은 결산과 외부감사 등 처리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백지상태에서 그림을 그려 나가는 시기죠.

시즌이 시작되면 개막전만 잘 치르면 반은 해결했다고 생각해요. 비시즌에 준비해둔 것이 안정되면 체계적으로 루틴화 되기 때문에, 그것에 맞춰 일하면 돼서 좀 더 수월하다 느끼게 됩니다.”

최근 K리그 1으로 승격한 제주유나이티드FC.
K리그1으로 승격한 제주.

- 경영지원팀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 있었다면?

"앞서 언급했듯, 예상치 못하게 경영지원팀으로 입사하게 됐어요. 당시엔 회계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많은 업무들이 너무 어렵고 부담으로 다가왔죠. 처음엔 제가 전혀 모르는 분야인데다 제가 상상했던 축구단 업무가 아닌 것에 괴리감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누구든 어느 부서이든 처음 입사하게 되면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본인이 생각하던 업무와 차이가 크다고 느끼실 겁니다. 하지만 이게 비로소 축구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학 중 들었던 말이 떠오르네요.

'축구단에 입사한다고 해서 경기 중 여유롭게 스카이박스에 앉아 있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제일 밑 지하실에서 정신없이 일하는 것, 그것이 현실이다.’"

- 가장 뿌듯한 일이 있었다면?

"뻔한 말일 수 있는데요. 정말로 매 경기 끝날 때마다 뿌듯해요. 집으로 돌아가는 관중분들이 만족하는 표정을 짓는 것이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 열심히 준비한 제주의 경기가 만족스러우셨다면 그것이 저희가 움직이는 원동력입니다.

한 번은 여름이었는데, 그날 경기도 재밌고 날씨도 선선하니 기분 좋은 날이었어요. 마침 마케팅팀에서 불꽃놀이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제주월드컵경기장 관중은 가족 단위가 많은데요. 불꽃놀이를 보고 정말 많은 분들이 행복해하고 좋아해 주셨어요. 저는 마케팅팀은 아니지만, 구단의 일원으로서 제가 팬분들의 행복에 일조했단 생각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 경영지원팀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역량 3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꼼꼼함이 필요합니다. 도움을 요청할 때 유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어려운 일을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회계담당자를 대상으로 교육할 때 들은 말이 있어요.

'경영지원팀은 구단의 최종수비수이다. 공격수처럼 눈에 띄진 않지만 내가 버텨주고 커버해 줘야 구단이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다.' 

정말 공감이 됐죠. 책임감을 갖는 것이 경영지원팀의 일원으로서 가장 중요합니다."

- 후에 제주의 홍지현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십니까?

"‘지현이가 있어서 편했지. 참 좋았지’라는 평을 듣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저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편했으면 하고, 저를 찾을 때 사람들이 부담스럽지 않기를 바라요.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 마지막으로 스포츠산업에서 종사하길 꿈꾸는 모든 분들께 응원 부탁드립니다.

"스포츠산업에 관심이 많은 여러분들이 있어 현재 구단에 일하는 사람들은 더욱 발전하고자 하고,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제주 유나이티드도 여러분과 같이 일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치지 말고, 꾸준히 관심을 갖고 노력하다 보면 기회가 열려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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