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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을 토하러 가는 한강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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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을 토하러 가는 한강다리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4.03.27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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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대교, 드라마에서 신세한탄 명소로 각광

 국민사위 고민중이 시름을 토하던 한강다리

[스포츠Q 이두영 편집위원]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학교 교감 왕봉(장용)이 오랜 세월 몸 담았던 교직에서 퇴출돼 한강 주변에서 방황하는 모습이 그려졌지요. 존망 받는 교감선생님에서 하루아침에 인생의 낙오자로 전락한 왕봉은 ‘멘붕’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운동하는 사람을 멀거니 바라보거나 노인들이 노는 것을 넋 놓고 바라보았습니다. 왕봉의 사위 고민중(조성하)도 왕수박(오현경)과 이혼한 뒤 단칸방에서 힘겹게 지내다가 우아한 아치가 보이는 한강으로 달려가 고 김광석의 노래 ‘먼지가 되어’를 부르며 절규했습니다. 어두운 강물을 향해 토해내는 국민사위의 절규는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습니다. 정직하고 근면한 소시민이 생활고를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더없이 간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고민중이 닭똥 같은 눈물을 떨구던 장면은 만민이 복을 누리는 미륵용화세계의 도래를 더욱 갈망하게 했습니다. 운주사의 와불은 과연 언제 일어나 그런 세상을 안겨 줄까요?

▲ 성산대교 야경
▲ KBS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왕봉이 실직의 아픔을 친구에게 토로하는 장면(KBS 방송 화면 캡처).
▲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왕봉이 교감에서 밀려난 뒤 일이 없어 강변에서 방황하는 장면(KBS 방송 화면 캡처).
▲ 성산대교.
▲ 성산대교.
▲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서 본 성산대교.

 

드라마 주인공들이 사업이나 사랑에 실패하거나 사기를 당했을 때 울분을 터트리러 가는 한강 명소가 있습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폭발시키거나 패잔병처럼 쪼그려 앉아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요. 그들 너머로 무심히 흐르는 강물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울분을 해소해 주는 사물로 작용합니다. 또 넓은 강에 길게 늘어서서 위용을 자랑하는 다리 교각은 원근감을 부각시키며 통한과 해소의 깊이를 더해주는 오브제 역할을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한강다리는 성산대교입니다. 교각 사이의 옆모습이 미인의 아름다운 눈썹을 연상시키는 반달모양이어서 운치가 있고 웅장하지요. ‘화풀이 단골 한강다리’ 또는 ‘신세한탄 단골 한강다리’라고 할 수 있는 성산대교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다리로 길이가 1,410m, 너비는 27m입니다. 준공 시기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던 1980년 6월이지요.

성산대교는 교각을 세운 뒤에 미리 만들어놓은 트러스를 끌어올려 각 트러스를 잇는 공법으로 시공됐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지은 다리는 교각 사이가 넓어 시원스럽고 선박 통행에도 유리하지만 상판을 연결하는 이음새 등을 세심히 관리해야 하는 단점이 있답니다. 1994년 10월 21일 아침 출근 시간에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건은 바로 이 트러스트 공법으로 지은 다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벌어진 참극이었죠. 그 이후 모든 한강다리에 대한 안전진단이 실시됐고 성산대교도 점검 결과 강한 산성을 띠는 비둘기의 배설물과 눈비등이 교각 틈에 들어가 부식과 균열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성수대교가 먼저 희생되지 않았다면 성산대교가 두 동강 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지요. 물론 그 후로 부식을 막는 조처가 제대로 이뤄졌고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합니다.

▲ 성산대교 야경.
▲ 성산대교 야경.
▲ 성산대교 야경.
▲ 성산대교 야경.
▲ 성산대교 야경.
▲ 성산대교 야경.
▲ 성산대교 야경.
▲ 하늘공원에서 찍은 성산대교.

성산대교는 야경도 멋집니다. 또 접근하기도 좋고 주차하기도 편합니다. 강변북로 쪽에서는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 남쪽 올림픽대로에서는 한강시민공원 양화지구로 들어가면 됩니다.

저는 망원지구에 주차를 하고 억새와 갈대숲을 거닐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인근 서울월드컵경기장 부근에 있는 하늘공원에 올라가도 성산대교 일대의 멋진 야경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한강다리의 점등 시간은 최근에 일몰 후 15분으로 바뀌었습니다.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한강다리는 24개이며, 현재 야간경관 조명을 점등하는 곳은 가양대교, 성산대교, 원효대교, 한강대교, 반포대교, 동호대교, 성수대교, 청담대교, 올림픽대교, 당산철교 등 10곳입니다. 그 외 광진교, 노량대교, 동작대교, 두모교, 마포대교, 서호교, 신행주대교, 아차산대교, 양화대교, 영동대교, 잠실대교, 잠실철교, 천호대교, 한남대교 등 14곳은 이르면 올 상반기에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모두 점등할 계획입니다. 모든 교량에 다시 불을 켜는 이유는 불을 켜달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장기간의 소등에 따른 교량시설의 노후화를 막기 위한 차원이랍니다. 저택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허접하게 되고 교량 점등시설도 사용하지 않으면 빨리 낡아지나 봅니다. 서울시는 기존 점등교량의 점등 시간을 줄여서 모든 교량에 불을 켜더라도 총전력소비량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도록 할 방침이랍니다.

 

팔당대교에서 일산대교까지 늘어선 한강다리 31개 중 가장 멋진 성산대교! 늘 지금 같은 모습으로 영화나 드라마, CF 등에 자주 등장해 울분 토로 장소뿐 아니라 낭만과 희망을 주는 명소로도 거듭나기를 소원해 봅니다.

 

덤으로 예쁜 방화대교 사진까지 올렸습니다.

▲ 방화대교 야경.
▲ 방화대교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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